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소상공인 우선" "원안 고수".. 여야정 엇박자에 산으로 가는 추경

박세인 2021. 7. 1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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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전 국민 지원은 국민의 뜻".. 정부 "큰 틀 변경 불가"
야당 "소비성 예산 쳐내고 소상공인 지원부터"
민주당, 최고위서 당정 합의 뒤집기로 결정
홍남기 거취론 재부각 가능성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윤후덕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달 중 처리를 계획 중인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여야정 간의 극심한 의견 충돌로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당정 합의를 뒤집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기로 해, 추경 원안 고수를 주장하는 정부와 여당의 갈등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추경을 수정하자는 데 동의한 여야 입장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다르다. 여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관철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야당은 소상공인 지원 확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 여야 대표가 전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가, 100분 만에 번복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도 이런 입장 차이가 반영된 결과다.

서로 접점을 찾기 어려운 여야정 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향후 국회 추경 심사과정에서 큰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당정 간 갈등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으면 지난해처럼 홍남기 부총리의 거취론이 또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여야 총공세에도... 홍남기 '원안 고수' 강경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에 출석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동의하지 않느냐”는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국회에서 합의하면 정부는 따라가는 것”이라는 우원식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도 “재정 운용은 정치적으로 결정하면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정면으로 맞서기도 했다.

여당은 이날 소상공인 지원 강화와 함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관철을 위해 홍 부총리를 강하게 압박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라는 )국민의 뜻을 정부가 수용해야 한다”며 “특히 팬데믹이 심해진 상황에서 3분기 6,000억 원의 소상공인 손실 보상 재원 보강도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재원 마련을 위해 2조 원 규모의 국채 상환을 미뤄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추경까지 해서 국채를 갚아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냐”고 홍 부총리를 압박했다.

야당도 정부에 추경 조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소상공인에 대한 두꺼운 지원이 우선이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그 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무 상환을 미루는 데에도 반대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추경안 범위 내에서 우선순위를 조정해 경제 활동에 타격을 많이 받은 소상공인, 취약계층에 재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며 “추가로 적자국채 발행을 하거나 당초 계획했던 채무상환을 없던 일로 하고 돈을 당겨 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당정 합의 뒤집은 민주당... 홍남기 거취론 솔솔

그러나 정부는 이미 제출한 추경안을 대폭 수정하는 데에 반대하고 있다. 큰 틀은 그대로 가져가되 코로나 4차 재확산으로 인한 방역 강화 예산,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에 따른 소상공인 손실 보상 예산에 대해서만 국회와 상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물론 신용카드 캐시백 예산 활용, 국채 상환 철회 등에 대해서는 협상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경제 어려움을 뒷받침하기 위해 (캐시백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금액은 유지하고 8~10월에 시행하려던 것을 9~11월에 하는 등 방역과 관련해 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국채 상환과 관련해서도 “국채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있고,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전략적으로 고려해 상환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정 간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국회 추경 심의 자체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해 '소득 하위 80% 국민에게만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기존 당정 합의를 뒤집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정 합의가 한순간에 파기되자 정부는 사태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추경안 변경 과정에서 정부도 엄연히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당정 간 갈등 수위가 높아지자 홍 부총리가 지난해처럼 거취를 걸고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11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인 대주주 요건 강화 논란 때도 “정책 신뢰성이 훼손된 것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표를 낸 바 있다. 그는 올해 첫 추경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이 나오자 도덕경의 ‘지지지지’(知止止止·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를 인용하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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