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여성 수영복을 '발명'한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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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07년 몸에 밀착된 원피스 수영복을 직접 디자인해 만들어 입고 세상에 등장했다.
공식 기록엔 없지만, 그는 그 수영복을 입고 한 해수욕장에 갔다가 외설 혐의로 경찰에 연행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전까지 수영복은 독자적인 의상 장르로서의 위상을 지니지 못했다고 해야 할 정도로 일상복과 유사했다.
그는 자신의 수영복을 브랜드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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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니' 수영복을 "태양 아래 여성의 배꼽을 처음 드러낸 옷"이라 쓴 적이 있다. 비키니를 세상에 선뵌 건 1946년 프랑스 의류 디자이너 루이 레아르(Louis Reard)였다. 하지만 여성 수영복 역사의 가장 혁명적 도약은 호주 수영선수 아네트 켈러만(Annette Kellermann, 1887.7.6~ 1975.11.6)에 의해 시작됐다.
그는 1907년 몸에 밀착된 원피스 수영복을 직접 디자인해 만들어 입고 세상에 등장했다. 그의 의도는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며 몸놀림을 자유롭게 하려던 거였지만, 다 드러낸 몸의 실루엣에 세상은 경악했다. 공식 기록엔 없지만, 그는 그 수영복을 입고 한 해수욕장에 갔다가 외설 혐의로 경찰에 연행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전까지 수영복은 독자적인 의상 장르로서의 위상을 지니지 못했다고 해야 할 정도로 일상복과 유사했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수영복은 동화 속 백설공주 드레스처럼 어깨에 풍선 같은 장식이 달려 있었고, 바지도 무릎 아래까지 내려와 풍성한 주름 장식으로 마무리된 거였다. 1910년대 여성 참정권(suffrage) 운동이 본격화하면서 수영복 소매와 바지 기장도 점점 짧아졌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수영복이 아니라 일상복에 가까웠다.
근년의 사이클 수트와 흡사한, 목 칼라도 단추가 없는 켈러만의 수영복은 적어도 선수들과 여성들에겐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자신의 수영복을 브랜드화하기도 했다.
태어나면서 다리가 약해 6세 무렵까지 보행보조기를 달고 살았던 켈러만은 수영을 시작하면서 자유를 찾았고, 10대 때부터 지역 대회를 휩쓸며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1905년 이래 세 차례나 도버해협을 수영으로 건너는 도전에 나서기도 했다. 1908년 하버드대 체육·보건팀이 여성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로의 '비너스'와 가장 유사한 체형을 지닌 사람으로 그가 뽑히기도 했다. 보더빌 수족관 쇼와 하이다이빙 쇼에서 활약하다 1916년 할리우드 배우로 데뷔해 멋진 수영 솜씨를 뽐냈고, 여성 수영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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