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전문가 4人 "거리두기 전국으로 강화하고, 2030 백신 빨리 맞춰야"

김명지 기자 2021. 7. 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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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전문가들의 진단과 해법
"방역 완화 시그널 줄 수 있는 정책 철회해야"
"5, 6차 유행 이어질 것..현 시스템 재고 고민해야"
방역전문가 4인. 왼쪽부터 최재훈 고려대 교수,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정재훈 길병원 교수. /조선DB

서울과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전국적으로 격상시키고, 백신 물량을 확보해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투트랙 정공법’ 밖에 없다고 방역 전문가들은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또 국민들에게 방역 완화의 시그널을 줄 수 있는 정부 정책은 철회하고, 확진자 통계를 바탕으로 한 전방위적 역학조사로 확산세를 효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 최근 감염 확산세의 길목이 되고 있는 20대와 30대에 대한 접종을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7일 이번 ‘4차 대유행'에 대해 “정부가 1차 접종을 기준으로 접종률 30%인 상황에서 방역 완화를 꺼낸 것은 너무 일렀다”고 했다. 마 부회장은 “하루 신규 확진자 숫자가 700명 대를 기록했던 지난달부터 방역당국은 백신접종률이 낮은 20대와 30대가 찾는 술집, 식당 등을 집중적으로 역학 조사해서 확산세를 사전에 차단했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감염 확산 가능성은 지역 사회에 만연했는데, 정부의 설익은 방역 완화 지침 발표로 국민들 사이에 긴장감이 떨어진 것이 폭발적인 증가세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거리두기를 격상하는 것과 백신 접종 자체를 늘리는 것 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가 ‘소비쿠폰' 등 방역 완화의 시그널을 더 이상 줘서 안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상혁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중순부터 11월까지 확진자 숫자가 급증했고, 그 당시 여름 휴가철에 맞춰 정부가 배포한 숙박쿠폰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있다”고 했다. 마 부회장은 “소비 진작도 좋지만, (소비쿠폰과 같은) 실내 활동을 유도하는 정책은 감염병 확산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며 “정부는 일관된 방역 정책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지난해 3차 대유행 때와 달리 이번 4차 대유행은 전파력과 내성이 강한 인도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주도하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스라엘과 영국에서 델타 변이가 불과 한 달 만에 우세종이 됐다”며 “인구 이동이 많은 여름 휴가철에 수도권 확산세가 전국으로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라고 했다.

정부는 상황에 따라 수도권 거리두기 단계를 최고 단계인 4단계(2인까지 모임 허용)로 격상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거리두기 격상을 수도권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 천 교수는 “수도권만 격상하게 되면 비수도권으로 풍선효과가 반드시 나타난다”고 했다.

델타 변이 감염자의 증상이 일반 감기와 유사하다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천 교수는 “젊은층은 자신이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도 모르고 전파를 시킬 수 있다”고 했다. 무증상 감염자의 전파 가능성을 차단하려면 적극적인 진단검사를 통한 역학조사가 필수적이다. 최재욱 교수는 “(코로나19) 검사를 확대하기 위해 신속항원검사를 활성화하도록 지자체에 권유하고 홍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백신 접종을 빠르게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백신 수급 상황은 오는 9월까지도 녹록지 않다. 우리 정부가 이날 오전 이스라엘로부터 유통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화이자 백신 70만회분을 빌려왔을 정도다. 이 때문에 접종 우선순위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재욱 교수는 “보유한 백신 수량이 충분하지 않아 전면 확대가 힘들다면, 차선책으로 확보 가능한 백신의 접종 우선순위라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최근 확진자가 20~30대에 집중된 것을 언급하며 “감염전파 위험성이 높은 다중이용시설, 학원, 단체 직장을 이용하는 20대와 30대에 우선 접종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백신 접종 우선순위는 의료인, 고령층, 취약계층 등 사망자를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설정됐지만, 이들에 대한 접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에는 추가적인 확산세를 막기 위해 감염 길목에 있는 2030세대에게 백신 접종을 선택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이스라엘과의 백신 스와프(교환)를 추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마상혁 부회장은 “접종 순서를 바꾸는 것은 그에 따른 효과는 물론 국민적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델타 변이에 대한 예방력은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친 경우에 생기는데, (20대와 30대로 접종 순서를 바꾸게 되면) 오히려 그 시간을 늦추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지금은 거리두기를 강화해서 백신 접종률이 오를 때까지 사람과 사람 간 접촉을 최대한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 교수는 “4차 대유행을 진화한다고 해도 또 다른 유행이 다시 반복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는 바이러스의 특성을 고려해 사람 간 접촉을 줄이면서도 사회적인 반발을 줄일 수 있는 지침, 예를 들어 실외와 실내 활동을 구분하는 방법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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