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라이브방송 '팬십' 명칭 슬그머니 변경..상표권 침해 논란

김양혁 기자 2021. 7. 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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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라이브 유료 프로그램 팬심, 온리로 명칭 변경
팬심, 2014년 디엘토가 이미 상표권 등록 마쳐
"조사 안 한건지, 실수인지 의문..논란 의식한 듯"
네이버 "상표권 논란과 무관..계획대로 변경"
당근마켓과도 라인 베트남 서비스 겟잇 베끼기 논란
네이버 본사 사옥. /조선DB

네이버가 ‘상표권 침해’ 논란이 일었던 글로벌 라이브 방송 플랫폼 브이라이브(V LIVE) 내 유료 프로그램인 팬십(Fanship)을 지난해 10월 멤버십 온리로 변경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팬십은 지난 2014년 한 중소기업이 이미 상표권을 등록했다. 네이버 측은 상표권 침해 논란과 별개라고 선을 그으며, 서비스 통합에 따른 것으로 명칭 변경은 기존 계획대로 추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팬십 출시 당시 대대적인 홍보를 벌였던 것과 달리, 멤버십 온리로의 변경은 비교적 조용히 이뤄졌다.

네이버의 ‘베끼기’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김재현 당근마켓 대표는 네이버 라인의 베트남 중고거래 서비스 겟잇(GET IT)이 당근마켓을 베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네이버 측은 당시에도 조용히 애플리케이션(앱)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기존 상표나 서비스 등에 대한 조사와 침해 분석을 하지 않은 것인지, 실수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네이버가 특허청에 상표로 등록한 팬십(왼쪽부터)과 디엘토가 등록한 팬십. /특허청 키프리스 캡쳐

◇ 유료 서비스명 3년 새 두 번 변경…”계획대로 추진, 상표권 논란과 무관”

7일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라이브 방송 플랫폼 ‘브이라이브’ 내 유료 서비스 명칭이 기존 팬십에서 멤버십 ‘온리’로 변경됐다. 2019년 3월 팬십을 출시한 지 약 1년 반 만이다. 애초 네이버는 팬십에 앞서 2017년 채널플러스(CH+)로 운영했었는데, 관련 서비스 출범 3년 새 이름을 두 번 바꾼 것이다.

네이버가 2019년 팬십 출시 당시 선보인 안내문. /네이버

네이버는 팬십을 선보이는 과정에서 대대적인 홍보를 벌였다. 2019년 3월 출시 소식을 전한 후 같은 해 5월 기자간담회도 열었다. 당시 네이버는 팬십에 대해 “네이버가 쌓아온 고도화된 기술이 결집된 독보적인 글로벌 커뮤니티 플랫폼이다”라고 했다. 브이라이브를 해외 공략 ‘선봉장’으로 내세우겠다는 의도였다.

네이버가 팬십 출시 2년 만에 서비스명을 변경한 것을 두고 상표권 논란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허청에 따르면 팬십이라는 명칭은 이미 2014년 중소기업 디엘토가 상표권 등록을 마친 상태였다. 디엘토의 팬십은 ‘내려받기 가능한 컴퓨터프로그램’ 등으로 등록돼 앱으로서 상표를 인정받았다.

특허청 키프리스에서 확인한 fanship 상표 출원 및 등록 현황. /특허청

반면 네이버는 지난 2019년에서야 팬십 상표를 출원해 지난해 등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 측은 디엘토 측이 등록한 앱 분야를 제외한 사진인쇄물, 완구, 고객충성도 프로그램을 통한 판촉업, 인터넷 온라인을 통한 녹음음반파일의 대여업 등 84개 상품에 대한 상표권을 등록했다.

특허청 출신 오성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변리사는 “상표권 변경은 선등록 상표 문제와 함께 불거진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네이버 측은 “지난해 브이라이브를 개편하면서 무료로 영상을 볼 수 있는 일반 채널과 유료 채널인 팬십을 하나로 합쳐 통합되면서 팬십이라는 이름이 없어졌다”며 “기존 팬십에서 제공하던 영상은 멤버십 온리에서 소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팬십에 대한 이름 변경 논의는 과거부터 있었고 계획대로 변경한 것일 뿐이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브이라이브(V LIVE) 내 팬십 관련 게시물을 클릭하자 나오는 문구. /브이라이브 캡쳐

◇ 당근마켓도 ‘발끈’…네이버 ‘베끼기’ 논란 처음 아니었다

네이버의 ‘베끼기’ 논란은 팬십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네이버 자회사 라인이 베트남에서 서비스하는 ‘겟잇(GET IT)’의 기능과 화면 구성이 당근마켓과 매우 유사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해 7월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라인이 베트남에서 서비스하는 겟잇이라는 중고거래 앱을 최근에 보고 깜짝 놀랐다”며 “당근마켓을 그대로 베껴서 만들었다”는 글을 직접 올렸다.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가 네이버 라인 겟잇의 베끼기 의혹을 제기한 글. /김재현 대표 페이스북

김 대표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구체적인 자료를 PPT로 구성해 올렸다. PPT에는 당근마켓과 겟잇의 홈화면, 홈에서 동네 변경하기, 동네 검색, 내 동네 설정하기, 동네인증, 프로필 페이지, 비매너 평가 등 앱 내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비교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네이버 측에서 당근마켓에 투자나, 인수 등을 가볍게 거론하며 두어번 찾아온 적이 있었지만 이런 상황이 발생할 줄은 몰랐다”며 “앞에서는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다고 100억원씩 통 크게 후원하는 네이버가 뒤에서는 이런 꼼수를 부리고 있으니 씁쓸하다”고 했다.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가 네이버 라인 겟잇의 베끼기 의혹을 제기하며 애플리케이션(앱) 내 홈화면을 비교한 자료. /김재현 대표 페이스북

네이버는 당시에도 팬십 사태와 유사한 방식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논란 이후 적은 글을 보면 “네이버가 앞에서는 베낀 게 아니라고 하면서 뒤에서는 1주일 만에 앱 UI를 싹 바꿔버렸다”며 “정말 빠른 앱 개발 속도에 놀랐다”고 돼 있다. 팬십에서 멤버십 온리로 명칭 변경 역시 조용히 진행됐다.

이 밖에도 네이버가 특허권 침해 및 손해배상 등으로 휘말린 소송만 20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한 해 동안에는 30건을 넘어선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네이버의 ‘윤리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에서 “네이버가 매년 특허침해 및 손해배상 송사에 휘말리고 있다”며 “네이버가 온라인 영역에서 차지하는 게 삼성이나 마찬가지인데, 삼성이 이렇게 했다면 나라가 뒤집어졌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구체적인 소송 관련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네이버 측에 공문을 보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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