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러셀·아인슈타인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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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티 칼리지 교수이던 1916년 1차대전 반전운동을 벌이다 해고되고 벌금형까지 선고받은 그는 벌금을 내느니 차라리 형을 살겠다고 버텼고, 당국이 그의 책을 압수해 경매로 벌금을 징수하려 하자 지인들이 책을 구매해 되돌려준 일화가 있을 만큼 그는 전쟁을 혐오했다.
그에게 전쟁은 반자유주의의 가장 극단적인 억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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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1872~1970)의 태어난 날과 숨진 날에 맞춰, 그의 세 가지 열정과 평생 추구한 자유주의적 가치를 각각 소개한 바 있다. 1955년 7월 9일은 그가 문안을 짓고 아인슈타인 등 과학자 11명(노벨상 수상자 10명)이 서명한 '러셀·아인슈타인 (반핵)선언'이 발표된 날이다. 반전·평화주의 철학과 인류 미래에 대한 선각자적 염려가 거기 담겨 있다.
트리니티 칼리지 교수이던 1916년 1차대전 반전운동을 벌이다 해고되고 벌금형까지 선고받은 그는 벌금을 내느니 차라리 형을 살겠다고 버텼고, 당국이 그의 책을 압수해 경매로 벌금을 징수하려 하자 지인들이 책을 구매해 되돌려준 일화가 있을 만큼 그는 전쟁을 혐오했다. 그에게 전쟁은 반자유주의의 가장 극단적인 억압이었다.
핵폭탄의 위력으로 2차대전을 끝낸 미소는 이내 수소폭탄 경쟁으로 치달았다. 러셀의 반핵 선언 제안에 아인슈타인도 적극 동조했다. 전쟁 중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나치보다 먼저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가 반핵주의자로 돌아선 아인슈타인은 선언문에 서명하고 며칠 뒤 별세했다.
인류가 처한 비극적 상황에 대해 "국가나 대륙, 이념에 얽매인 구성원이 아니라 미래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는 인류 생물종에 속하는 구성원"으로서 선언문을 작성했다고 전제한 러셀은 멸종을 바라지 않는 인류 구성원의 입장에서 스스로 되돌아볼 것을 촉구했다. 그는 핵과 수소폭탄의 피해는 직접적인 피해자뿐 아니라 지구 환경 자체를 파괴해 인류 존립을 위협한다며 이념과 사상, 종교, 물질적 이해를 넘어 생존과 인간다움의 토대 위에서 반전, 평화의 절실함을 피력했다.
그들의 선언은 과학이 초래할 수 있는 어두운 미래와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대한 질문이기도 해서, 2년 뒤 캐나다 퍼그워시(Pugwash)에서 시작된 세계 과학자회의 즉 '퍼그워시 회의'가 시작된 계기가 됐다.
지금 인류는 핵이 아니라 기후 위기의 파국적 미래를 마주하고 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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