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레반 세력 확장에..미국 "인접국에 미군 주둔"
[경향신문]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인 ‘20년 전쟁’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군 철수와 함께 탈레반이 빠르게 세력을 키우는 등 아프간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미국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미군 철수라는 기회를 노려 러시아와 중국이 아프간으로 세력확장을 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미군 주둔과 아프간 난민 수용을 위해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아프간과 국경을 접한 국가들과 접촉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의 악화되는 안보 상황과 폭력 증가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 당국은 아프간의 85%를 장악했다는 탈레반 측 주장이 과장됐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아프간 상황이 급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 것이다. 커비 대변인은 아프간 인접국에 미군을 새로 주둔시키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라크전 종전을 선언하고 미군을 완전 철수시킨 뒤 극단적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와 시리아 일부 지역을 점령하고 민간인 학살과 테러를 일삼았던 악몽을 잊을 수 없다. 게다가 미군이 아프간에서 완전 철수하면 중동 또는 인도양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아프간을 담당해야 하는데 거리가 멀다는 단점이 있다.
아프간과 국경을 접한 나라는 중국, 이란,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등 6개국이다. 중국과 이란이 자국 영토에 미군 주둔을 허용할 리 만무하므로 후보국은 4개국으로 좁혀진다. 실제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최근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등 아프간 인접국 외교장관과 잇따라 접촉했다. 앞서 잘메이 칼릴자드 국무부 아프간 특사도 지난 5월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잇따라 방문했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파키스탄의 임란 칸 총리는 일찌감치 미군 주둔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은 구소련에 속했던 나라들로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여전하고,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 역시 높다.
결국 미국이 아프간 인접국에 미군을 주둔시키려면 해당 국가들에 러시아나 중국의 압박, 국내 반대 여론 등을 떨쳐낼 만한 정치·경제적 ‘당근’을 제공해야 한다. 문제는 미국이 전통적으로 지정학적 중요성이 떨어졌던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협력을 사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됐느냐는 점이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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