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고성능 컴퓨팅이 경쟁력 가른다

2021. 7. 6.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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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종 ETRI 연구위원
한우종 ETRI 연구위원

정부는 2030년 엑사급 초고성능 컴퓨터를 독자 기술로 개발하겠다는 '국가 초고성 능컴퓨팅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이른바 '슈퍼컴퓨터'로 실현되는 초고성능 컴퓨팅 기술은 강력한 계산 능력에 기반한 모의실험 성능을 통해 현실에서 실험이 불가능하거나 우주 개발이나 최첨단 생명과학 등 매우 어려운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사가 터빈 설계에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연간 20억 달러의 연료 절감효과로 시장 경쟁력을 높인 사례는 최첨단 과학 분야 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널리 활용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과거 초고성능 컴퓨터 기술이 현재의 스마트폰에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기술적 파급효과를 증명하고 있다. 대용량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이 결합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될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미국은 초고성능 컴퓨팅 기술의 독점적 우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 차세대 시스템으로 1초에 100경 번이나 연산이 가능한 엑사급 시스템을 2021년 연말부터 연달아 3대나 가동시킬 계획이다. 중국도 엑사급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고 있으며, 일본도 장기 전략을 통해 10년 주기로 세계 1위 시스템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과 깊은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유럽에서도 91억 유로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자체 초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을 개발하고 활용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초고성능 컴퓨팅 역량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현재 14페타급의 KISTI 누리온과 기상청 누리와 미리를 보유하고 있지만 누리온이 우리나라 초고성능 컴퓨팅 전체 역량의 약 78%를 차지하고 있고, 국가별 성능합계에서 한국이 겨우 1%를 유지하고 있는 현실은 우려가 크다.

이 시점에서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에 중국에 슈퍼컴퓨터용으로 사용되는 고성능 반도체 칩의 수출을 금지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자유시장 경제 하에서도 현실적인 이유들로 모든 나라들이 특정 분야, 특정 기술에 대한 보호장치를 하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관계 속에서 어떤 기술이 국가 경쟁력과 안보의 기반이 되는 기술인지를 냉정하게 살펴보고 효과적인 기술개발 전략 수립은 매우 중요하다. 하물며 기술을 전적으로 외부에 의존한다는 것은 마치 안전벨트 없는 슈퍼카와 같이 위험하다.

지난 5월 28일, 제3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통과된 '국가 초고성능 컴퓨팅 혁신전략'은 4차산업혁명의 흐름을 타고 새롭게 도약할 시점에 핵심 인프라인 초고성능 컴퓨팅 기술 및 고성능 서버 산업에서 더 이상 격차가 벌어지도록 방치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국가 전체 인프라의 지속적 확장, 자체 시스템 개발능력을 포함하는 핵심 기술력 확보 및 산업 생태계 강화, 그리고 활용분야 확대 등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된 혁신전략은 2030년까지 초고성능 컴퓨팅 기술을 선도하는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고성능 컴퓨팅 관련 산업 생태계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산업체와 적극적인 협력 개발체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으로 실행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 또한 확인이 가능하다.

ETRI 슈퍼컴퓨팅 기술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슈퍼컴퓨터 기술개발 선도 사업이 수행되고 있으며 결과물들은 혁신전략 실행을 위한 훌륭한 토대를 제공할 것이다. ETRI는 우리나라 ICT 강국 견인에 그동안 이바지한 것처럼 이번 사업 주관에 거는 기대에 어깨가 무겁다. 이번 혁신전략의 성공적인 실행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물론, 여러 벽을 넘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라는 지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도 고정관념의 벽을 넘어섬으로써 현재의 국가 경쟁력을 달성해 왔다는 점을 상기할 때, 벽은 우리를 가로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도전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절실히 다가온다.

이번 혁신전략은 초고성능 컴퓨팅 활용을 확산시켜 전반적인 과학기술과 비메모리 반도체를 포함한 산업 경쟁력을 크게 향상시키며 인접 분야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다가오는 세대를 위한 ICT 강국의 길을 넓고 크게 열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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