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불발'..뒷심 없었던 문재인 정부

신다은 2021. 7. 1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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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9160원..올해보다 440원 인상
연평균 인상률 7.3%..박근혜 정부는 7.4%
경영계·소상공인 "코로나 위기에 부담"
노동계 "소득격차 해소 포기했나" 반발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 오른 시간당 9160원으로 결정된 1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전원회의실에서 관계자가 모니터 앞에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위기에도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 오른 데는 앞으로 경제가 반등할 가능성과 그에 따른 물가 인상, 이전 정부와 평균치를 맞춰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 등이 작용했다. 이번은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마지막 최저임금 결정이었다.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이란 큰폭 인상을 약속하며 출발했던 이 정부의 인상률이 결과적으로 이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용두사미’라는 평가는 피하기 어렵게 됐다.

최저임금위원회가 13일 0시에 즈음해 표결로 결정한 2022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은 전년도보다 440원(5.0%) 오른 9160원이다.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각각 제시한 인상률은 14.7%(1만원)와 1.49%(8850원)로 워낙 간극이 컸다.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자 정부 추천 공익위원이 5.1%라는 인상률을 대안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올해 경제성장률(4%)과 소비자물가상승률(1.8%)을 더한 뒤 취업자증가율(0.7%)을 뺀 값이었다. 공익위원은 이를 토대로 계산한 9164원에서 4원을 절삭해 9160원을 표결에 부쳤다. 하지만 민주노총 쪽 노동자위원은 이런 논의 흐름에 항의하는 뜻으로 표결 전에 일찌감치 퇴장했다. 결국 사용자위원과 한국노총 쪽 노동자위원, 공익위원 23명이 표결에 참여한 가운데 9160원 안건이 13표 찬성, 10표 기권으로 가결됐다.

공익위원들은 이번 절충안이 다가올 경제 반등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표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올해 (코로나19로)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내년 경기가 정상화되고 회복될 가능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경영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을 내어 “코로나19 위기상황을 어떻게든 버텨내고 있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고 소상공인연합회도 “수도권 거리두기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는 소상공인들에게 더욱 큰폭의 인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반대로 노동계는 ‘코로나19로 악화한 저임금 노동자의 삶과 소득분배 지표를 개선하기에 여전히 부족하다’(한국노총)거나 ‘소득격차 해소를 포기한 결정’(민주노총)이라며 유감을 표현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당시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뭇매를 맞았지만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인상률 연평균은 이전 정부와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임기 내 결정된 5차례의 2018년∼2022년도 최저임금 결정에서 평균 인상률은 7.3%로, 2013년∼2017년 박근혜 정부 때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 7.4%와 거의 유사하다. 앞서 2018년도와 2019년도 최저임금은 각각 16.4%, 10.9%로 크게 올렸으나 2020년도 2.85%, 2021년도 1.5%로 인상률이 급격히 낮아졌던 탓이다.

전문가 “수출 대기업 중심 구조 혁파…영세기업·자영업자 지급여력 키워야”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폭을 처음부터 안정적으로 배분해 유지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최저임금 제도를 연구하는 황선웅 부경대 교수(경제학부)는 “이번 정부에서 배운 교훈은 최저임금의 인상 수준보다도 제도의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결과론적이지만 임기 내 연평균 7%가 나올 거였으면, 매년 비슷하게 올리는 편이 소비진작 효과나 자영업자 부담 경감 면에서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최저임금 큰폭 인상’이란 방향성은 옳았으나 정책 의지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임기 첫해인 2017년 당시에는 대선후보 대다수가 1만원을 공약했고 사용자위원들도 임금인상률 최종 요구안을 12.8%로 제시할 정도여서, 그때 7% 수준을 주장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다만 취업자의 20%에 이르는 자영업자 이슈와 관련해 프랜차이즈 갑질이나 임대료 갈등을 더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정부가 최저임금 공약을 밀고 가기엔 힘에 부쳤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없었던 2019년부터 정부 추천 공익위원들이 인상률 선을 낮췄다고 지적하고, “그때 이미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정책의제에서 사라졌다”고 평했다.

김성희 고려대 교수(노동대학원)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최저임금 외에 소득 격차를 해소할 수단이 없어서 매번 논란이 반복되는데, 다른 소득안전망을 어떻게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지 더 전향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며 “수출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에 따른 기업 간, 노동자 간 소득 격차를 해소하고 자영업자에 대해서도 방향성 있는 정책을 제시해서 영세기업이나 자영업자 등의 사용자도 최저임금 지급 여력이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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