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공 15개월만에 가동되는 신한울1호기..탈원전정책 변화 올까

오찬종,이종화 2021. 7. 9.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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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1호기 조건부 허가
작년 4월 완공하고도 운영 못해
사업비 10조원 혈세 줄줄이 새
건설중 3·4호기 헌재판단 맡겨
원자력안전위원회가 9일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전 1호기 운영을 최종 허가했다. 신한울 1호기는 지난해 4월 시공을 마친 한국형 원전(APR1400)으로 발전 용량은 1400㎿급이며 설계 수명은 60년이다. [사진 제공 = 경상북도]
신한울 1호기가 1년 넘도록 운영 허가가 늦어진 것은 일부 원안위원들이 제기한 안전성에 대한 문제 때문이다. 신한울 1호기는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PAR) 안전성 문제와 테러·재해 위험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PAR는 원자로 격납 건물 내부의 수소 농도를 낮춰 원전 폭발을 막아주는 장치다. 실제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후쿠시마 원전에서 격납용기 내 수소가 잘 제거되지 않아 폭발했었다. 원안위 측은 검증 과정에서 신한울 1호기에 설치된 PAR 신뢰성에 의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신한울 1호기를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은 항공기 충돌이나 미사일 테러 등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원안위 측은 신한울 1호기의 경우 항공기 재해 확률이 1000만년에 2.47회인데도 설계에 이 같은 리스크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KINS는 2.47회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 들어간다고 해명했지만 원안위원들은 미국 NRC의 공식 답변 등 구체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검토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자 원안위는 일각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에 맞춰 운영 허가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신한울 1호기의 경우 원안위가 KINS로부터 12차례 보고를 받았다. 앞서 운영 허가를 받았던 신고리 4호기가 총 8차례, 신월성 2호기가 총 6차례 보고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많은 숫자다. 수차례 보고를 받은 신한울 1호기의 운영 허가에 대한 안건은 지난달 11일 처음으로 상정됐다. 하지만 이날 원안위는 운영 허가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며 허가가 한없이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멀쩡한 원전을 지어놓고도 운영하지 못하는 사이 국민 혈세는 계속 소모됐다.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가동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이 최소 54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사업비는 현재 약 9조4400억원에서 최소 9조9800억원으로 늘어나는 만큼 10조원 돌파도 시간문제인 상황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탈원전 피해 및 국토파괴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울 1호기의 운영 허가 지연과 이로 인한 신한울 2호기 운영 허가 순연으로 증가하는 '신한울 제1발전소(1·2호기) 건설 사업'의 사업비는 하루 약 11억원이다. 지연 기간은 최소 16개월이기 때문에 사업비가 현재보다 최소 5400억원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수원에 따르면 하루 11억원 중 건설 이자가 절반인 5억5000만원가량을 차지한다. 건설 이자는 원전을 상업 운전하기 전 전기료 수익이 없는 기간에도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배당하기 위해 부과하는 이자다. 또 현재 신한울 1·2호기 시운전 담당 인력 382명의 인건비도 연간 366억원, 환산하면 하루 1억원씩 발생한다. 박대출 위원장은 "신한울 1호기의 운영 허가를 늦출수록 사업비 낭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며 "(운영 허가를 결정하는) 원안위의 고의 지연 책임은 더 가중될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위기는 지난달 23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 승인을 원안위에 요청하겠다고 밝히며 반전됐다. 총리가 신규 원전 운영 허가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탈원전 기조에 변화가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나왔다. 원안위가 실제로 신한울 1호기의 운영 허가를 승인하면서 향후 탈원전 정책에 일정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올여름 전력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되며 원전의 필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 올여름 전력 수요는 상한 전망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예비전력은 전력수급 위기경보 '관심'에 해당하는 4GW(기가와트)까지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예비력 기준으로는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물론 신한울 1호기는 가동을 위해 약 8개월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장 여름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할 수는 없다.

이날 원안위 회의에선 신한울 1호기 안전성 검증의 중요성을 강조한 발언도 많이 나왔다. 이병령 원안위원은 "원전과 같은 한 번의 사고가 나라의 기둥이 흔들려버릴 수 있는 심대한 참사로 이어지는 특수한 장치는 비관적인 태도로 안전성을 평가해야 한다"며 "항상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안전성을 평가해야 하고, 확인 결과 위험하지 않아도 시간을 낭비한 게 아니라 크게 배우고 기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백지화 수순에 놓인 신한울 3·4호기도 추후 논의가 재개될 여지가 있다. 같은 날 경북 울진 주민들이 감사원의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위법성 국민감사청구' 기각 결정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이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다. 원전특위와 범대위는 지난 3월 감사원이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위법성 검증 국민감사청구'를 기각하자 헌재의 판단을 받기로 하고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증거조사와 자료제출 요구(감사원 답변 요구) 등을 거쳐 1년여간 전원재판부에서 심리를 진행할 예정으로, 만약 헌재가 위헌 판단을 내릴 경우 감사원 처분 효력은 사라지게 된다.

[오찬종 기자 /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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