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가구장인 조창걸, 사모펀드에 한샘 넘겼다

변희원 기자 2021. 7. 1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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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 PE에 한샘 지분 약 20% 매각 양해각서 체결
국내 가구·인테리어 1위 업체인 한샘이 매물로 나왔다. 매각이 성사되면 한샘은 창사 50여 년 만에 새 주인이 들어선다./김연정 객원기자

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 업체 한샘의 주인이 IMM프라이빗에쿼티(PE)로 바뀐다. 한샘은 14일 조창걸(82) 한샘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자 일부가 가진 지분을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매각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한샘 전체 지분의 약 20%로 기업 경영권을 넘기는 것이다.

뉴시스

조창걸 명예회장이 지난 1970년 창업한 한샘은 지난해 매출 2조674억원, 영업이익 903억원을 달성했다. 조 명예회장은 직계자손 중에 경영권을 이을 후계자가 없자 고민 끝에 매각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샘은 2년여 전에도 매각을 시도한 적이 있지만 인수 희망자들과 매각 가격에 대한 의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까지 한샘의 매출이 성장세를 보이면서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적기에 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인수가는 시세의 2배... 1조원대

사모펀드와 유통업계에선 한샘의 매각 가격을 1조원대 중반쯤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샘으로부터 매각 제안을 받았던 사모펀드와 대기업에 따르면 한샘은 주당 매각 가격을 주식 시세 대비 두 배를 원하고 있다. 최근 한샘의 주가가 10만원대 초반인 것을 감안하면 주당 22만~23만원을 희망하는 셈이다. 이 경우 매각 금액은 1조 원이 넘는다. 한샘 측은 “최종 계약 체결 여부, 최종 매매 대금 및 구체적인 매매 조건은 실사 이후 추후 확정된다”고 했다. 실사는 6주 정도가 걸릴 예정이다.

한샘 조창걸 명예회장은 경영권 승계에 대한 오랜 고민 끌에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샘 관계자는 “조 명예회장이 수년 전부터 보유 지분 매각이나 지주 회사 전환 등 여러 방법을 고민했었다”고 했다. 지난해 코로나로 인테리어 시장이 커지면서 몸값이 높아진 지금을 매각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샘은 조 명예회장이 1994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부터 30년 가까이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해왔다. 조 명예회장 슬하에 1남 3녀를 뒀지만 장남이 2012년 사망했고 세 딸과 며느리는 모두 경영에 참여한 적이 없다. 세 딸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3%밖에 안 된다. 최대 주주는 조 명예회장(15.45%)이고, 재단, 계열회사, 친인척 등이 포함된 특수관계자(14.74%), 미국계 헤지펀드 테톤캐피털파트너스(8.43%), 국민연금(6.92%) 순으로 이뤄져 있다.

◇승계 문제로 고민하다 경영권 매각

한샘의 새로운 주인이 되는 IMM PE는 온라인 가구·인테리어 업체인 오하임아이엔티의 대주주 IMM인베스트먼트와 같은 계열로 알려져 있다. 오프라인에서 강세를 보이는 가구·인테리어 업체 한샘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IMM PE가 갖고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온라인이나 렌털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 한샘 관계자는 “한샘의 경영 방침이나 앞으로의 사업 계획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인수자를 찾고 있었는데, IMM PE가 여기에 가장 적합했다”면서 “조 명예회장이 기존 경영진과 직원들을 그대로 승계하는 조건으로 인수자를 물색해 왔다”고 했다.

조 명예회장은 이번 지분 매각을 마친 뒤 자신이 2012년 설립한 태재재단을 강화할 계획이다. 태재재단은 장학 사업과 국내 학술 지원 사업을 하는 공익 법인이다. 조 명예회장은 2015년 3월 태재재단에 자신이 보유한 한샘 지분의 절반인 260만여 주를 출연한다고 발표했고, 지금까지 출연한 지분은 총 166만 주다. 한샘은 이번 매각 대금으로 재단 출연 약속을 완성한다고 밝혔다. 한샘 관계자는 “조 명예회장이 오래전부터 사회를 위해 공헌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해왔고, 이번 매각과 함께 자신의 약속을 더 구체적으로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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