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가 낮아진 대우건설..재입찰 논란 끝에 중흥건설 품으로
인수가 2조3,000억원→2조원 초반대로
과거 매각 실패 경험 탓 가격 수정 수용한 듯
사실상의 재입찰로 논란을 부른 대우건설 매각이 결국 본입찰에서 높은 가격을 써냈던 중흥건설의 승리로 끝나게 됐다.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KDBI)는 5일 오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흥 컨소시엄을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중흥건설의 인수의향가는 2조 원대 초반으로 알려졌다. KDBI는 "매각대금, 거래의 신속·확실성, 대우건설의 성장과 안정적 경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KDBI는 지난달 1일 매각 주관사로 산업은행 인수합병(M&A)실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를 선정하고 같은 달 25일 본입찰을 실시했다. 본입찰에서는 중흥건설이 2조3,000억 원,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이 1조8,000억 원의 인수의향가를 써내 중흥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KDBI가 갑작스럽게 두 곳을 대상으로 제한적인 재입찰을 실시해 논란을 불렀다. 중흥건설이 경쟁사인 호반건설의 인수전 참여를 의식해 예상인수가를 상회하는 가격을 써낸 게 화근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경쟁사보다 5,000억 원 높은 걸로 확인되자 중흥건설은 지난달 29일 기존보다 낮은 가격을 KDBI에 제안했다. KDBI는 형평성을 고려해 DS네트웍스 컨소시엄에도 수정 기회를 줬다. 시장에선 "중흥건설의 인수가를 낮춰주기 위한 재입찰"이라는 특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KDBI는 "안정적인 M&A 계약을 위한 전략적 차원의 '가격 수정'이었다"며 선을 그었다. 앞서 2017년 대우건설 매각 추진 때는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해외사업 부실 문제가 불거져 실패한 바 있다. 그간의 대우건설 매각 실패의 역사를 되짚어볼 때 매수의향자와의 원활한 협상 차원에서 가격 수정이 가능했다는 항변이다.
이대현 KDBI 대표는 "이번 딜을 끝까지 끌고가 성사시키기 위해 매수의향자의 요청과 권리, 주장을 최대한 듣겠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매수자의 수정안 제안과 매도자의 수정안 수용은 문제 없이 행사 가능한 양측 권리"라고 설명했다. 입찰 안내서상 양측 합의를 통해 제안 수정이 가능했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최고가를 적어낸 입찰자가 매물을 가져간다는 M&A의 불문율을 깼다는 점에서 KDBI가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융투자(IB) 업계에선 대우건설 재입찰을 두고 "아마추어나 할 법한 거래"라고 혹평하고 있다. 앞으로 M&A 거래에서 입찰자가 가격 조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재입찰로 매각 가격이 낮아져 KDBI가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대우건설 노조 역시 KDBI가 가격을 떨어뜨렸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배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매각 구조는 정하기 나름이지만 1차 입찰가가 공개되면서 가격을 다시 바꿀 수 있는 웃긴 상황이 됐다"면서 "1차 입찰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게 아니라 배임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논란과 별개로 KDBI는 남은 매각 절차에 집중할 방침이다. KDBI는 중흥건설과 구체적 협상을 통해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이후 협약에 따라 상세 실사와 매매계약에 대한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매매계약 이후 인허가 및 기업 결합 이슈 등을 해결한 뒤 중흥건설이 매각 대금을 KDBI 측에 지불하면 매각이 마무리된다. 이 대표는 "대우건설은 지난 20년 동안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리는 등 아픈 경험이 많았다"며 "향후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해 대우건설의 조속한 경영 안정화는 물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구축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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