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술자리 계속됐는데 책임지는 NC 구단 고위층 없다

최희진 기자 2021. 7. 15.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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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선수들 원정 숙소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일파만파'

[경향신문]

NC, KIA 상대 7연승 도전 실패. 연합뉴스
오전 4시21분까지 음주…외부 지인 합석 ‘진술 누락’ 말 맞추기도
구단 측, 사과문 외 실질적 조치 없어…개입 여부 사법적 조사 해야

프로야구 NC 박석민·이명기·권희동·박민우가 서울 원정 숙소에서 가졌던 술자리의 진실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NC 구단의 명예가 실추될 대로 실추됐지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준 구단 고위 인사는 아직 없다.

NC는 지난 14일 황순현 대표이사와 박석민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코로나19 확진 선수 3명(박석민·이명기·권희동)의 신상을 공개했다. 또 선수 4명과 외부인 2명이 원정 숙소에서 벌였던 술판에 박민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침묵으로 일관하던 NC가 확진 선수 신상을 갑자기 공개한 것은 서울 강남구청이 확진 선수들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커졌기 때문이다.

발단은 14일 오전 서울시 브리핑이었다. 서울시는 “강남구 심층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NC 선수들이)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 방역수칙을 위반한 것은 없다고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그 후 기자들의 취재와 ‘모임 인원이 6명이었다’는 제보가 잇따르면서 서울시가 강남구에 사실관계를 재차 확인했고, 강남구는 선수들이 외부인 2명의 존재를 고의 누락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15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선수들과 외부 지인들이 1차 역학조사 단계에서 모임 자체를 진술에서 누락시켰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외부 지인들과 말을 맞추고 술자리를 숨긴 것으로 추정된다.

정 구청장은 또 “지난 5일 오후 10시 박석민이 권희동·이명기·박민우에게 ‘치맥(치킨과 맥주)’을 하자고 제안했고 외부 지인들은 오후 11시11분쯤 합석했다. 술자리는 다음날 오전 4시21분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NC 선수들이 6일 경기가 있었음에도 동이 틀 때까지 술을 마셨다는 얘기다. 프로 선수로서 직업윤리의식이 있는 것인지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확진 선수들의 은폐 정황이 서울시와 강남구청뿐만 아니라 중앙방역대책본부 일일브리핑에도 등장하면서 NC는 야구계를 넘어 전 사회적 망신거리가 됐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NC 선수들이 집합제한 금지 인원수를 위반했는지에 대해 지자체와 구단을 통해 확인한 부분에 상이한 부분이 있다”며 “구단 차원의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NC 측이 거짓진술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박석민은 사과문에서 “여러 곳에서 역학조사 질문이 있어 당황했지만 묻는 내용에 사실대로 답했다”고 말했다. 그 주장대로 확진 선수들이 사실만 진술했다면 방역수칙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과태료 등)만 받으면 된다.

그러나 강남구의 경찰 고발로 인해 사건은 이제 사법처리의 영역에 들어섰다. 감염병예방법 제18조 3항은 역학조사에서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금지하고 있다. 확진 선수들이 이 조항을 위반한 것이 확인되면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NC 선수들의 일탈 행위와 코로나19 감염은 KBO리그 중단으로 이어졌다. 그러고도 확진 선수들은 거짓진술로 역학조사에 혼란을 일으키고 행정력 낭비를 초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프런트에서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고위 인사가 없다는 것은 NC의 도덕불감증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NC는 황 대표이사 명의의 다섯 줄짜리 사과문을 내놓았고, 사실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김종문 단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겠다고 했을 뿐이다. NC는 박석민이 사과문에 치맥 세트, 떡볶이 등 술자리에서 먹은 음식까지 일일이 쓰게 했지만,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선수단 관리 책임이 있는 프런트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확진 선수들이 진술을 누락하는 과정에 구단이 개입했는지 여부도 경찰이 수사해야 할 부분이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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