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인사이트] "내 취향·열정 보여줄 수단" 신규 컬렉터 급증.. 미술시장은 급속 회복 중

김영애 이안아트컨설팅 대표 2021. 7. 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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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술품 거래액 76조원 넘어.. 코로나로 풀린 유동자금 몰려
팬데믹 속 자산 불린 컬렉터들 집중 투자에 미술시장 디지털化 한몫
4000억 규모 국내도 신생 갤러리 늘어.. "타산업과 동반성장 추구를"

최근 한국 미술 시장의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느냐는 질문을 여러 곳에서 받았다. 답을 찾으려면 해외의 경우 아트바젤 페어가 후원사인 금융 기업 UBS와 함께 매년 발간하는 보고서, 국내의 경우 문체부·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하는 미술 시장 실태 조사 보고서를 참고할 수 있다. 모두 해당 사이트에서 무료로 열람 가능하다. 이 조사에 따르면 세계 미술 시장은 2018년 약 676억달러(약 76조원)로 성장세를 이어가다 2020년 팬데믹 여파로 500억달러로 내려앉았다. 조사 대상은 갤러리, 아트페어, 옥션으로 점점 비중이 커지고 있는 온라인 마켓도 포함한다. 한국 미술 시장은 2017년 4900억, 2018년 4400억, 2019년 4100억원 규모이며 2020년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마이너스 성장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미술 시장, 놀라운 회복 속도

반면 2021년의 미술 시장은 2020년의 대폭락 이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2007년 말 미국발 금융 위기를 10년 동안 천천히 회복한 것에 비하면 놀랄 만한 속도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미술 시장의 반등 사유는 주식과 마찬가지로 팬데믹 이후 풀린 유동 자금이 아트마켓으로 옮겨간 것을 첫 번째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컬렉터층이라고 볼 수 있는 부유한 개인들은 2019~2020년에 오히려 자산이 불어났으며 럭셔리 마켓 분야 중 순수 미술에 가장 많은 지출을 했다. 주얼리와 시계, 장식 미술, 앤티크, 디자인, 스포츠, 보트, 제트기 등의 품목을 제치고 전 연령층 고루 미술품 컬렉션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 것이다.

그래픽=백형선

컬렉터층은 무엇을 샀는지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베이비 부머 계층, X세대, 그리고 밀레니얼층으로 나눠볼 수 있다. 전 연령층에서 컬렉션을 하기 시작한 지 5년 미만이라는 대답이 절반을 넘어서 신규 컬렉터가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밀레니얼 컬렉터의 구매 규모가 X세대를 넘어서는 추세로, 앞으로 아트 컬렉터층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작품 구매 목적은 투자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비보다는 장식 및 취향과 열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앞섰다. 자산가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예술을 5~10%로 구성하는 경우가 37%, 11~30% 내외가 33%에 달했다. 이제 자산가들에게 미술품 컬렉션은 대체 투자의 수단이나 취향을 넘어서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미술 시장의 호황이 거품이 아니라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측하는 이유 중 하나다.

X세대 추월 밀레니얼 컬렉터 급부상

두 번째 요인으로는 갤러리, 아트페어, 옥션 할 것 없이 모든 미술 시장의 주체가 놀라운 추진력으로 이루어낸 디지털화를 꼽아볼 수 있다. 온라인 뷰잉룸, 온라인 옥션, 작업실에 있는 작가와의 화상 대화, 작품 문의와 가격 정보를 유례없이 오픈한 결과, 작품 구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밀레니얼 컬렉터가 증가한 것도 미술 산업의 디지털화와 관련이 깊다.

세 번째로는 리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점을 들 수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내 생활이 노출되면서 예술품 인테리어도 늘어났다. 고급 주택 입주도 늘고 있는 시기다. 2000년대 미술 시장의 성장도 고급 주상복합과 관련이 있었다. 기존 아파트와 다른 내부 구조, 높아진 층고는 가정집에도 갤러리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고 해외 가구와 미술품이 함께 붐을 이뤘다. 국내에 해외 갤러리의 분점이 열린 것도 이때다. 2006년 독일의 마이클 슐츠 갤러리, 2007년 프랑스의 오페라갤러리, 독일의 디갤러리 등이 서울에 지점을 열었다. 컬렉터들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 미술계 종사자들의 반응은 배타적이었다.

그러나 2007년 말 환율이 급상승하고, 해외 갤러리의 국내 아트페어 참여가 줄며 국제 아트페어가 로컬 아트페어로 축소되자 글로벌 갤러리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경제 회복과 함께 딱 10년 후인 2017년 미국의 페이스와 리만 머핀, 프랑스의 페로탕 등이 분점을 열었고 최근에는 독일의 쾨니그, 오스트리아의 타데우스 로팍 등 세계적인 갤러리들이 들어서고 있다. 한국인 직원이 상주하며 컬렉터들을 관리하거나 아트페어에만 참여하는 글로벌 갤러리는 이보다 훨씬 많다. 오는 10월 열릴 예정인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는 프리즈 아트페어와 함께 공동 개최될 2022년 행사를 준비하며 벌써부터 많은 이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꾸준하게 성장하는 미술 시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조사에 응답한 갤러리의 반 이상이 개관 10년 미만일 정도로 신생 갤러리, 아트페어, 옥션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서비스 차원에서 작품을 전시하던 백화점이나 회사들은 아예 작품을 판매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국내 갤러리 475곳 중 연매출이 10억 이상 된다고 한 곳은 17곳뿐이니, 진입 장벽은 낮지만 승자 독식의 룰이 무섭게 지켜지는 곳이 미술 시장이다. 한국 미술 시장 리포트에 갤러리, 옥션, 아트페어 외에 건축물 미술 작품(공공 조각)과 미술 은행이 포함된 이유도 매출이 없는 갤러리나 미술 시장에서 소외된 예술가를 도우려는 국가의 후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만의 리그’ 넘어 동반 성장 고민을

미술 시장이 성장하는데 그들만의 리그처럼 보여진다면 그 안에 있는 사람이나 밖에 있는 사람 모두에게 오해가 쌓이고 성장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미술 시장에 대한 관점이 호·불호의 차원이나 작품 판매 수익 이상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한국의 미술 시장은 통계에 잡힌 것보다 더 큰 수치일지 모른다. 산업이 커지면 종사자도 늘어나고, 다양한 수익 구조와 파생 서비스가 생겨난다. 골드 러시에는 청바지를 팔라는 말처럼, 교통, 물류는 물론 관광, 요식업, 럭셔리에 이르기까지 미술 시장의 성장세를 타고 다른 산업과의 동반 성장을 꾀하는 것도 주요한 미래 전략이 될 것이다. 미술을 하나의 규모 있는 산업으로 진지하게 검토해보는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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