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논란 신한울 1호기, 우여곡절 끝 건설 승인 10년 만에 운영 허가

이현경 기자 2021. 7. 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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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위원회, 4가지 조항 추가한 수정안으로 조건부 승인
경북 울진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 2호기 건설 당시 모습. 지난해 4월 공정률 99%로 준공을 완료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9일 신한울 1호기에 대한 운영허가가 떨어진 만큼 조만간 핵연료를 장전하고 시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합뉴스 제공

경북 울진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심의에 착수한 지 8개월 만에 운영허가 결정이 났다.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2014년 12월 1일 운영허가를 신청한 지는 79개월 만, 건설 승인이 떨어진 2011년 12월 2일부터는 약 10년 만으로 국내 원전 역사상 운영허가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신한울 1호기는 허가 과정에서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 제기된 만큼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네 가지 사항이 추가로 기재된 수정안으로 운영허가가 떨어져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9일 제142회 전체회의를 열고 신한울 1호기 운영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오후 1시에 시작된 회의는 원전에 설치된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PAR)의 안전성과 항공기 충돌 재해성 평가 등을 둘러싸고 마지막까지도 원안위 위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고, 운영허가안은 오후 9시를 넘겨 가까스로 통과됐다. 

김호철 위원(법무법인 한결 변호사)은 운영허가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표결 대신 원안위 위원들의 합의에 의한 방식으로 운영허가안을 통과시키는 방식에는 동의한다고 밝혀 최종적으로 원안위 위원 9명의 합의에 의한 형태로 운영허가가 승인됐다. 

2010년 착공을 시작한 신한울 1호기는 한국형 원전(APR1400)으로 발전 용량은 1400MW(메가와트)급이다. 신한울 1호기는 지난해 4월 공정률 99%로 준공을 완료한 상태에서 원안위가 사전검토를 진행했고, 지난해 11월 본격적으로 심의에 착수했다. 

신한울 1호기는 12차례에 걸친 마라톤 보고에 이어 지난달 11일 운영허가에 관한 안건이 처음으로 상정됐지만 불발됐고, 이날 재상정 끝에 조건부로 통과됐다.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 여부는 회의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지난달 23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미 완성 단계에 있는 원전을 아무 일도 안 하고 그냥 묵히는 문제는 빨리 정리해야 한다”며 “원자력안전위원장에게 요청하겠다”고 밝히며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날 신한울 1호기의 운영허가 논의 과정은 마지막까지도 매끄럽지 않았다. 그간 논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PAR의 안전성과 항공기 충돌 확률 문제에 대해서 일부 원안위 위원들은 끝까지 우려를 나타냈다. 

김호철 위원은 “한국은 원전이 밀집해 있다는 특징이 있다”며 “한수원의 신한울 1호기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의 부실, 항공기 충돌에 대한 재해도 분석 결과에 있어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심사보고서의 부실, PAR의 규격 부실 등 세 가지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PAR는 원자로 격납 건물 내부의 수소 농도를 낮추는 장치로 지진이나 해일 같은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원전 내 수소 농도를 낮춰 폭발을 막는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도 격납용기 내부의 수소가 제거되지 않아 폭발이 일어났다. 

한국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중대사고 예방을 위해 국내 원전에 PAR를 설치했지만, PAR에 결함이 있다는 공익 제보가 접수됐고, 신한울 1호기에 설치된 PAR도 문제가 된 PAR와 비슷한 재질과 작동원리를 가지고 있어 재시험이 요구됐다. 

이와 관련해 이날 통과된 운영허가 수정안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PAR와 관련한 실험을 조속히 진행해 2022년 3월까지 최종보고서를 제출하고, 실험 시 신한울 1호기에 납품된 PAR와 동일한 제품을 대상으로 실험해야 한다는 조건이 추가됐다. 

또 항공기 재해도 저감을 위해 비행횟수 제한 등의 조치에 관한 협의를 관련 기관과 진행하고, 예상가능한 항공기 충돌로 인해 피폭선량 제한치를 초과하는 방사능 누출을 야기할 수 있는 재해 빈도 평가방법론을 개발해 1차 계획예방정비 전까지 이행하거나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에서 냉각재상실사고와 관련한 사항을 개선해 상업 운전일 이전까지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병령 위원(뉴엔파우어 대표)은 “신한울 1호기는 안전과 관련해 문제가 너무 많다”며 “수조 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갔음을 생각해 이런 조건들이 강력히 이행된다는 전제 하에 운영허가에 동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병령 위원은 한국원자력연구원 출신의 원전 전문가로 그간 신한울 1호기의 안전 문제를 조목조목 제기해왔다.

이병령 위원은 이날 회의에서도 “원전의 안전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비관적이어야 한다”며 “혹시 원전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닌지 항상 비관주의적으로 생각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며 원전 안전에 대한 한수원과 KINS의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진상현 위원(경북대 행정학부 교수)은 “원안위원회 2회 회의에서 신한울 1호기 건설허가를 승인했고, 10년 만인 오늘 142회 회의에서 운영허가를 승인했다”며 “10년이라는 긴 기간은 결국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는 소회를 밝혔다. 

진상현 위원은 또 “항공기 재해 위험과 관련한 사항은 운영허가에서 논의할 것이 아니라 그 전에 건설허가 심의 과정에서 다뤄졌어야 할 부분”이라며 “이전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항들을 검토하며 10년의 과오를 바로 잡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우여곡절 끝에 신한울 1호기의 운영허가가 떨어진 만큼 한수원은 다음주 중 원자로에 핵연료를 장전해 시운전에 들어갈 전망이다. 시운전을 거쳐 상업운전을 시작하기까지는 8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울 1호기가 가동되면 국내 가동 원전은 총 25기로 늘어난다.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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