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영어학원, 부모찬스, 공정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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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 나는 상당히 뻘쭘하다. 말을 걸기도 그렇고 그냥 멀뚱히 앉아있자니 내가 너무 비참해지는 것 같다.'
아내와 나는 '영어 공부 시키려다 애 잡겠다'며 다음날부터 학원을 보내지 않았다.
이것만이 남들 다 보내는 영어학원을 끊은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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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 나는 상당히 뻘쭘하다. 말을 걸기도 그렇고 그냥 멀뚱히 앉아있자니 내가 너무 비참해지는 것 같다.’
영어 사교육에 대한 개인적 불신도 한몫했다. 외국어를 학습(Learning)이 아닌 습득(Acquisition)하기까지는 완벽한 외국어 환경에서도 최소 7개월이 필요하다는 게 대학 시절 주워들은 지식 중 하나다. 7개월×30일×18시간(수면시간 제외)이면 3780시간이 필요한데 일주일에 6시간씩 학원을 다닌다 해도 13년이 필요하다. 이마저도 13년 내내 계속해 영어만 듣고, 말하고, 익힌다는 가정에서 그렇다.
학원들의 ‘불안마케팅’에 속아 한 달에 30만∼50만원씩 쏟아붓느니 차라리 1∼3년 어학연수를 보내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대입에서 영어 A등급이 과연 초·중·고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하면 받을 수 있는 점수일까라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취업지원 때 으레 내는 어학성적은 지원자의 영어실력보다는 그만큼의 점수를 얻도록 힘을 보탰을 부모의 ‘스펙’을 보는 것이라는 삐딱함도 작용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공정한 경쟁’ 담론이 내심 불편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수능이 그렇듯이 영어 또한 인풋(input) 수준에 따라 아웃풋(output)이 극명하게 나뉜다. 부모의 영향력이 워낙 커 경쟁의 출발선에서부터 기울어져 있다. 응시 기회나 시험 절차가 공정했다고 해서 나타난 결과가 실력대로 이뤄졌다고 말할 수 없다. 과정의 균등(equality)은 결코 결과의 공정(equity)과 동의어가 아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필사의 ‘노오력’ 끝에 일정 수준의 실력을 갖춘 학생들은 어떻게 설명하지?” “상류층 부모만큼 지원을 못해줘 경쟁에서 뒤처질 게 뻔하다고 너는 자식 교육을 포기할 거니?” 딸 영어교육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공정 사회’에 대한 20대 생각도 들을 겸 연락한 대학 동기 겸 교수가 툭 던진 말이다. ‘수저론’이 비판에는 유용하지만 대안까진 제시하진 못한다는 얘기였다.
세상만사가 물려받은 것(Nature)과 노력한 것(Nurture)의 합작품인 것 같다. 유전적 요인이 능력발현의 구간을 정하면 후천적 요인에 따라 최대치가 나타날 수도, 최저치에 머물 수도 있다. 공정사회 지향점도 그렇다. 출신·가족 변수를 최소화하고 교육·환경 요인을 최대화하자는 것 아닌가. 오랜 논란 끝에 영어교과가 대입에서 절대평가화했듯이, 공정경쟁이란 시대적 화두가 보다 나은 사회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송민섭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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