"성폭행한 오빠, 두둔한 아빠"..靑청원 사흘만에 20만명 동의

문지연 기자 2021. 7. 15.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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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친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도움을 청한 19살 피해자의 청원이 사흘 만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 글은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성폭행 피해자인 제가 가해자와 동거 중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와, 15일 오후 11시20분 기준 21만155명의 동의를 받았다. 19살의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 A양은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부터 친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성추행은 점점 대담해져 성폭행이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먼저 “오빠와 한 방에서 함께 잠을 자던 때가 있었다. 등을 돌린 채 자고 있었지만 오빠가 뒤에서 절 감싸 안았고 손이 가슴 위로 올라왔다”며 처음 성추행을 당했던 날의 기억을 털어놨다.

이어 “그 뒤로 수십번의 추행을 당해왔다. 어떻게 추행이 폭행이 된 건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그저 제가 기억하는 것은 오빠는 저와의 관계에서 단 한 번도 콘돔 등 피임 도구를 쓰지 않았고 자리를 피할 때마다 계속 절 따라 방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A양은 2년 전 오빠를 수사기관에 신고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사건을 공론화하기로 한 이유는 오빠가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으며 부모까지 오빠를 두둔하는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양은 “올해 2월에도 오빠의 추행이 이어져 제가 화를 냈지만 부모님은 오히려 저를 꾸짖으셨다”며 “답답한 마음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자 아빠가 제 뺨을 두 차례 때렸다. 이후 저는 정신과에 입원했고 오빠에게는 접근금지 처분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성년자이기에 퇴원을 위해서는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했는데, 아빠는 제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우셨다”며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게 됐고 오빠와 같이 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오빠는 제가 느끼는 스트레스를 알면서도 그걸 건드리곤 한다”며 “아빠에게 오빠의 그런 점이 싫다고 말씀드렸더니 ‘네가 오빠한테 살갑게 대하지 않아서 그렇다. 오빠 한 번 안아주고 그래라’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에는 “부모님은 오빠 편에 서서 사설 변호사를 여럿 선임해 재판을 준비 중이고 저는 국선 변호사 한 분과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며 “사건이 공론화되지 않으면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살아나가야 한다. 남매가 아닌 ‘피해자’와 ‘가해자’가 됐음에도 살가움을 요구하는 부모님 밑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냐”고 호소했다.

앞서 A양은 2019년 6월 피해 사실을 처음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지난해 3월 가해자인 오빠 B씨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고, 검찰은 올해 2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현재 서울서부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다만 올해 2월 발생한 추행 사건의 경우 경찰의 수사가 이미 종결됐다. 경찰은 당시 집에 함께 있던 부친이 ‘강제추행이 아니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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