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무엇이든 될 수 있다면, 당신은 뭐가 되고 싶은가요?
무엇이든 마음대로 될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이 되고 싶은가요? 여성? 남성? 로봇? 개? 고양이? 돌멩이? 다음 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요즘 핫하다는 가상현실 세계인 ‘메타버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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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지만 매력적인> 가상세계, 그것이 알고 싶다!
'가상 현실' 연구계의 떠오르는 신예 학자, 안선주 교수를 만나다!
'메타버스' 열풍 왜 지금?
[ https://www.sdf.or.kr/ ]
(사진제공: 사라 이. 프리먼 Sarah E. Freeman)>
제가 맨 처음 VR(가상현실)을 공부했던 2006년에는 가상현실 헤드셋이 5천만 원대였는데, 지금 제가 오늘 가지고 온 헤드셋 같은 경우에는 250불까지 가격대가 내려갔기 때문에 타이밍으로 봤을 때는 굉장히 화제가 될 만한 시기인 것 같아요. 사실 "코로나의 수혜를 가장 많이 본 분야"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요즘 화상회의를 많이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지 않은 부분에 대한 제한을 많이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쉽게 얘기해서 물건을 건네줄 수도 없고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도 없고요.
왜냐하면, 강의를 집에서 각자 인터넷으로 볼 수 있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옆에 아바타가 같이 나와 뭔가를 공유하는 경험이 있었다는 게, 많은 참가자들한테 좀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지 않았나? 코로나 기간 동안 재택을 하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런데 이게 어떻게 보면 좀 만화 캐릭터 같지만, 심지어 졸라맨 같이 전혀 리얼리즘이 없는 상황에서도 인간의 뇌는 그걸 충분히 의인화해 이해하거든요. 이렇게 아바타를 통해 다른 사람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한 공간에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외로움이 훨씬 더 감소 되는 것을 저희가 직접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Q. 게임에서 캐릭터를 정할 때는 나는 여성이니까 여자 캐릭터 이렇게 고민없이 골랐는데, 메타버스에서는 아바타가 ‘멀티페르소나’라고도 하니까 쉽게 고르지를 못하겠더라고요.
오늘의 나가 내일의 나와 똑같이 생길 필요도 없고, 음, 내가 반드시 사람이어야 할 이유도 없고, 표현을 하고 싶은 대로 나를 표현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생기고 싶냐. 이게 음, 생각보다 어려운 질문이에요.
제가 이제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아바타를 만드는 것을 첫 과제로 많이 내줘요. 네가 표현하고 싶은, 여러분이 되고 싶은 메타버스 내에서 그게 무엇이든 좋으니까 만들어보라고 하면, 사실 많은 학생들이 고민, 고민을 하다가 결국에 현실의 나와 거의 유사한 아바타를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Q. 생각이 바뀌거나 행동이 바뀔 수 있다고 하셨는데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가령 이제 ‘프로테우스 효과’라고 하는데, 저희가 아바타를 선택을 했을 때, 그 아바타에 관련된 컨셉과 내가 나 자신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는 자아에 대한 개념이 좀 겹치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아바타와 좀 오래 이 활동을 했을 때, 혹은 내가 이 아바타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상호 작용을 했을 때, 그 아바타로서의 나와 현실의 나의 개념이 서로 합쳐지게 되는 순간이 와요. 그래서 내가 가상 현실을 떠나고 현실 세계로 다시 진입을 하더라도 그 아바타로서의 나에 대한 개념이 같이 따라오게 됩니다.
*** 프로테우스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이용자가 자기 아바타를 반드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연구에서는 '가상의 거울'을 활용한 방식으로 가상세계에서나 자신의 아바타를 볼 수 있게 함으로써 효과를 이끈다.
Q. 아바타로 타인에 대한 공감도 키울 수 있나요?
요새 굉장히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연구가 이제 VR을 활용하면, 다른 사람들, 타인들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을 많이 가지고, 이제 많은 연구자들이 이 연구를 진행을 하고 있는데, 사실 “VR이 무조건 공감을 늘린다” 라고 이야기하기는 좀 어려워요. 타인을 이해를 한다는 것은 그 경험만 공유를 하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살아 나가는 굉장히 많은 부분들을 알고 있어야 되는데, 사실 VR로 저희가 전달을 할 수 있는 경험들은 굉장히 몇 가지 부분들로 국한되어 있거든요? 사실 경험을 공유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내가 해보니까 사실 별거 아니던데? 이렇게 넘어갈 수도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 VR 경험 하나만으로 공감을 얘기하는 것은 다소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것 같아요.
