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SUV야? 레이싱카야?"..버튼 누르면 290마력 '쑥'

박윤구 2021. 7. 6.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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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엔진 닮은 흡입구 디자인
초경량 단조휠로 중량도 줄여
5.5초만에 시속 100km까지 도달
야수와 같은 엔진소리 울리면
레이싱 만화 속 주인공된 느낌
코너링·서스펜션은 다소 아쉬워
현대자동차 브랜드 최초의 고성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 N. [사진 제공 = 현대차]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제조사 부문 2연패, 2021 뉘르부르크링 24시 우승.'

불과 20년 전만 해도 해외에서 '싼값에 타고 다닐 만한 차'로 여겨졌던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모터스포츠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포뮬러원(F1)과 쌍벽을 이루는 세계 최정상급 모터스포츠 대회인 WRC에서 2019~2020년 연속 제조사 우승 타이틀을 차지하고 '지옥의 레이스'라 불리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 레이스에서 1위의 영예를 안는 등 한국 자동차 산업에서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현대차가 세운 대기록의 중심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출범을 주도한 고성능 브랜드 'N'이 있다. 정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현대차는 2012년 고성능 모델 개발 전담 조직을 신설했고 2014년 고성능 브랜드 N을 출범시켰다. 고성능 모델인 M시리즈의 연구소장을 지낸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영입하고 i30N과 i20N, 벨로스터 N 등 다양한 고성능 모델을 잇달아 선보였다. 지난 4월에는 '코나 N'을 전 세계에 공개하며 메르세데스-AMG, BMW M, 아우디 RS·S 등이 포진한 글로벌 고성능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지난 4월 말 코나 N 출시 행사에서 "N은 현대차 고성능 기술을 통해 양산차의 성능을 견인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성능을 원하는 고객 요구에 발맞춰 끊임없이 도전하고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16일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만난 현대차 최초의 고성능 SUV 모델 코나 N은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외관에 탈수록 재미가 배가되는 묘한 녀석이었다. 자동차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차체 플랫폼은 일반 코나와 동일했지만 곳곳에서 스포티한 요소를 찾아볼 수 있었다. 더 뉴 코나 가솔린 모델과 비교하면 전폭과 전고, 휠베이스 등은 동일하지만 전장은 10㎜ 긴 4215㎜, 배기량은 400㏄ 많은 1998㏄다.

외장 디자인은 새로운 N 전용 색상인 '소닉 블루'를 적용해 시원하면서도 산뜻한 인상이 전해졌다. 전면부는 고성능 이미지를 강조하는 N 로고가 부착된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과 다크 크롬 현대 로고로 존재감을 키웠다. 전투기의 엔진 흡입구 형태에서 영감을 받은 전면 범퍼의 공기 흡입구(에어 인테이크)는 낮고 넓은 형태를 강조하는 동시에 고속 주행 시보다 안정적인 엔진 냉각을 돕도록 설계됐다.

측면부는 N 전용 퍼포먼스 휠과 초고성능(UHP) 타이어가 사이드 도어 하단의 클래딩과 함께 공격적인 라인을 살렸다. 특히 N 전용 19인치 초경량 단조휠 선택 시 주조휠 대비 대당 12㎏의 중량을 절감해 더욱 짜릿한 주행감을 맛볼 수 있게 했다. 프런트 립 스포일러와 더블 윙타입 리어 스포일러, 사이드 실 몰딩 등은 주행 성능을 시각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접지력 향상과 고속 안정성 개선까지 꾀했다.

내부로 들어서자 N 전용 퍼포먼스 블랙 색상의 포인트가 적용된 N 전용 시트, 스티어링 휠, 기어 노브, 핸드 브레이크 등이 감성을 자극했다. 스웨이드 소재 N 전용 시트는 측면에 불룩 튀어나온 '사이드 볼스터'가 몸을 탄탄하게 지지해줘서 역동적인 주행 속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도록 했다.

