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죄는데 9일,풀리는데 고작 3일..정부 2주 미루라는 전문가들 경고 무시했다

조승한 기자 2021. 7. 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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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만 거리두기 완화 참으라 했는데..전문가들의 예측 현실로
초여름 날씨를 보인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그늘 아래에서 휴일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새 1212명이 추가로 발생하며 코로나 사태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신규 확진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5일 신규 확진자가 1240명을 기록한 이후 최대치다. 백신 접종이 자리를 잡고 있는 가운데 갑작스럽게 확진자가 급증한 것을 두고 7월 들어 시작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방침이 성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 시점을  7월 중순 이후로 늦춰야 대규모 확산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무시한채 지난달 20일 인원제한 해제, 운영제한 시간 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새 거리두기 시행 방안을 내놓으면서 사태 장기화에 지쳐있떤 시민들의 방역 완화에 기대감을 한꺼번에 키웠고 감염 예방 의지를 급격히 꺾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확산을 수학적으로 분석해온 수리모델링 전문가들은 백신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는 7월 중순 이후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었다. 손우식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18일 ‘수리모델링으로 분석한 코로나19 백신 전략’ 워크숍에서 “7월 1일 이후 인구이동 확산이 늘어나면 지난해 11월 3차 대유행 당시와 비슷한 감염재생산지수(R값)를 보인다고 가정하면 최악의 경우 백신을 접종했는데도 7월 말 경 하루 확진자 수가 1000명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7월 1일은 새 거리두기 완화지침이 전국적으로 적용되려던 시점이다. 

손 선임연구원은 대신 7월 15일 이후에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단 15일만 바뀌는데도 차이가 많이 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5일까지 거리두기를 그대로 유지하면 확진자가 1000명까지 발생하더라도 확산세가 다시 꺾이며 급증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손 선임연구원은 “백신을 맞으면 재생산지수(R) 값이 증가하는 ‘백신의 역설’이 있는 R값 증가를 조금만 늦출 수 있다면 환자가 더 감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재생산지수는 특정 상황에서 한 사람이 몇 사람을 감염시킬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감염병의 감염력과 사람들의 접촉 가능성 등으로 결정된다. 백신을 접종하게 되면 사람들의 감염 가능성은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백신을 접종한 이들에게 접종 인센티브가 주어지면 사회에서 만남의 수가 늘어난다. 이에 따라 감염자를 마주칠 확률도 높아지면서 면역력이 생기기 전 재생산지수가 높아지는 백신의 역설이 나타난다.

거리두기 완화로 확산세가 늘어나는 시점이 앞당겨진다면 확산세가 다시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수리모델링 TF 유튜브 캡처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 연구팀도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늦춰야 확산세를 막을 수 있다는 비슷한 분석을 거리두기 완화 이전에 내놓기도 했다. 정 교수는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러 시나리오에 따른 수리모델링 기반 감염병 확산 예상을 공개하면서 “7월 방역 완화가 급격히 이뤄질 경우 예상 확산 곡선을 제시했는데 현재 유행 추세가 당시 예측에서 가장 좋지 않은 시나리오를 따라가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7월 초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일부 완화할 경우 재생산지수가 1.3까지 도달하면 9월에는 확진자가 1500명 이상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신 8월 이후에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완화하면 R값이 1.3까지 도달하는 최악의 상황에도 하루 확진자가 800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정 교수는 당시 “이 예측은 백신 접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는 가정을 포함하고 있어 더 우려스럽다”며 “예정된 방역완화조치를 최소 몇주 연기해야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가 7월에 시작되면 최악의 경우 확산세를 억누를 수 없다는 분석을 지난 5월 발표했다. 정재훈 교수 페이스북 캡처

정부내 전문가들도 익히 백신 접종이 전파확산에 아직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정부내 방역전문가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역시 지난달 14일 “영국도 1차 접종률이 60%에 달하는 데도 델타형 변이(인도 변이)로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전체적인 전파 차단과 전체 규모를 줄이려면 9월까지 적어도 70% 1차 접종까지는 진행이 돼야 어느 정도의 지역사회 전파 차단을 논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안팎의 전문가들의 데이터를 토대로 한 경고가 이어졌지만 정부는 지난달 20일 4단계로 새롭게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발표하고 이달 1일 수도권만 빼고 적용을 강행했다. 하지만 정부가 2학기 전면 개학을 비롯해 완화된 새 거리두기 조치를 홍보하고 상반기 백신 접종 조기 달성에 심취한 사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조용히 확산되면서 확진자수가 급증하는 결과를 낳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 발표는 시민들의 방역 의식을 무너트리며 빠른 속도로 방역 완화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국내 5000만 명의 이동패턴 등 비식별 정보를 이용해 코로나19 전파 양상을 분석하는 김찬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계산과학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시뮬레이션 분석을 진행해 보면 10시 제한 해제, 5명 거리두기 완화와 같은 간단한 메시지는 발표만해도 그 결과가 3~5일이면 현실에 반응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 시점은 이달 1일이었지만 이미 지난달 23일부터 지역사회에서는 거리두기가 사실상 풀어진 것과 같은 행동들이 나타났다는 해석이다. 김 선임연구원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한 결과 오히려 새 방역기준이 전달되는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거리두기 완화에 대한 반응은 일주일도 채 되기 전에 이미 사람들의 행동에 반영되지만 업종별 방역수칙과 같은 새 방역원칙이 확산 방지에 적용되는데는  9~12일 정도 걸렸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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