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도 우주인터넷 위성 36개 추가 발사, 머스크 독주 멈추나

영국 원웹, 254개 위성으로 서비스 기반 구축
알래스카 등서 시범 서비스 뒤 11월 정식 운영

영국의 원웹이 북위 50도 이상 지역에 인터넷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위성망을 구축했다. 원웹 제공

스타링크가 독주하던 우주 인터넷이 경쟁 체제로 돌입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가 지난해 가을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영국의 원웹이 올 여름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 원웹은 지난 1일 36개의 인터넷 위성을 추가로 발사했다. 이로써 원웹이 지구 저궤도에 배치한 위성 수는 254개로 늘어났다.

원웹은 이에 따라 북위 50도 이상의 영국, 캐나다, 알래스카, 북유럽, 그린란드와 북극 지역에 인터넷 연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됐다고 밝혔다. 원웹은 오는 11월 정식 서비스에 앞서 이번 여름부터 알래스카, 캐나다 등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올해 말에는 북반구 전체에 고속 광대역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웹이 지난달 핀란드 정부기관 대표들을 대상으로 연 시연회에서는 데이터 처리량이 최대 195mbps, 지연시간 70밀리초를 기록했다.

지난 1일 러시아 보스토치니우주기지에서 소유즈 로켓에 실려 발사되는 원웹 위성들. 원웹 제공

내년까지 648개 궤도에...세계 전 지역 서비스

원웹은 내년 중반까지 1단계 목표치인 648개 위성을 모두 발사하면 세계 전역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웹은 최근 대주주인 인도 통신대기업 바르티로부터 5억달러를 추가로 받음에 따라, 인터넷 위성망 구축에 필요한 자금 24억달러를 모두 확보했다. 원웹 대표인 닐 매스터슨은 <비비시>(BBC)에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광케이블망이 없는 곳에 그와 비슷한 연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설립된 원웹은 자금난으로 지난해 3월 파산했다가 영국 정부와 바르티가 지분 45%를 10억달러에 인수하며 재기했다. 원웹에는 프랑스의 통신업체 유텔샛, 일본의 소프트뱅크도 투자자로 참여했다.

원웹은 최종적으로 6372개의 위성을 쏘아올린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2022년 이후의 구체적인 발사 일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궤도에 배치되는 스타링크 위성들. 스타링크 제공

머스크 “8월부터 전 세계서 스타링크 이용 가능”

지난해 가을 북미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스페이스엑스의 스타링크는 현재 서비스 지역이 12개국으로 늘어났다. 스페이스엑스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말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영상 인터뷰를 통해 “서비스 참여 국가들이 매달 늘어나고 있다”며 “8월부터 북극과 남극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이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에 따르면, 스타링크 시범 서비스 이용자는 지난 2월 1만명에서 최근 6만9천여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그는 내년까지 가입자 수가 5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궤도에 배치된 스타링크 위성 수는 지난 5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는 1584개를 넘어섰다. 스페이스엑스는 스타링크 구축에 모두 100억달러(약 11조원)가 들지만, 사업이 본격화하면 한 해 300억달러(34조원)를 벌어들일 것으로 내다본다. 머스크는 스타링크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대로 뉴욕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원웹과 스타링크 어떻게 다른가

원웹과 스타링크는 사업 방식이 다르다. 원웹은 통신회사를 통해 연결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스타링크는 직접 개인 고객에게 서비스를 판매한다.

따라서 스타링크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스페이스엑스로부터 위성 안테나 접시 등의 장비를 구입해야 한다. 현재 장비 가격은 499달러다. 하지만 스페이스엑스는 제조 원가가 1300달러여서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고 말한다. 머스크는 원가를 200~300달러로 낮출 수 있는 차세대 단말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링크를 이용하려면 장비값 외에 한 달에 이용요금 99달러도 내야 한다.

최근 원웹은 영국 통신 대기업 비티(BT)와 오지 지역에 대한 디지털 통신 서비스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스타링크 위성(왼쪽)과 원웹 위성(오른쪽). 각 사 제공

아마존, 텔레셋도 계획 발표...중국, 유럽연합도 추진중

저궤도 군집위성망을 추진하는 곳이 두 업체만은 아니다.

미국의 전자상거래 대기업 아마존은 카이퍼(Kuiper)라는 이름으로, 캐나다의 통신업체 텔레샛은 라이트스피드(Lightspeed)라는 이름으로 각각 별도의 저궤도 우주인터넷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두 업체는 아직 위성을 발사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3236개의 위성을 쏘아올린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는 아마존은 로켓 발사 업체 유엘에이(ULA)와 카이퍼 위성을 9차례 발사하는 계약을 맺었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우주인터넷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국제전기통신연합에 1만3천개의 저궤도 군집위성을 쏘아올린다는 계획서를 제출한 데 이어, 최근 이를 맡아 추진할 국영기업을 설립했다. 유럽연합도 올해 초 2027년까지 저궤도 인터넷 통신위성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안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현재 추진중인 4개의 저궤도 우주인터넷망 구성 형태. MIT 제공

광케이블망 대체용 아닌 보완용

우주인터넷은 기존의 케이블 통신망을 대체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보완해주는 네트워크의 성격이 짙다.

미국 MIT 항공 및 우주항행학부 연구진은 저궤도 위성통신을 준비하고 있는 4개 업체의 서비스 방식을 비교 분석한 최근 보고서에서, 군집위성망은 현재의 지상 케이블 네트워크를 대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우주인터넷이 농촌 지역, 극지방 및 해안 지역, 공중처럼 케이블 연결이 불가능해 사각지대로 남아 있던 곳을 없애는 데는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진이 각 회사가 제출한 사업 계획서를 기반으로 각 네트워크의 총 데이터 처리량을 추정한 결과, 4개 네트워크가 망 구성 방식은 다르지만 데이터 처리량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텔레샛은 위성 수는 1671개로 적지만 6000개 이상을 계획하고 있는 원웹의 위성보다 기능이 우수하다.

보고서는 업체들의 계획이 계속해서 바뀌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아마존이 4천개 이상의 지상국(게이트웨이 안테나)을 구축할 경우 4개 네트워크 중 가장 높은 데이터 속도를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