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도연 "300만원, 내 운명을 바꿨죠"

지난 2015년부터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예능상 후보로 꾸준하게 참석했던 장도연.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지만 혹시 모를 결과에 매번 시상식에 참석할 때마다 수상소감을 준비했다. 하지만 번번이 빈 손으로 돌아가 올해도 큰 기대 없이 참석했다는 그는 크나큰 수상의 기쁨과 마주해 당황했다고 고백했다. 약 두 달만에 마주한 트로피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것을 확인한 장도연은 "이제나저제나 기다렸다. (백상은 트로피를) 후 배송 한다고 하는데 처음 받아봐서 잘 몰랐다. 굉장히 기분이 묘하다"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지난 5월 진행된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수상 장면을 다시 본 장도연은 "후보들의 모습을 담는 5 분할 자체가 너무 소중하다"라고 했다. "집에서 시청 중인 부모님은 딸 언제 나오나만 보고 있는데 그때가 유일하게 샷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서 어떻게 하면 좀 더 까불 수 있을까 생각하는데 이번엔 마스크를 쓰고 있어 아쉬웠다. 그 순간 '혹시나 0.0001%라도 내 이름이 불리면 어떻게 하지?'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카메라가 너무 크게 날 비추니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라고 회상했다.



시상식 이후 많은 축하 인사가 쏟아졌다. 장도연은 "'휴대전화 배터리가 이렇게까지 빨리 달 수 있구나!'란 걸 느꼈다. 정말 많은 축하를 받았는데 그중에 '네 상이니까 떳떳하게 받아'란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백상 이전과 이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다만 일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 상을 괜히 줬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타이틀이 하나 더 생겼으니 (백상에) 먹칠하지 않는 개그우먼이 되겠다"라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이 상을 계기로 '효도'를 할 수 있어 좋았다는 장도연. "부모님이 시크한 편이다. 특히 아빠가 평소 표현을 잘 안 하는 편인데 그날은 집에서 엄마한테 너무 꿈같아서 팔을 꼬집어보라고 했다더라.(웃음) 지금도 자주 얘기하신다"라고 덧붙였다.
올해로 데뷔 14년 차가 됐다. 무명 시절 자체를 자신이 무명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 크게 힘들지 않았다는 장도연. 한 해 한 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할 수 있는 일이라면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웃기는 게 최고'란 일념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방송 자체가 좋았고 방송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이젠 잃을 게 생기니 좀 더 조심하게 된다. 말하기 전에 생각하고 곱씹어보는 편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일을 하다 보니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바로 들키는 것 같다. 사람 자체가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장도연은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이하 꼬꼬무)' MC를 맡고 있다. 첫 교양 프로그램 진행이다. "'꼬꼬무'를 하면서 정말 많이 공부하고 있다. 나 역시 모르고 있던 것, 잊고 지냈던 걸 곱씹으며 시청자들에게 전할 수 있어 의미가 큰 프로그램"이라고 꼽았다. 그러면서 애착이 넘치는 프로그램들을 하나둘 언급했다. "SBS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도 이동욱 씨의 방송에 참여하는 태도나 자세를 보며 많은 걸 배웠다. tvN '코미디 빅리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매주 무대에 서는 것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무대를 보며 웃어주는 관객들의 에너지가 정말 컸다. 대선배님들과 함께 방송을 한다는 것 자체가 꿈같은 JTBC '1호가 될 수 없어'도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학창 시절 장도연은 낯가림이 정말 심한 학생이었다. 그래서 해마다 반이 바뀌는 게 가장 무서웠고, 버스 탔을 때 벨 누르기 전 떨리는 마음을 잡을 길이 없었다. 절친한 소수의 친구들 앞에서 재치 넘치는 입담을 자랑하긴 했지만 앞에 나서서 친구들을 웃기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소극적이고 낯가림이 심한 그가 개그우먼의 길에 들어선 건 우연히 접한 방송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대학생 때 빵집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무리 일해도 한 달에 300만 원을 벌긴 무리였다. 그런데 어느 날 '말 잘하면 300만 원'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방송(Mnet '톡킹 18금')을 보게 됐다. 상금에 욕심이 생겨 출연했는데 1회 때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계속 출연했다. 엄마의 입꼬리가 광대를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봤던 때다.(웃음) 이후 신동엽 선배님이 개그우먼 공채를 추천했고 그렇게 KBS 공채를 보고 개그우먼의 삶을 살게 됐다. 돈에 눈먼 한 학생의 운명이 그렇게 바뀌었다. 감사하게도 일하면서 낯가림이 많이 극복됐다. 개그우먼이라 직업 때문에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와준다. 직업 덕을 많이 보고 있는 것 같다. 200% 이상 만족하는 직업이다."
좋아하는 관심사는 분명하다. 빵과 김밥에 진심이다. 장도연은 "빵을 정말 좋아한다. 좋아하는 빵집에 주차시설이 잘 되어있지 않아 왕복 8~9km 거리를 걸어서 다녀왔다. 빵이라는 목표가 있으니 빨리 왔다 갔다 하게 되더라. 모르는 동네에 가면 일단 가장 가까운 빵집, 내 스타일에 맞는 빵집과 김밥을 찾아본다. 그것이 나의 취미"라고 말했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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