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평화의 소녀상' 전시장에 '사린' 적힌 액체 배달..직원들 대피

이윤정 기자 2021. 7. 1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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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9년 일본 나고야 아이치예술문화센터에서 열린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돼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 오사카에서 ‘평화의 소녀상’ 등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앞두고 전시장에 정체불명의 액체가 배달됐다. 함께 동봉된 문서에는 이 물질이 맹독성 신경물질인 ‘사린’이라고 적혀 있었다. 앞서 우익들의 항의와 방해로 도쿄, 나코야 등에서도 소녀상 전시가 연기·취소된 가운데, 오사카에서도 협박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15일 산케이신문은 오는 16일부터 3일간 소녀상 등을 선보이는 전시회인 ‘표현의 부자유전 간사이’전을 앞두고 지난 14일 전시장에 맹독성 신경물질인 ‘사린’이라고 쓰인 문서와 액체가 들어있는 봉지가 배달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전 11시쯤 도착한 배달물에는 전시회 개최에 대한 항의문과 정체 불명의 액체가 봉지에 넣어진 상태로 들어 있었다.

센터 직원 등 약 10명이 20여분간 안전 확보를 위해 대피하기도 했다. 오사카부 경찰은 해당 액체가 위험 물질이 아닌 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린은 액체와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맹독성 화합물로 중추신경계를 손상시킨다.

전시를 앞두고 일본 우익의 방해와 협박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표현의 부자유전 간사이’ 전시회 개최를 둘러싸고 전시에 반대하는 항의가 쇄도해 시설 측은 지난달 25일 ‘안전 확보가 어렵다’며 전시회장 이용 승인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바 있다. 주최 측은 이달 9일 오사카지방법원에 장소 사용 청원을 냈다. 오사카 지법은 지난 9일 전시회장 이용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으나, 시설 관리인 측은 이에 불복해 오사카 고등재판소(고등법원에 해당)에 즉시 항고하는 등 전시 개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전시장인 엘 오사카에 협박문이 도착하기도 했다. 우편으로 도착한 협박문에는 “개최한다면 실력으로 저지한다”, “(개최하면) 예측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다”, “시설이 파괴, 인적 공격을 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표현의 부자유전 간사이’에는 지난 2019년 국제 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기획전인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에 전시됐던 소녀상 등을 포함한 작품 약 20점으로 알려졌다. 일본 우익은 재작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기획전 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과 ‘원근(遠近)을 껴안고’ 등의 작품을 두고 반발해왔다. 원근을 껴안고에는 히로히토(裕仁·1901∼1989) 전 일왕의 모습을 담은 실크스크린 작품이 불타는 장면이 있었다.

나고야에서도 이달 6일부터 11일까지 소녀상 등이 포함된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지난 8일 전시회장에 폭죽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담긴 우편물이 배달되면서 행사가 중단됐다. 지난달 25일부터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표현의 부자유전·그후 도쿄 에디션’도 우익 등의 방해 활동으로 전시회장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연기됐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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