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재난지원금' 싸고 정면충돌 양상
[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이 ‘5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고 당론을 정했지만 정부가 ‘소득 하위 80% 지급’ 원안을 고수하면서 당정이 충돌 양상을 빚고 있다. 민주당은 전 국민 지급에 반대하는 기획재정부를 비난하고 국민의힘이 합의를 파기했다고 비판하지만 당정협의 결과를 깼다는 점에서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여당의 원칙과 철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전 국민 지급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선별지원 시 ‘소득 역전’ 등 형평성 논란이 커질뿐더러 각종 행정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고통에 대한 전 국민 ‘위로’가 필요하다고도 설명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국민과 가구에 위로가 되는 추경”이라고 표현했다. 당내에서는 민심을 근거로 여당이 정부와의 협의 내용을 바꾸는 건 문제없다는 주장도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소득 하위 80%’ 입장을 유지했다. 홍 부총리는 “국회 일각에서 100% 안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80%를 거르는 데 복잡하고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여러 여건상 80% 지급에 있어서도 국회가 결정하면 저희가 집행을 차질 없이 하겠다”고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예결위 답변에서 80% 지급안에 대해 “재난지원인데, 재난 기간에도 전혀 소득이 줄지 않았던 고소득자들에게는 일종의 사회적 양해가 될 것”이라며 “그만큼 사회적 기여를 한다는 자부심을 돌려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손해나 소득 감소가 없는 층까지 다 주는 게 옳은가라는 회의가 있는 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에선 김용민 최고위원이 TBS 라디오에서 “(홍 부총리) 해임 건의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고 말하는 등 선별지급안을 고수하는 재정당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오락가락 행보가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도 있다. 형평성에 관한 문제제기는 예견됐는데도 정부의 선별지급에 동의하면서 논란이 커지는 데 한몫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정부와 청와대가 ‘양극화 해소’를 명분으로 선별지급을 강하게 요구하니 일단 받아들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상황은 민주당이 그간 주장해온 전 국민 지원의 근거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전 국민 지급의 전제조건으로 ‘코로나19 안정’을 내세웠지만 이미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시작된 상황이다.
박광연·곽희양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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