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언론계, 공포감 커지고 있지만.. "많은 언론인 최선 다해 일할 것"

강아영, 김달아 기자 2021. 7. 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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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특파원이 본 '홍콩 언론 수난시대'

“지금은 홍콩에 슬픈 시기입니다. 홍콩은 그저 중국의 한 도시가 될 것이며, 홍콩도 이제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홍콩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한 외신기자는 홍콩의 상황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지난해 7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통과된 이후 “홍콩은 베이징에 빠르게 굴복했다”며 “홍콩보안법의 애매모호함과 불확실성 때문에 홍콩 언론사들은 엄청난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말대로 홍콩보안법은 지난 1년간 홍콩의 언론 자유를 크게 악화시켰다. 반중 성향의 빈과일보는 자산이 동결되고 편집국장 등 직원들이 체포된 데 이어 지난달 24일 자진 폐간했다. 30여 편의 글이 홍콩보안법을 위반한 혐의 때문이었다. 민주 진영 온라인 매체로 분류돼온 입장신문도 빈과일보 폐간 사흘 만에 법 위반이 우려된다며 칼럼을 잇달아 내리고 후원금 모집을 중단했다. 중도 성향의 언론사들 역시 자기 검열을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7월 홍콩 국가보안법이 통과된 이후 지난 1년간 홍콩의 언론 자유는 크게 악화했다. 지난달 24일 반중 성향의 빈과일보가 자진 폐간한 데 이어 중도 성향의 언론사들도 자기 검열을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새벽 빈과일보 마지막 호가 신문 판매대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뉴시스

론슨 챈 홍콩기자협회장은 “빈과일보 및 빈과일보의 모기업인 넥스트디지털에 고용된 직원이 1000여명인데, 이들 중 다수는 실업자가 되고 단기간에 언론 관련 일자리도 되찾을 수 없을 것”이라며 “홍콩 주류 언론 대부분은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고 있고,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언론들도 홍콩보안법의 표적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매체에서 일하고 있는 한 기자도 “홍콩에서 보도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체포되거나 해고되지 않은 기자들도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회사를 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공영방송 RTHK가 사실상 정부 대변인으로 변질됐다며 최근 베테랑 언론인 스티븐 바인스가 사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언론인이 최선을 다해 계속 일할 것이라 믿는다”며 “하지만 기자들이 홍콩보안법에 담긴 ‘레드라인’을 넘나드는 것에 대해 편집자와 관리자들이 조심스러워하기에 이들의 압력으로부터도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기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홍콩 언론 지형은 친중 성향으로 기울고 있다. 신정은 이데일리 베이징특파원은 “홍콩 소식은 주로 영자지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참고하고 있는데, 중국이 SCMP를 소유하고 있는 알리바바그룹에 SCMP 지분 처리를 압박하는 등 사실상 언론 탄압을 하는 분위기”라며 “그 때문인지 SCMP도 최근 많이 위축된 것 같고 비판적 기사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윤고은 연합뉴스 홍콩특파원은 “2014년 우산혁명과 2019년 반정부시위 때 민주진영의 열기를 보고 속속 생겨난 작은 규모의 온라인 매체들이 꽤 있다”며 “그런 매체들이 친중 진영으로 가진 않았다. 다만 신문사 중 유일하게 민주진영이었던 빈과일보는 폐간됐고 중도 성향 매체인 명보의 경우 노선 변화가 감지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중국의 언론 압박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안타깝게도 기자들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챈 기자협회장은 “우리에겐 입과 펜만 있을 뿐, 어떤 싸움도 계획할 수 없다”며 “하지만 기자협회장으로서 (홍콩 언론 자유에 대한) 제 입장은 확고하다.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17년 전 이 업계에 종사한 이후 해왔던 일을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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