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글로벌 오피니언리더] 칠레 의회 첫 의장은 원주민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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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독재 시절 제정된 현행 헌법을 버리고 새 헌법을 만들기로 한 칠레가 4일(현지시각) 공식적으로 제헌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155명으로 구성된 칠레 제헌의회는 이날 수도 산티아고의 옛 국회의사당에서 출범식을 열고 새 헌법 초안 작성을 위한 대장정을 시작했습니다.
현행 헌법이 소수의 엘리트 계층에 의해 만들어진 데 반해 이번 제헌의회는 변호사부터 교사, 주부, 과학자, 사회복지사, 수의사, 작가, 기자, 배우, 의사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구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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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독재 시절 제정된 현행 헌법을 버리고 새 헌법을 만들기로 한 칠레가 4일(현지시각) 공식적으로 제헌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155명으로 구성된 칠레 제헌의회는 이날 수도 산티아고의 옛 국회의사당에서 출범식을 열고 새 헌법 초안 작성을 위한 대장정을 시작했습니다. 제헌의회는 앞으로 9개월에서 최대 1년 안에 새 헌법 초안을 만들게 됩니다.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한 초안이 완성되면 국민투표를 거쳐 새 헌법이 최종 확정됩니다.
제헌의회를 이끌 의장으로는 원주민 마푸체족 출신의 산티아고대 교수인 엘리사 롱콘(사진 가운데) 의원이 전체 의원 중 96명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습니다. 그는 언어학 박사이자 원주민 인권활동가입니다. 칠레 중남부에 주로 거주하는 마푸체족은 칠레 인구의 10% 가까이를 차지하는 최대 원주민입니다. 원주민 여성이 의장으로 선출된 것은 그동안 정부의 중대한 결정에서 배제돼온 소수의 권리를 진작시킨다는 이번 제헌의회 취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입니다.
이날 마푸체족 전통의상을 입고 마푸체 언어로 인사말을 꺼낸 롱콘은 "제헌의회가 칠레를 바꿔놓을 것"이라며 최대한 많은 이들이 참여하는 투명한 제헌 과정을 약속했습니다. 이어 공통어인 스페인어로 "역사를 바꾸고 단결의 외침을 실현할 힘은 모든 국민과 지역, 부문, 기관과 성적 다양성을 위한 것"이라며 "칠레를 다민족·다문화 국가로 만드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말했습니다.
칠레의 새 헌법 제정은 지난 2019년 10월 칠레 전역을 뒤흔들었던 사회 불평등 항의 시위의 결과물입니다.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이 촉발한 당시 시위에선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독재 시절(1973∼1990년)인 1980년에 제정된 현행 헌법을 폐기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지요. 시위가 이어지자 정치권이 새 헌법 제정을 위한 국민투표 실시에 합의했고, 지난해 국민투표에서 78%의 국민이 피노체트 헌법 폐기와 새 헌법 제정에 찬성했습니다.
이어 지난 5월 투표를 통해 제헌의회가 구성됐습니다. 현행 헌법이 소수의 엘리트 계층에 의해 만들어진 데 반해 이번 제헌의회는 변호사부터 교사, 주부, 과학자, 사회복지사, 수의사, 작가, 기자, 배우, 의사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구성됐습니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인 만큼 제헌 과정에서 각계각층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지만, 그만큼 의견 일치가 어려워 초안 완성까지의 과정이 험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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