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할 줄 아는게 뭐야?".. '괴롭힘 방지법' 2년, 여전히 갈 길 멀다 [심층기획]
"피해 경험" 응답 36→33% 소폭 감소
직접 처벌조항 없고 5인 미만기업 제외
부당지시·폭언·차별대우 順 여전히 많아
3명 중 1명은 "그런 법 있는지도 몰라"
MZ세대 사회 진출.. 인식차도 '한몫'
'회식서 장기자랑' 20대 대부분 "갑질"
"옛날엔 더했어".. '라떼 타령'도 강요
10월 사업주 책임 강화 개정안 시행
수직적인 조직문화, 갑질로 발현
'성과 중심' 국내기업 현실 보여줘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A씨는 입사 뒤 상사로부터 ‘모멸감’을 가장 많이 배웠다. A씨를 향한 상사의 말에는 늘 가시가 돋쳐 있었다. 상사는 “일을 어디서 그따위로 배웠냐”, “오늘부터 밤새워서 일해 볼래?”라며 A씨를 무시하고 비아냥거리는가 하면 기분이 나쁠 땐 거리낌없이 욕설까지 퍼부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폭언을 듣고 있자면 상사의 ‘감정 쓰레기통’이 된 기분이었다. 업무보다도 상사와 함께 있는 것 때문에 회사생활이 힘들어진 A씨는 참다못해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사회생활을 왜 그렇게 못하냐’는 비난이었다.
#2. 직장인 B씨는 입사 뒤 체중이 10㎏이나 빠졌다. 회사 부사장에게 받은 스트레스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B씨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사장은 B씨의 행동 하나하나를 트집잡고, B씨만 빼고 다른 직원들과 밥을 먹으러 가는 등 따돌리기도 했다. B씨는 “아무 때나 소리를 질러서 늘 긴장 상태”라며 “밤에 잠을 자다가도 놀라서 벌떡 일어날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B씨는 부사장의 괴롭힘으로 정신과 상담까지 받으면서도 부사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할 엄두는 내지 못하고 있다.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는 직원은 30명이 넘지만, 회사가 별도로 등록돼 있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5인 미만의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할 수 없다.
최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사례들이다.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오는 16일로 시행 2주년을 맞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 법 시행 이후 직장 내 갑질문화 등 부조리 개선을 위한 인식과 제도가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거나 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의 인식 차가 또다른 갈등이 되고 있다. 젊은 세대는 ‘괴롭힘’이라고 생각하는 행동을 기성세대는 괴롭힘이라고 인지조차 못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직장인 절반 ‘괴롭힘 줄지 않았다’
1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명시한 근로기준법은 2019년 7월16일부터 시행됐다. 사내에서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한 법이다.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조롱하거나, 개인사에 대한 뒷담화, 욕설, 모욕감을 주는 언행, 집단 따돌림, 의사와 상관 없이 음주·흡연·회식 참여를 강요하는 것 모두 괴롭힘에 들어간다.


◆세대 간 인식 차이는 또 다른 뇌관

이 같은 인식 차는 갑질문화를 근절하기 위한 과제로도 꼽힌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사업주(사용자)가 신고를 받게 돼 있는데 낮은 연차·연령에서 피해 사례가 발생했을 때 상사나 사업주에게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점은 신고 자체를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
오는 10월 개정되는 근로기준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업주의 관리 감독 책임이 커졌다. 사용자가 괴롭힘 신고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갑질 신고에 대한 비밀유지 조항이 추가됐다. 그러나 괴롭힘의 사례가 교묘해지고 수법도 다양해지는 만큼 법의 문제로만 남겨두는 것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네이버는 가치 사슬 안에 있는 모두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네이버 ESG 보고서)
“카카오는 인간 중심 철학을 기반으로 서로를 존중하며 모두가 함께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카카오 인권경영선언문)
최근 직장 내 괴롭힘 실태가 폭로된 네이버와 카카오는 거대 정보통신(IT)기업이라는 점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바로 두 회사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다른 기업에 비해 적극적이었다는 점이다. 두 기업의 사례는 ESG 경영을 기업 현장에 안착시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12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ESG 경영은 최근 국내외 주요 기업의 화두다. ESG 경영은 친환경을 비롯해 사회적 책임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포괄적 의미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의미한다.
반면 국내에선 ESG 경영이 대체로 보여주기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들이 앞다퉈 ESG 보고서를 내며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된 ESG경영’이라고 체감할 만한 부분은 크지 않다. 실제 직장 내 괴롭힘 실태가 드러난 네이버의 경우 ESG 보고서에서 “모든 임직원을 능력과 성과에 따라 합리적으로 대우한다”고 명시했다. 카카오 역시 “차별 없는 근무환경을 제공하며 구성원의 인격을 존중하고 합리적으로 대우한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네이버는 최근 일부 직원의 괴롭힘 행위와 그로 인한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 부족한 리더십 등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카카오 역시 직원에 대한 괴롭힘을 비롯해 주 52시간 이상 근무를 시키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실태들이 근로감독에서 적발됐다. 이는 한국 사회의 수직적 조직문화에서 비롯한 병폐란 지적이 나온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은 “직장 내 괴롭힘은 기업문화에 깊이 뿌리박힌 구시대적인 조직문화가 괴롭힘 등의 형태로 발현되는 것”이라며 “성과만 바라본 국내 기업들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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