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전세 효과' 알면서도..與, 집값폭등 주범 몰아 폐지 밀어붙여
김현미 2017년 유튜브서 홍보
정부, 등록임대 늘자 자화자찬
與, 지지층 압박에 폐지 무리수
임대사업자 "우린 정치 희생양"
◆ 임대사업 혜택 축소 파장 ◆
"정부 임대사업자 정책 실험의 희생양이 된 것 같아요. 정책이 크게 두 번이나 바뀌니 두 다리 뻗고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등록임대사업자 A씨)
문재인정부가 전면 폐지까지 추진하고 있는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는 역설적이게도 이번 정부 임기 초반에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나서 홍보까지 한 제도였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2017년 8월 유튜브에 직접 출연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금융 혜택을 드리니 다주택자분들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7·10 대책에선 단기임대(4년) 및 아파트 매입임대(8년) 제도 폐지가 포함됐고, 정책 기조는 한순간에 뒤집혔다. 급기야 올해 5월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에서 모든 주택 유형에 대한 매입임대 신규 등록을 받지 않고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혜택도 임대 말소 이후 6개월 이내 매각하는 경우에만 적용해야 한다고 발표하는 등 사실상 등록임대사업 폐지 쪽으로 가고 있다. 기존에는 임대 의무기간을 채운 경우 중과 배제 시한이 없었다.
정부는 등록임대주택 수 증가를 국정과제 실적으로 제시하면서도 정작 신규 등록은 받지 않아 모순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5월 발표된 '문재인정부 4년 100대 국정과제 추진 실적'에는 등록임대주택이 2017년 98만2000가구에서 지난해 6월 160만6000가구까지 늘었다며 집주인과 세입자가 상생하는 임대주택이 늘어났다고 적어놓았다. 정부는 등록임대주택으로 임차인이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가 국정과제였으면 끝까지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세입자 주거 안정 효과는 인정하면서 제도 자체는 폐지하려고 하니 속이 타들어갈 뿐"이라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비등록 임대사업자는 전셋값을 올리는데 임대사업자는 상한선 5%에 걸려 전세 시세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며 "투기성이 있다고 시장 순기능 자체를 도외시할 것이 아니라 세제 개편 등으로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고 했다. 대부분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사업자 제도에 대해 긍정적이다.
심지어 국책연구기관도 임대사업자가 집값을 상승시켰다는 주장에 사실상 반대했다. 지난해 7·10 대책 발표 이후 3개월 뒤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민간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제도의 성과 점검과 개선 방안'에 따르면 등록임대주택 증가가 초래한 매물 잠김이 매매가격을 상승시켰다는 우려는 실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돼 있다.
민주당 부동산특위 결정으로 논란이 커지자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은 생계형 비아파트 임대사업자에 한해 기존 혜택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또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립서비스'란 지적이 나왔다. 생계형이라는 정성적 단어를 나이·주택 수·공시가격 등 정략적으로 따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은 눈치만 보다가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원점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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