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코인상폐 속 '장난으로' 만든 도지는 왜 살았을까

조준영 기자 입력 2021. 7. 13. 05: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도지코인


오는 9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른 사업자신고를 앞두고 코인거래소들이 앞다퉈 수십개 코인을 상장폐지하는 가운데 장난삼아 만든 도지코인은 여전히 건재하다.

2013년 비트코인 열풍을 풍자하기 위해 만든 도지코인은 발행량도 무제한인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콘텐츠에 대한 '팁' 정도로 사용되는 등 활용도도 크지 않은 코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트위터를 통해 잇달아 도지코인 띄우기에 나서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실제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펌핑'됐다며 하락을 우려했지만 글로벌 시가총액 7위(약 32조원) 코인으로 매일 7000억~8000억원어치 코인이 거래되는 등 가상자산의 대표주자가 됐다.

가상자산 공시플랫폼 쟁글은 지난 2월 신용도 평가를 통해 도지코인에게 'A-' 등급을 부여했다. 이는 신뢰성과 역량을 갖춘 상대적으로 우수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란 의미다.

다만 밈코인으로 코인 자체가 내재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블록체인 기술이 타겟 시장내에서 갖는 강점이 뚜렷하다고 볼 수 없다며 한계가 있는 코인이라고 평가했다.

하나의 이색적인 코인열풍 정도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최근 국내 거래소들의 무더기 상폐결정에 '내 코인은 왜 죽이고, 도지는 왜 살리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단순히 거래량이 많아 거래소가 막대한 수수료수익을 올릴 수 있으니 살려두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근 거래소 자체발행 코인 등 이해관계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코인 외에도 불분명한 이유로 상장폐지 되는 코인들이 상당수다. 거래소들은 자체 상장폐지 기준에 따라 심사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기준공개도 없을 뿐더러 갑작스런 상폐결정에 시장혼란이 커졌다.

도지코인을 왜 상장시켰냐는 질문에 대해 거래소들로부터 구체적인 답은 듣기 어려웠지만 상장 시키지 않은 이유가 분명한 곳도 있었다.

현재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국내 4대 거래소 중 코빗을 제외한 3개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는 도지코인을 거래 중이다. 코빗 관계자는 "(도지코인은) 블록체인 생태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활용도도 낮고 가격변동도 지나치게 크다"며 "회사의 상장기조와 맞지 않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관련 전문가들은 도지코인이 백서에 충실하게 밈코인으로 사용되고 코인보유자들이 상당수다보니 네트워크효과가 크다며 일정부분 발전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도지코인에 대한 일각의 문제제기는 타당하다면서도 이는 국내 거래소들의 상장·상폐기준에 모호성 때문에 생긴 것으로 진단했다.

가상자산을 연구하는 한 대학교수는 "도지코인은 처음부터 재미로 만든다고 밝혔고 '짤' 등 컨텐츠에 대한 팁용도로 사용됐다"며 "사실 도지는 백서대로 그 용도에 맞게 가고 있다. 다만 머스크 등 발언에 의해 가격이 급등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상장폐지가 아니라 이상급등 현상을 보이니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거래소가) 전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백서대로 코인이 운영되는지 보겠다거나 무의미한 코인은 취급하지 않겠다는 등 기준이 미흡하다며 "도지코인을 왜 없애지 않냐보다 의도적으로 한국에서 만든 코인만 없애려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제일 문제"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도지코인 관련해 불공정거래가 드러나는 등 불법적인 부분은 없었다"며 "여러 투자자들이 시장가치를 인정하고 유통하는 것을 보면 상장폐지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관들이 도지코인 일부를 매입하거나 코인베이스가 (도지코인을) 상장시켰다는 것을 보면 어느정도 시장이 인정하는 측면이 있다"며 "상장에 성경과 같은 원칙이나 진리는 없다. 투자자보호를 위해 시장환경에 따라 상장관리를 잘 해야 하는 등 대응의 문제"라고 밝혔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최근 상폐된 코인 중 페이코인, 피카 등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런 코인들이 갑자기 퇴출되면 도지코인과 비교해 '쟤는 뭔데 살려주고 얘는 죽이냐'는 얘기가 당연히 나오는 것"이라며 "도지코인은 그래도 거래가 활발하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최근 상폐된 코인들이 거래량이 적은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지코인은 나온 지 오래된 코인이다. 머스크 도움을 받는 등 위로 올라오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상장폐지된 코인들도 이런 과정들을 밟고 있는 중이었는데 상폐기준이 부당하고 불합리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