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가교육위원회 출범에 대한 기대

박병기 | 한국교원대 교수·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장 2021. 7. 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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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21년 7월1일, 드디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통령 공약으로 처음 제안된 2002년부터 헤아리면 20년 만의 일이고, 문재인 대통령 공약을 기점으로 해도 만 4년 만이다. 교육정책이 한 정권의 임기를 넘어선 장기적 관점에서 마련되어야 한다는, 교육계의 오랜 숙원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기뻐할 만한 일이다.

박병기 | 한국교원대 교수·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장

교육은 현재를 중심축으로 삼아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그 자체로 미래적 과업이다. 그런데 우리 교육정책은 한 정권의 성향에 따라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왔고, 특히 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 장관의 임기가 1년 남짓에 그침에 따라 지속적·장기적인 진단과 처방을 해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재직 기간이 비교적 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경우는 오히려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다보니 미래를 내다보면서 교육문제를 진단해 내놓아야만 하는 정책이 단기적 처방에 그치거나, 입시제도만 조금씩 바꾸는 것으로 대신하는 한계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킬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정권은 교육에 대해 비교적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왔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청와대 보좌진에서 수석급을 유지해왔던 교육비서관을 1급 비서관으로 격하시켰을 뿐만 아니라, 초창기 대입 관련 국민적 합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이후 가능하면 교육문제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정무적 판단이 앞서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비판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장기적 안목의 교육정책에 관심을 보이기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가 고려되어야 할 요소이지만, 그럼에도 교육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정권으로 남을 뻔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직속 의결기구이자 행정위원회 형태의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은 문재인 정권의 교육에 대한 마지막 관심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이 위원회 출범으로 우리는 교육정책에 관한 장기적 관점을 가질 수 있겠다는 기대를 우선 갖게 되지만, 물론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다. 21명의 위원 중 친정부 인사의 비중이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거나, 극단적인 여야 대립 구도 속에서 오히려 더 큰 혼란만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국회 추천 몫인 9명을 여야 합의를 통해 다양한 배경의 위원을 추천하는 방법과, 중립적인 인사를 추천할 만한 역량을 갖춘 대통령 선출 등을 통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이런 과제는 상대를 토론의 상대자로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시민을 목표로 삼는 학교와 사회의 시민교육 강화를 통해서만 근원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교육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지킬 것은 지키고 고쳐야 할 것은 망설이지 말고 고쳐야 하는 것이 교육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지킬 것과 고쳐야 할 것을 분별해내는 과정에서 다양한 관점을 전제로 하는 숙의가 꼭 필요한데, 국가교육위원회가 바로 그 역할을 해주는 공론장의 중심축이어야 한다.

이 위원회가 출범하면 유·초·중등교육은 시·도교육청이 맡고, 고등교육과 직업교육 등은 교육부가 맡는 방식의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모든 교육정책의 원칙과 방향은 국가교육위원회 차원에서 마련되고 검토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육위원들의 다양성과 함께 위원회 구성원 전반의 다양성도 확보되어야 한다. 교사와 학부모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하고, 교육 이외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열린 채용도 꼭 필요하다. 그래야만 미래를 제대로 내다보며 현재의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시의적절한 대안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꼭 1년 후인 2022년 7월에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우리 앞에 등장할 것이다. 대통령과 지자체장 선거를 치르고 난 후 출범하는 일정이어서 다소 어수선할 수 있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우리 시민 모두가 교육 문제에 대해서만은 자신의 이해관계와 이념을 넘어서는 대승적 자세를 가지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 토대 위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과 관료들이 제대로 해내고 있는지를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어야, 비로소 제 역할을 하는 국가교육위원회 출범과 운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박병기 | 한국교원대 교수·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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