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학을 육성하는 것은 가톨릭교회의 소명"

이순용 2021. 7. 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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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학원,인류애를 실천하는 기초의학 발전에 2,000억 투자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은 기초의학 활성화를 위해 2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이는 2019년 4월 기공해 2022년 3월 완공되는 글로벌 메디컬 콤플렉스(Medical Complex) 옴니버스 파크의 준공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국내 최대 의료 네트워크인 가톨릭교회 의료기관의 소명을 다시 한번 재확인할 시점이라는 판단에서이다. 이와 같은 대규모 투자 계획에 대해 가톨릭대학교와 8개 부속병원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상임이사 손희송 주교(사진)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다.

◇가톨릭학원이 기초의학 분야 활성화에 관심을 두고 투자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점은 우리나라 임상의학 분야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기초의학 분야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이다. 기초의학은 오랜 시간과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세간의 관심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기초의학의 발전은 획기적인 미래 발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지난 2017년 11월 교황청 과학학술원 총회에서 ‘기초과학은 인류의 혁신적 발전을 가져오기 때문에 다양한 과학적 분야를 발전시키는 것이 여러분의 소명입니다’라고 하셨다.

CMC가 인류애를 바탕으로 기초의학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것은 ‘가톨릭다움’을 실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초의학 발전의 중요성을 생각한 좀 더 구체적인 계기가 있었는가?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 보다 빠르게 산업화에 성공하며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빠른 성장을 이뤄야 하는 목표와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선진국을 모방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모방은 한계가 있으며, 이제는 우리나라도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 축적되었다고 본다.

나는 오래 전부터 진정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기초과학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마태오복음서 에는 비바람에도 무너지지 않는 반석 위의 집과 쉽게 무너지는 모래 위의 집에 대한 말씀이 나온다.(마태 7, 24-27) 단순 모방은 모래 위의 집과 같다. 단단한 반석 위에 집을 짓기 위해서는 단순 모방을 뛰어넘는 기초과학 분야에서 부터의 창조적인 연구와 개발이 있어야 한다. 가톨릭학원은 이를 위해 단기적인 성과나 수익보다는 기초의학 분야 활성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기반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계기가 되었다.

◇가톨릭학원에서 기초의학 분야 활성화에 관심을 두는 것은 한국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 무엇인가?

가톨릭학원은 향후 10년간 기초의학 분야 활성화를 위해 최소 2,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계획으로는 ▲ 기초의학연구 인프라 (옴니버스 파크) 구축 ▲ 기초의학 리더 안정적 연구 여건 조성 ▲ 최첨단 기초의학 기관과의 상호 교류 및 공동연구와 학술대회 개최 ▲ 기초의학분야 연구 협력 추진 ▲ 기초의학 실험 연구장비 및 시설투자 ▲ 인재 육성을 위한 과감한 투자 ▲ 국내외 우수 인재 영입 등이 주요 골자이다.

◇과거에도 성체줄기세포 연구 등 인간 생명 존중을 위한 연구에 앞장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내용이었는가?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2005년부터 생명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를 구성하여 당시 100억원에 해당하는 ‘생명의 신비기금’을 마련하고 성체줄기세포와 관련된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이 기금은 현재까지 다양한 성체줄기세포 연구와 임상시험을 추진 해오고 있으며, 매년 ‘생명의 신비상’을 통해 가장 우수한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를 포상하는 등 인간 생명을 존중하는 연구를 장려하고 있다.

◇학교법인에서 운영하는 병원이 많이 있는데 다른 병원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는 8개의 부속병원이 있다. 1936년 명동 소재 성모병원에서부터 시작하여 8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가톨릭대학교 부속병원은 치유자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국내 최대의 의료 네트워크로 성장해 왔다.

가톨릭 교회 의료기관은 그 동안 타 기관과 차별화되는 생명존중 활동에 앞장서 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산하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생명나눔 운동을 통하여 장기기증 문화 확산에 앞장서 왔고, 낙태의 잔혹성을 고발하는 등 적극적인 생명존중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가톨릭 의대와 8개 부속병원은 ‘인간생명을 해치는 어떠한 연구도 하지 않는다’는 정신을 바탕으로 잉태하는 순간부터 임종하는 순간까지 모든 연구 및 진료 과정에서 생명존중을 최우선 과제로 실천함으로써 이 땅에 생명의 가치를 살리기 위한 연구와 활동을 꾸준하게 실천하고 있다.

◇가톨릭학원에서 기초의학 발전을 미래 방향으로 설정한 비전은 무엇인가?

가톨릭 교회 의료기관이 추구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인간 생명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개발된 지식과 기술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분야이며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초의학 분야를 중점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 기관에서 지향하는 방향이다. 가톨릭학원은 CMC가 국내 최초, 최대라는 수식어를 다수 보유한 위상에 걸맞게 국내 기초의학의 중심지가 되고, 세계적인 기초의학 기관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기초의학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 시설과 투자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가톨릭학원은 이미 2018년부터 기초의학 발전을 위한 시설 투자를 시작했다. 2022년 3월 완공 예정인 옴니버스파크는 기초의학 분야 발전을 위한 공간일 뿐만 아니라 융·복합 협업공간으로써 연구소, 병원, 학교, 기업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옴니버스 파크는 고속터미널 부근 가톨릭중앙의료원 반포 단지(서울 서초구)내 연면적 6만 1,414㎡, 지상 8층, 지하 5층 규모로 건축되고 있다.

◇끝으로 한국 의료분야가 지향해야 할 발전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로 인하여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혼돈 속에 있다. 더구나 코로나 이후에는 또 다른 사회적, 기술적인 질서가 재편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혼돈 속에서는 균형을 유지하고 서로 연대하고 협업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국가도 사회도 기술도 과학도 그 중심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 안에서 4차산업혁명과 의학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인간 생명을 경시하거나 사람 중심이 아닌 주변 기술이 발전하는 순간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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