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나'가 공존하는 공동체

한겨레 2021. 7. 6.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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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공유주택이나 생태공동체를 시도하는 다양한 실험이 일어나고 있다.

하나됨의 가치를 지켜나가면서도 구성원의 자유를 존중하는 공동체 만들기의 지혜가 공간 건축과 문화 속에 녹아 있었다.

그런 공동체는 '우리'라는 열린 울타리를 만들어내고, 파편화되지 않는 '나'를 위한 공간을 창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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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황산의 인문학 봉인풀기]

기노채 건축가가 지은 큰들공동체. 기노채 페이스북 갈무리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공유주택이나 생태공동체를 시도하는 다양한 실험이 일어나고 있다. 공동체(community)라는 말은 공동성, 즉 ‘com’에 방점이 있다. 공동주거, 공동체 식사, 함께 하는 노동과 공유경제, 함께 어울리는 축제가 바로 그것이다. 공동체의 경험은 현대인의 단절과 고립을 용해하고, 각자도생의 삶에서 누릴 수 없는 행복감과 연결의 기쁨을 맛보게 한다. 하지만 개인주의에 익숙한 우리는 함께 살면 이내 불편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공동체는 마치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개인의 희생 위에 세워진다고 오해한다.

공동체 주택 및 공동체와 관련된 공부모임을 한 적이 있다. 몇몇 참가자는 자신들이 공동체를 동경하면서도 한편 묘한 심리적 장벽이 있음을 토로했다. “나에게는 널리 알려진 공동체들이 부담이 된다. 불편하게 다가온다. 나만의 공간과 나의 자유가 전혀 허용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적당하게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냥 자주 소통하면서 사는 관계가 나을 것 같다.”

기노채 건축가가 지은 큰들공동체. 기노채 페이스북 갈무리

이는 우리의 기억 속에 저장된 ‘함께 살기’의 슬픈 기억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 첫째는 옛날 시골의 부락이나 집성촌의 경험이다. 이웃집 부엌에 숟가락 몇개가 있는지 다 알 정도로 개인의 정보들이 모두에게 쉽게 번져버리는 관계망의 지나친 노출성 때문이다. 게다가 혈연관계와 위계가 심한 질서는 속박으로 작용했다. 둘째는 공유나 하나됨의 가치에 대한 이념적 채색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우리는 공동, 하나됨, 공유, 협동 등의 단어만 들어도 화들짝 놀라고, 더불어 사는 삶의 장점을 보지 못하는 색맹으로 살았다.

오늘날의 공동체는 새로운 문화적 토양 위에서 형성되어가고 있다. 구성원들은 자유와 개성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더불어 살기를 추구한다. 최근 경남 산청에 있는 큰들 공동체를 방문했다. 예술공동체인 극단 큰들은 예술인들이 모여 함께 살며 창작과 연습을 하고 국내외를 다니며 공연 활동을 한다. 큰들은 협동조합공동체로 운영되고, 모든 멤버가 공동체 식당에서 함께 식사한다. 각 주택은 프라이버시가 지켜지는 구조의 독립주택으로 지어졌고, 퇴근 뒤에는 각 가정의 공간이 전적으로 존중된다고 한다. 하나됨의 가치를 지켜나가면서도 구성원의 자유를 존중하는 공동체 만들기의 지혜가 공간 건축과 문화 속에 녹아 있었다.

큰들극단이 만든 남명 조식

공동체는 함께 살고자 하는 이상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공동의 가치와 서로를 환대하고 배려하는 문화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함께하는 공간과 개인적 공간, 상호 거리에 대한 감각, 그리고 이에 대한 깊은 통찰이다. 함께 사는 새로운 사회성을 만들어내면서도 각 개체의 자유와 특이성들이 활기차게 표현될 수 있는 장치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공동체는 ‘우리’라는 열린 울타리를 만들어내고, 파편화되지 않는 ‘나’를 위한 공간을 창조한다. 공동체는 만남과 거리와 공간에 대한 역학이다. 이는 아마도 공동체가 지녀야 할 세련됨의 감각, 건축 예술적 협업을 통해 이루어가야 할 즐거운 숙제가 아닐까.

황산/인문학연구자, 인문창작공동체 아트앤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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