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클래식]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10대 환경운동가
뉴스레터 ‘시네마 클래식’은 영화와 음악계의 이모저모를 들려드리는 ‘이야기 사랑방’입니다. 전·현직 담당 기자들이 돌아가면서 취재 뒷이야기와 걸작 리스트 등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그레타 툰베리’의 리뷰입니다.
열다섯 살 소녀가 스웨덴 스톡홀름 의회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 곁에 놓인 건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라는 팻말과 유인물 몇 장뿐. 2018년 8월 학교 수업을 빼먹은 채 기상천외한 1인 시위를 벌였던 주인공은 그레타 툰베리(18).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그레타 툰베리’는 이 장면에서 출발한다.
소녀의 시위에 기꺼이 동참 의사를 밝히는 기성 세대도 있지만, 반대로 훈계하는 어른들도 적지 않다. “왜 시위를 하고 있니? 학교에 가야지.” 하지만 할머니의 걱정에도 소녀의 대답은 거침없었다. “미래가 없는데 배워서 무얼하죠?”
‘그레타 툰베리’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10대 환경 운동가의 삶을 지근거리에서 밀착 취재한 다큐멘터리. 당초 선거일까지 3주간 벌일 예정이던 ‘등교 거부 시위’는 총선 이후에도 매주 금요일마다 계속됐다. 소녀의 시위는 급기야 전 세계로 번져 나갔고, 툰베리는 유엔(UN) 기후변화회의에도 초대 받았다. ‘하늘의 별따기’만큼 만나기 힘들다는 유엔 사무총장도 소녀의 옆 자리에서 경청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무엇보다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는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일까, 10대는 배움보다 행동이 앞서도 괜찮은 나이일까. 결과적으로 이 다큐는 모두 ‘그렇다’고 답한다. 하지만 그보다 의미 있는 건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다.
선동과 협박으로 으름장을 놓거나 관객들을 주눅들게 하지 않는다는 점이야말로 작품의 미덕. 대신에 시간과 공을 들여서 툰베리의 삶을 차분하게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탄소 배출 줄이기를 실천하기 위해 소녀는 비행기 대신 기차를 고집하고 고기·유제품을 먹지 않으며 무분별한 소비를 삼간다.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연설하기 위해 태양광 요트로 대서양을 보름간 횡단하는 장면은 이 다큐멘터리의 절정. 정치적 음모론에 기반한 유사(類似) 다큐멘터리들이 판치는 한국에서 증언과 기록이라는 다큐의 참다운 의미를 되새길 기회가 된다.
1시간 40분의 다큐를 보고 난 뒤에도 경제 성장과 환경 보호의 복잡한 상관 관계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한 치의 양보도 없 비타협적 행동주의에도 유보적 감정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신념은 나이와 관계없으며, 한 사람의 행동이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례만으로도 관람 가치는 충분하다. 아이들과 함께 본 뒤 토론하면 좋을 듯한 다큐멘터리. 그렇다고 금요일마다 학교 수업을 빼먹으면 곤란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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