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서울극장/손성진 논설고문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9년 전 서울 종로서적이 문을 닫았을 때 추억의 일부가 허물어지는 것 같았다.
갓 스물에 상경해서 지리도 모르던 내가 시내에 나오면 약속 장소로 잡던 곳, 적은 용돈을 쪼개 비싼 책을 선뜻 집어들곤 했던 곳이 종로서적이었다.
모든 것이 사라지기 전에 내 삶의 자취를 더듬어 보는 '기억의 순례'라도 해야겠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9년 전 서울 종로서적이 문을 닫았을 때 추억의 일부가 허물어지는 것 같았다. 갓 스물에 상경해서 지리도 모르던 내가 시내에 나오면 약속 장소로 잡던 곳, 적은 용돈을 쪼개 비싼 책을 선뜻 집어들곤 했던 곳이 종로서적이었다.
수백 년 동안 꿋꿋이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럽의 카페처럼 오랫동안 살았거나 드나들던 곳들이 건재하다면 언제라도 다시 찾을 수 있는 고향을 몇 개나 가진 것처럼 든든할 것이다.
아쉽게도 개발 바람은 기억이 켜켜이 쌓여 있는 장소들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과거에 살았던 집들은 흔적이 없고 철없던 시절 다녔던 허름한 술집이나 음악 다실도 이젠 찾을 수 없다.
사라지는 것들은 저만 사라지지 않고 잇닿은 기억마저 가져가 버리니 마음이 아릿아릿하다. 매개체들이 없는데 나만의 힘으로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붙잡을 수 있을지 영 자신이 없다.
스카라, 명보, 단성사, 국도…. 청춘의 발자국이 찍혔던 영화관들도 기억의 저편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그동안 잘 버텨왔던 서울극장이 42년 만에 결국 문을 닫는다고 한다. ‘극장’이란 간판도 몇 남지 않았다. 모든 것이 사라지기 전에 내 삶의 자취를 더듬어 보는 ‘기억의 순례’라도 해야겠다.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Copyright © 서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907일간 도주…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 근황
- ‘벨기에 대사부인과 몸싸움’ 미화원 “먼저 내 도시락 발로 찼다”(종합)
- 죽거나 안구적출… 검은 곰팡이증 무서운 확산세
- 200원짜리 야쿠르트 ‘프로바이오틱스’였다
- 변기 앉자 1.5m 비단뱀이…중요 부위 물려 병원행[월드픽]
- “조두순이 파주 운정에 이사 오나요?” 부동산 커뮤니티 ‘발칵’
- [단독]수산업자, 출소 후 ‘김부겸 보좌관’ 행세…“정치권 갈 것” 말하기도
- “증상 있는데도 근무”…강남구 직장 관련 14명 집단감염
- 박영수 “포르쉐 렌트비 줬다”… 靑은 “수산업자 특사와 무관”
- “내 폰에 10대 성폭행 영상 있어” 구속된 800만 유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