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人] 김세연 UTC인베 대표 "남들 회수할 때 투자하는 이유요? 더 큰 성공이 보여서죠"

임세원 기자 2021. 7. 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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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코로나 중증환자 치료제 개발중인 이뮨메드 190억 투자
초기부터 상장 이후 투자 잇는 스케일업 전략 강점
[서울경제]

김세연 UTC인베스트먼트(UTC인베) 벤처캐피탈(VC)부문 대표는 두 가지 까다로운 일을 한다. 하나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바이오 벤처에 투자하는 일. 또 하나는 그 회사에 남들이 투자금을 뺄 때 더 넣기 위해 투자자를 설득하는 일이다. 그는 뭘 믿고 이런 반대 행보를 하는 걸까.

최근 서울 여의도 UTC인베 본사에서 서울경제 시그널과 만난 그는 “첫 투자의 클로징(closing)은 곧 오프닝(opening)입니다. 투자하고 나면 투자 검토할 때 몰랐던 지점이 분명히 나옵니다. 그걸 관리하는 과정에서 기업 가치나 기업 성장 여력이 보이고, 그 때 추가로 투자하면서 기업과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게 저희의 원칙입니다”라고 말했다.

말은 멋지지만 실제는 어려움의 연속이다. 김세연 대표는 미네소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뉴욕대 경제학 석사를 수료한 경제학도다. 바이오 투자를 처음 검토하기 시작한 게 2016년. 다른 운용사의 바이오 투자 성공 사례를 보고 뛰어들었지만 당시 UTC인베에 바이오 투자 담당 심사역은 그 혼자였다. 김 대표는 “다른 운용사의 바이오 담당자, 대학 연구자 등을 찾아다니며 가르쳐 달라고 졸랐고, 낯선 바이오 용어를 일일이 녹취해 반복해 들으며 독학했다”고 회고했다.

바이오 전문가가 아니면서도 투자 기업의 핵심 기술을 일타 강사처럼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스스로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파고들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략이 통한 기업은 이뮨메드다. 이뮨메드는 국내 최초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중증환자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뮨메드는 원래 B형 감염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었다. 그러다 또 다른 바이러스인 코로나에도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서울대병원 등 6개 병원에서 7명의 중증 환자에 투여한 결과 6명이 완치된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 치료제와 B형 간염 치료제 개발을 위해 각각 임상 2상을 국내외에서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 치료제 임상 2상 결과가 이르면 9월에 나올 예정인데, 이후에는 미국에서 투자를 받아 대규모 임상 3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뮨메드는 국내 연구자의 집념에서 시작됐다. 1990년대 전세계 바이러스 연구자들은 에이즈 환자 중 일부가 바이러스 치료 물질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서울대 의대 출신 김윤원 한림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수년 간 연구 끝에 그 물질이 뭔지 찾아내 항바이러스 치료 물질 'VSF(virus suppressing factor)'로 명명하고 2000년 이뮨메드를 창업했다.

VSF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와 결합해 다른 세포를 파괴하는 인자를 조절하며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막는다. 이미 감염된 코로나 바이러스를 치료하기 때문에 중증 환자에도 적용할 수 있다. 셀트리온과 대웅제약도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하지만 이들의 그것은 초기환자 치료제로 이뮨메드와 다른 시장을 겨냥한다. 신약 개발 결과에 따라 다양한 바이러스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물질이다.

그러나 이뮨메드는 UTC인베의 투자를 받기 전까지 임상으로 나가지 못했다. UTC 인베는 2017년 30억 원을 투자한 후 동아제약 등에서 임상 경험이 있는 안병옥 박사를 영입했다. 이후에도 추가 투자를 이어가 현재까지 모두 190억 원을 투자했다. 그 사이 기업가치는 800억 원에서 2,500억 원으로 상승했으며 올해 코스닥 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뮨메드와 같은 2017년부터 지금까지 190억 원을 투자한 브릿지바이오테레퓨틱스도 마찬가지 사례다. 이 회사는 2019년 12월 상장 후 다른 VC가 모두 차익을 내고 나갔지만, UTC인베 홀로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예상하며 남아 있다.

그는 “국민 연금을 비롯한 모든 정책 금융기관과 연기금·공제회, 5대 시중은행과 제도권 금융기관이 UTC인베 펀드의 주요 출자자”라면서 “출자자들이 처음에는 힘들어 하지만 과거 투자한 여러 바이오 벤처기업이 성과를 내는 선순환 과정에 들어가면서 이해해주신다”고 설명했다. 피플바이오·이오플로우·엔젠바이오가 투자금 회수를 앞두고 있다.

“저 역시 바이오 투자에 100% 확신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아무리 초기 기업이어도 기반이 되는 과학 기술은 가장 중요합니다. 또한 기업을 구성하는 사람이 괜찮고, 시장성이 있다면 투자는 길게 할 수 있습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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