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반쪽기소·직접수사 제한… 김오수 총장의 ‘줄타기’

금원섭 논설위원 2021. 7. 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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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정권과 ‘하나 주고 하나 받기’식
취임 한 달, 아직은 정권 뜻대로… 법과 원칙 제대로 지킬 수 있을까
김오수(사진) 검찰총장.

김오수 검찰총장이 일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패턴이 보인다. 주요 사안마다 검찰 입장을 일부 반영하면서 마치 정권으로부터 큰 양보를 받아낸 것처럼 한다. 검찰이 정권을 상대로 하나를 내주고 다른 하나를 챙기면서 균형 있는 절충안을 만들어낸다는 인상을 주려는 듯하다. 정권 요구를 들어주면서 검찰 내부 불만을 달래보려는 계산도 작용했을 것이다. 김 총장이 취임 후 한 달간 보여준 ‘김오수 스타일’이다.

김 총장은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에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만 배임으로 기소하게 하고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의 배임 교사는 기소를 보류했다. 두 사람 모두 배임죄로 기소해야 한다는 검찰 수사팀 요구를 절반쯤 들어준 것처럼 보인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월성 1호기 수사의 핵심은 수천억원을 들여 새것처럼 고쳐놓은 원전을 가동 중단시켜 한국전력 주주 64만명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힌 정권을 심판하는 것이다. 이 사건은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시작한 것이다. 백 전 장관을 배임으로 기소하지 않으면 정권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게 된다.

검찰의 직접 수사를 제한하는 직제 개편안에 대해서도 김 총장은 겉과 속이 달랐다. 박범계 법무장관이 검찰에 수사권이 남아 있는 부패·공직자·선거 등 6대 범죄도 장관이나 총장의 허가가 없으면 일선 지검, 지청이 수사할 수 없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김 총장은 “직접 수사를 직제로 제한하는 것은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장관 허가는 없던 일이 됐고 총장 허가만 도입됐다. 검찰 수사를 전면 통제하려는 정권의 시도를 총장이 반쯤 막아낸 것 같지만 착시 현상일 뿐이다. 검찰의 손발을 옭아매는 새로운 족쇄가 만들어진 것이다. 직접 수사를 제한하는 조항에 대해 김 총장이 처음에는 ‘반대’ 의견을 냈다가 곧 ‘신중 검토’로 수위를 낮춘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애초부터 총장이 장관과 ‘짜고 친 판’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정권은 역대 최대 규모의 검찰 인사로 임기 말 ‘방탄 검찰’을 완성했다. 정권 불법에 대한 수사를 집중적으로 깔아뭉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 금지 관련 혐의로 기소됐는데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윤석열 전 총장 징계를 반대했던 검사들은 밀려났다. 그런데도 김 총장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고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했다. 정권 불법 혐의인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김학의씨 불법 출금, 문 대통령 딸 가족의 해외 이주를 도운 이상직 의원의 555억원 횡령·배임 등을 수사한 부장검사들도 모두 교체됐다. 이번에도 김 총장은 “검찰에 한직은 없으며 모두 영전한 것으로 본다”고 한다. 이해하기 힘들다.

취임 한 달을 넘긴 김 총장은 정권의 뜻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시각도 있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인은 “김 총장이 이명박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장, 박근혜 정부에서 검사장,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차관과 검찰총장 등 요직을 잇달아 맡았다”며 “능력도 있겠지만 ‘줄타기’를 잘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 상황에 따라 김 총장이 문 정권 불법에 대응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총장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검찰 출신은 “검사 김오수는 법과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라며 “청와대의 이광철 민정비서관, 채희봉 전 산업정책비서관 등을 기소한 것처럼 칼을 휘둘러야 할 때는 매섭게 휘두를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김 총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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