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은 장판·골프가방..은마아파트 2300t 쓰레기 "썩은 내 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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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개동 대단지, 모두 합해 4424가구가 살아가는 서울 강남의 은마아파트 지하실에 40년간 쌓여왔던 쓰레기들이 마침내 세상에 나왔다.
은마아파트 관리소 관계자는 "이제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이 기간 지하실에서 나는 정화조 악취와 모기 때문에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진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수년간 골머리를 썩여온 쓰레기 문제를 더이상 미룰 순 없단 생각에 수거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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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직 노동자 8명 고군분투
"구멍, 쪽문마다 쓰레기 가득
반려동물·쥐 사체 가장 힘들어"

31개동 대단지, 모두 합해 4424가구가 살아가는 서울 강남의 은마아파트 지하실에 40년간 쌓여왔던 쓰레기들이 마침내 세상에 나왔다. 1979년 완공된 이 아파트에 살았던 입주민들이 집을 떠나며 버리고 간 2300t의 생활폐기물은 수십년간 방치돼 있었는데 이제야 수거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6일 오전 <한겨레>가 찾은 대치동 은마아파트 5동 입구에는 다리가 부러진 식탁 의자와 골프가방, 삭은 장판 더미와 이삿짐 박스를 비롯한 주인 잃은 물건들이 아무렇게나 뒤엉켜 초등학생 키만큼 쌓여 있었다. 수거업체에서 나온 8명의 일용직 노동자들은 새벽 4시30분부터 출근해 쓰레기를 나르고 옮겼지만 100미터가량 이어진 긴 아파트의 지하실 청소는 쉽게 표가 나지 않는다.
전날부터 수거를 시작한 ㄱ씨는 “가장 참을 수 없는 건 악취다. 썩은 냄새가 코를 찌른다. 오전에만 1t 트럭에 쓰레기를 산처럼 쌓고 4∼5번을 실어 날랐다. 지하실을 내려가 보면 그 안에 또 쪽문이 있고, 거길 들어가면 쓰레기가 또 한가득이다. 5일을 꼬박 일해야 그나마 한 동 청소가 끝날 것”이라며 땀을 닦았다.

지난달 29일 쓰레기 수거가 시작된 뒤 현재까지 4개동의 지하실이 비워졌다. 첫날 수거 대상이었던 아파트 한 동 지하실이 뱉어낸 쓰레기 양만 50t이었다고 한다. 40년의 흔적을 씻어내는 일은 업무 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5∼8명이 한 조를 이뤄 각종 쓰레기를 지상으로 끌어올린 뒤에는 나무류와 벽돌, 플라스틱, 고철 쓰레기를 지상으로 끌어올려 일일이 분류하고 1t 트럭에 가득 담아내는 일을 수차례 반복한다. 지하실과 더불어 경비실 양옆으로 난 원룸 크기의 9개 지하 창고도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 ㄴ씨는 “구멍이란 모든 구멍에 쓰레기가 다 차 있다고 보면 된다. 듣기로 처음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은 일이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도망간 일도 있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들이 40년의 흔적을 헤집고 찾아낸 쓰레기도 각양각색이다. 오전 작업을 마치고 그늘을 찾은 ㄷ씨는 “매트리스 같은 무거운 물건을 들고 날라야 하는 게 육체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제일 참기 어려운 건 반려동물이나 쥐 같은 동물 사체다. 노숙자가 라면을 끓여 먹고 자다 간 흔적도 있더라”라고 말했다.

은마아파트의 쓰레기 수거 문제는 책임 주체와 비용 부담 문제를 두고 수차례 아파트 내부 갈등을 겪어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했었다.
결국 아파트 관리소 쪽은 지난 5월 동대표회의에서 대표들 과반수 이상이 쓰레기 수거에 동의한 의결 내용을 토대로 최저가 견적을 낸 업체를 선정해 수거를 진행하기로 했다. 2300t 쓰레기를 내보내는 데 드는 비용은 약 3억5천만원 가량으로, 주민들 동의가 뒷받침되면 아파트가 보유한 각종 잡수입금과 장기수선충당금 등으로 비용을 댈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는 주민들의 과반수 동의를 받기 위한 투표 절차를 밟고 있다. 은마아파트 관리소 관계자는 “이제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이 기간 지하실에서 나는 정화조 악취와 모기 때문에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진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수년간 골머리를 썩여온 쓰레기 문제를 더이상 미룰 순 없단 생각에 수거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글·사진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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