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종인-이준석, 그리고 안철수..그들의 줄다리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식사 정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야권 '킹메이커'로 불리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매달려야 된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윤 전 총장과 김 전 위원장을 연결하려는 뜻을 보여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전 위원장은 9일 오후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윤 전 총장과 만날 계획에 "나는 모르겠다"며 윤 전 총장으로부터 연락도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부친상을 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조문한 뒤 기자들에게도 "아직은 아무런 계획이 없다"며 "(윤 전 총장이) 만나자고 그러면 내가 만날 수 있는데 특별하게 (만남 등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뀌고 뭐. (그런건 없다) 내가 언제 부정적으로 입장을 취한 적이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7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윤 전 총장은 김 전 위원장을 안 만나는 이유에 "그분이 우리나라에서 정치 경험이 가장 많은 분이고 어떤 상황이 되면 제게 의미 있는 조언을 해주시지 않겠느냐. 하지만 제가 지금은 그런 어떤 구체적인 방법론을 선택할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뵙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저녁 윤 전 총장을 만났던 김영환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종인 위원장을 찾아뵙는 일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면서 (윤 전 총장에게) 여쭤봤다"며 "(그러자) 먼저 뵈었어야 하는데 여러 사정이 겹쳤다고 하고 곧 찾아뵙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최근 김 전 위원장은 주변에 윤 전 총장에 대한 발언을 아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들과 함께 한 얼마 전 만찬에서도 윤 전 총장과 관련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윤 전 총장이) 위태위태해 보인다' 정도로 말씀하고 그 외에는 특별히 거론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신동아와 인터뷰에서는 "윤 전 총장이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무소속인) 지금 상태로 가는 수밖에 없다"며 "(윤 전 총장이) 굳이 지금 당에 들어가 다른 후보들과 옥신각신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제3지대에 머무르다가 11월에 국민의힘 후보와 야권단일화를 하는 방식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는 "그때(11월) 가서 지난 서울시장 재보선 때 단일화한 방법 이외에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입당하지 않을 경우를 가정한 '2단계 경선론'은 국민의힘 내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발언이 이례적이라고 본다. 한 정치권 인사는 "'매달려야 한다'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은 당 대표로서도 부적절하고 대선 후보에게도 무례한 태도"라며 "이 대표가 김 전 위원장과 사적인 관계가 아무리 두터워도 쉽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했다.
그만큼 정치적 포석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소위 '윤석열-안철수 연대설'을 강하게 경계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윤 전 총장은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 등 국민의힘 인사들과 공식적으로 만나고 이 대표와도 비공식적으로 만났지만 국민의당 또한 공들여 만나고 있다. 안철수 대표와 오찬을 마치고는 "확실한 정권교체를 통해 야권의 지평을 중도로 확장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도 밝혔다.
국민의힘과 합당 논의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국민의당으로서도, 국민의힘 입당에서 부담감을 최소화해야 하는 윤 전 총장으로서도, 서로를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부담이 확대된다. 국민의힘 중심의 경선 흥행 판을 구상하고 있는 이 대표로서는 변수가 커지는 것을 최대한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윤 전 총장에게 킹메이커로 강력 추천한 김 전 위원장이 가혹하리만큼 안 대표를 저평가하고 냉랭하게 대해온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시나리오는 △윤 전 총장 등 당밖 주자들의 국민의힘 입당에 따른 경선(야권 단일후보) △국민의힘 후보와 제3지대 후보 간에 11월 후보 단일화(야권 단일후보) △단일화 없는 3자 구도 혹은 4자 구도(야권 복수후보) 등이다.
3자 혹은 4자 대결 전망은 민주당에서 '반 이재명' 전선이 분당 등으로까지 이어질 경우 더욱 유력해지는 시나리오다. 현재로서 확률은 가장 떨어지더라도 가능성 자체는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김영환 전 장관이 밝힌 윤 전 총장의 발언 중에 '안철수가 2012년 대선에서 양보하지 말고 낙선을 각오하고 완주했어야 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한 것에 주목한다"며 "민주당의 경선 결과 등에 따라서 제3지대 후보가 끝까지 완주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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