10.25인치 클러스터와 디스플레이, 헤드 업 디스플레이(HUD)는 N 전용 그래픽 인터페이스가 탑재돼 마치 게임을 하는 듯한 재미를 선사했다. RPM과 속도계로 이뤄진 일반적인 2서클 디자인에서 벗어나 RPM, 속도계, 기어 단수, 변속 표시등을 동시에 표현해주는 1서클 디자인을 제공한다. 계기반의 남은 공간에는 유온, 냉각수온, 토크, 터보압 등의 고성능 특화 정보를 표시해 차량의 섬세한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또 고성능 모델에 걸맞게 전용 인포테인먼트 기능도 새롭게 추가됐다. 레이스 트랙을 한 바퀴 주행할 때 걸리는 시간을 기록해주는 '랩타임 측정장치'와 서킷에서 운전자의 동선을 추적해주는 'N 트랙 맵' 기능이 탑재돼 레이싱 전문 장비 도움 없이도 자신감 있게 레이스 트랙을 공략할 수 있도록 했다.

코나 N은 2.0ℓ 터보 GDI 엔진을 장착했는데 터빈휠과 터빈 유로를 늘려 엔진 성능과 내구성을 향상시켰다. 기존 엔진들이 약 6000rpm에서 최대출력에 도달했던 것과 달리 코나 N 엔진은 5500rpm에서 최대출력을 유지시켜주는 플랫파워 특성을 현대차 최초로 적용됐다. 여기에 8단 습식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를 결합해 벨로스터 N보다 5마력 높은 최고출력 280마력, 최대토크 40㎏·m의 동력 성능을 갖췄다. 최고속도는 시속 240㎞이며, 론치 컨트롤 작동 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5.5초 만에 도달한다.

코나 N이 차급의 한계를 뛰어넘고 어떠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를 안고 인제스피디움 트랙에 올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코나로 이게 된다고?'라는 감탄사를 트랙에서 수차례 내뱉었지만 '역시 코나인가'라는 아쉬움이 뒤섞이면서 묘한 여운이 남는 시승 경험이었다.

시동을 걸자 '억대' 고급차가 주로 선사하는 야수 같은 엔진음이 실내로 울려퍼졌는데 이는 전자식 사운드 제너레이터 효과 덕분이었다. 본격적으로 트랙을 달리자 NTS(N 트랙 센스 시프트) 기능으로 부드러운 변속을 체감할 수 있었고 빗길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는 안정감도 선사했다. 변속 때는 귓속으로 '팝콘 소리' 같은 엔진음이 흘러 들어오기도 했다. 에코, 노멀, 스포츠, N 등 주행 모드로 구성된 N 그린 컨트롤 시스템은 스티어링 휠에 부착된 2개의 버튼을 통해 손쉽게 변환할 수 있다.

코나 N의 진정한 매력은 NGS(N 그린 시프트)에 있었다. 스티어링 휠 우측에 위치한 NGS 버튼을 누르면 20초간 엔진과 변속기 성능을 끌어올려 최고출력이 290마력까지 치솟는다. 직선 구간에서 전문가의 지시 아래 NGS를 켜고 가속페달을 밟자 시속 170㎞까지 순식간에 도달했다. 마치 1990년대 일본 레이싱 만화의 주인공처럼 부스터 모드를 작동하면서 대사를 외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같은 매력에도 불구하고 고속 주행 시 코너링 구간으로 접어들면 차체가 뒤틀리는 듯한 인상이 전해졌고 서스펜션 또한 예상보다 딱딱해서 장기간 주행 시 피로감이 느껴질 법했다. 트랙 인근에 '차박' 용도로 꾸며놓은 코나 N이 공개됐지만 2열 시트가 평평하게 눕혀지지 않았고 키 180㎝ 이상 성인은 다리를 쭉 펼 수 없을 정도로 내부 공간이 좁았다.

다만 다양한 편의사양과 예상 판매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코나 N은 여전히 눈여겨볼 만한 모델이다. 일상생활 속 주행에서의 안전을 위해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차로 유지 보조(LFA) 등이 기본 적용됐다. 또 N 모델 최초로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BCA)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RCCA)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등도 탑재했다. 코나 N의 공식 출시 예정 일자는 7월 중순이며 예상 판매가격은 개별소비세 3.5% 기준 3400만~3500만원이다.

[인제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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