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류 줄기세포가 진화계통수에 숨긴 '바이러스 방어' 무기

한기천 2021. 7. 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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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가 숙주에 감염하려면 먼저 숙주세포에 들어가 증식해야 한다.

소자 박사는 "식물과 무척추동물의 바이러스 방어 기제를 공유한다는 건, 포유류 줄기세포의 그것이 진화 계통수의 분기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걸 시사한다"라면서 "확실하지 않지만 모든 포유류 세포가 이 기제의 작동 능력을 타고났는데 줄기세포만 여기에 의존하는 것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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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무척추동물이 쓰는 'RNA 간섭' 기제 공유
항바이러스 작용 'RNA 절단' 효소 핵심 역할
영국 프랜시스 클릭 연구소, 저널 '사이언스'에 논문
신종 코로나의 면역 회피 진화 신종 코로나의 유전자 서열에 결손이 없으면 여러 유형의 항체(녹색·적색)가 신종 코로나에 달라붙는다. (좌) 반대로 결손이 생기면 중화 항체(녹색) 대신 다른 항체(적색)가 신종 코로나와 결합한다. (우) 신종 코로나의 이런 유전자 서열 결손이 진화하면 항체 중화를 회피할 수 있다. [미 피츠버그대 Kevin McCarthy and Paul Duprex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바이러스가 숙주에 감염하려면 먼저 숙주세포에 들어가 증식해야 한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증식할 능력이 없어 숙주세포의 증식 시스템을 이용한다.

포유류 세포의 경우 바이러스 침입을 막는 첫 방어선은 대부분 인터페론 단백질이 맡는다.

그런데 포유류의 줄기세포는 인터페론 반응을 촉발하는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포유류의 줄기세포가 어떻게 바이러스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지 잘 몰랐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나 지카 바이러스 같은 RNA 바이러스로부터 포유류의 줄기세포를 보호하는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을, 영국의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과학자들이 찾아냈다.

지금까지 이 메커니즘은 포유류의 진화 과정에서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다.

여기서 핵심 역할을 하는 건 'aviD'라는 항바이러스 다이서(dicer)였다. aviD는 바이러스의 RNA를 잘라내 RNA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았다.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의 카에타누 헤이스 이 소자(Caetano Reis e Sousa) 박사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8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논문으로 실렸다.

그는 이 연구소의 면역학 연구 랩(lab) 리더이며,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면역학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METTL3 효소가 신종 코로나의 RNA 메틸화를 유도하는 과정 신종 코로나는 RNA의 화학적 변형을 유도하는 인간의 효소를 이용해, 자기에게 이로운 단백질 생성을 늘리고 인체의 면역 반응은 떨어뜨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단백질 중에는 신종 코로나가 인간의 세포에 침입하는 데 꼭 필요한 ACE2 수용체도 포함된다. [UC San Diego Health Sciences /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생쥐의 줄기세포 유전 형질을 분석해 aviD의 생성을 지시하는 유전정보가 존재한다는 걸 확인했다.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RNA 간섭(RNA interference)' 형태의 바이러스 방어 기제는 식물이나 무척추동물의 세포에서도 관찰된다.

다이서는 20~25개의 뉴클레오타이드로 구성된 작은 이중나선 RNA를 재단하는 RNA 절단 효소다.

RNA 간섭이 일어나려면 다이서가 이중나선 RNA를 잘게 잘라 siRNA(짧은 간섭 RNA)나 miRNA(마이크로 RNA)를 만들어내야 한다.

miRNA는 단백질을 합성하지 않는 비번역 RNA로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

siRNA는 mRNA(전령 RNA)의 전사 과정에 개입해 특정 단백질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유전자 발현을 방해한다.

유전적으로 조작한 인간의 줄기세포에 실험한 결과, aviD가 있을 때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세포 수는 없을 때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또 생쥐의 배아 줄기세포에서 배양한 뇌 오르가노이드(미니 기관)를 지카 바이러스에 노출했더니, aviD가 있는 오르가노이드가 바이러스성 물질은 적게 생기면서 훨씬 더 빨리 자랐다.

소자 박사는 "식물과 무척추동물의 바이러스 방어 기제를 공유한다는 건, 포유류 줄기세포의 그것이 진화 계통수의 분기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걸 시사한다"라면서 "확실하지 않지만 모든 포유류 세포가 이 기제의 작동 능력을 타고났는데 줄기세포만 여기에 의존하는 것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어린 생쥐(녹색)와 늙은 생쥐(적색)의 신경줄기세포 [미국 USC(서던캘리포니아대) Bonaguidi Lab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왜 포유류의 줄기세포가 보통 세포와 다른 방어 기제를 쓰는지는 아직 잘 모른다.

인터페론의 작용이 줄기세포에 너무 해롭다 보니,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가 줄기세포 손상을 막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수도 있다.

연구팀은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포유류 줄기세포에서 항바이러스 다이서가 내는 효과를 더 깊이 연구할 계획이다.

미래의 바이러스 팬데믹(대유행)에 대처할 수 있는 획기적인 항바이러스제 개발의 길이 여기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그 범주엔 언제 불쑥 고개를 내밀지 모르는 미지의 코로나 변이도 포함된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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