(사진제공: 사라 이. 프리먼 Sarah E. Freeman)
'메타버스' 내 다양성 이슈는 어떤가요?
네, 사실 저희가 요즘 들어서, 이제 미국의 인종 차별 문제가 굉장히 심화 되면서, 아무래도 이런 고민들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는데, 이 테크놀로지 쪽에서는 AI도 그렇고, 뭐, 메타버스도 그렇고, 많은 개발자분들이, 그리고 이걸 이끌어 나가는 이 개념들, 개념화하는 그런 활동 자체가 백인 남성 위주로 이게 이어지다 보니까 이제 과학적인 논제라고 이해를 하고, 그런 것을 기반으로 한 여러 가지 그런 정책들을 펼쳐 나가게 되는데 그러면 이건 사실 저희의 생각은 반영이 안 된 부분이 너무 많은 거예요.
(사진제공: 사라 이. 프리먼 Sarah E. Freeman)>
현실 회피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사실 사람은 원래 정복욕이라는 게 있죠. 미지를 탐험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굉장히 크거든요? 내가 모르는 다른 세계를 알아나가고 싶은 욕구가 굉장히 큰데, 그건 사실 현실 적응, 부적응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내가 모르고 있는 세상을 알아나가고 싶기 때문에 여행도 그렇게 하는 거고, 사실 우주를 가시는 분들이 현실이 싫어서 가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모르고 있는 그 다른 세계, 미지의 세계를 알아나가고 싶다는 그런 욕구가 본능적으로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가상 현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우리가 좀 더 확장해서 더 세상을 넓혀서 살아갈 수 있는 건가? 그래서 가상 현실과 우리가 살아나가고 있는 현실은 공존하게 되겠지, 이게 서로가 서로를 뭔가 대체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Q. 가상현실과 관련해서 현재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구 분야는 어떤 것인가요?
지난 10년은 가상현실을 개인이 활용했을 때 어떻게 행동양식을 변화시키고 뭔가 새로운 경험들을 제공할 수 있을까 등을 연구했는데, 향후 10년은 아무래도 메타버스에 집중해서 많은 유저들이 동시에 상호작용을 시작할 때 어떤 룰이 어떻게 바뀔 지에 관심이 집중될 거 같아요. 왜냐하면 아바타가 되면, 예를 들어 사람의 첫 인상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완전히 없어지거든요.
저희가 이제 누군가를 새로 만났을 때 그 외모 관련한 첫 인상, 그와 연관된 편견들이 굉장히 많은데 아바타로 만나다 보니까 그 판단 기준 자체가 완전히 변할 수 밖에 없어요.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고, 어떤 인종인지도 모르겠고, 사실 목소리도 변조를 많이 하기 때문에 여자인지, 남자인지 어떤 사람들인 그 사람의 백그라운드를 알기가 완전히 어려운 상태에서 우리는 관계는 어떻게 맺을 것이고 남녀가 첫 데이트를 할 때 여러가지 판단기준이 있을텐데 그게 완전히 없어지는 거예요.
메타버스에서 찾은 자유!!!
백문이 불여일견!
안교수는 직접 체험해볼 것은 제안하면서 최신 가상현실 헤드셋을 머리에 씌워줬습니다.
20분 정도의 튜토리얼을 경험해본 것뿐인데, 최근 해본 그 어떤 경험보다 즐거웠습니다. 과거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면 느꼈던 어지러움이나 그래픽의 조악함도 거의 느껴지지 않고, 순간 팀장이라는, 기자라는, 엄마라는, 아내라는, 며느리라는, 딸이라는 세상에서 부르는 모든 이름들은 잊힌 채 정말 오랜만에 나만을 위한 시간이 열렸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보내는 진정한 의미의 메타버스 경험까지 하지는 못했지만, 이 가상현실 세상, 자꾸 생각납니다.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경험이 현실 세상에서도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아 자꾸 입가의 미소를 띄게 합니다. 내가 있는 바로 이 자리에서, 어디 가지 않고도 잠시나마 이렇게 자유와 위안을 느끼게 해준다면, 저는 가상세계 또 가고 싶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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