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어린이날 행사에 등장한 게임이 성인물이 된다고? [이유진의 겜it슈]

이유진 기자 2021. 7. 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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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청와대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지난해 어린이날 행사를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해 만든 영상으로 대신했다. 가상의 청와대에 어린이 캐릭터를 초청했고, ‘청와대맵’을 공개해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청와대 유튜브 캡쳐


지난해 청와대 어린이날 행사에도 등장했던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한국에서만 성인인증을 받아야 할 수 있는 게임이 되면서 논란이 뜨겁다. 실효성 논란을 겪고 있는 ‘게임 셧다운제’와 게임사들의 안일한 대응이 만나 이번 사태로 터져나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논란의 발단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1일 마인크래프트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이용자는 만 19세 이상이어야만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을 구입하고 플레이할 수 있다”고 공지하면서다. 이용자들의 반발은 거세다. ‘마인크래프트 성인화를 멈춰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5일 오전까지 2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2011년 스웨덴 개발사 ‘모장’이 출시한 마인크래프트는 세계 누적 판매량 2억건을 기록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이다. 월 1회 이상 이용자만 1억2600만명에 달한다. MS가 2014년 모장(모장 스튜디오)을 25억 달러(약 2조8400억원)에 인수하면서 MS의 자산이 됐다.

마인크래프트는 다양한 블록을 쌓거나 부수면서 자기만의 세상을 만드는 ‘게임계의 레고’로 불린다. 교육용 게임으로 활용되며, 국내에선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청와대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린이날 행사를 열기 어렵게 되자,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해 만든 영상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게임등급은 변화 없는데, 무슨 문제일까

5일 마인크래프트 홈페이지에서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을 구매하려하자 한국 이용자는 만 19세 이상이어야 구매가 가능하다는 공지가 나타났다. 마인크래프트 홈페이지 캡쳐


자바 에디션은 마인크래프트 시리즈 중 가장 먼저 개발된 PC 버전으로, 모바일·콘솔·윈도우10 등 멀티 플랫폼에서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베드락 에디션’과 구분된다.

MS는 지난해 10월 보안상의 이유로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의 계정을 통합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자바 에디션을 구매하는 이용자들은 기존 모장 계정이 아닌 MS 계정을 통하도록 했다. 기존 모장 계정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계정 통합은 이번달부터 진행 중이다. 모장 계정이 MS 계정과 통합되면 MS 계정을 통해서만 게임 이용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모장 계정에서는 필요없던 ‘성인인증’이 생겼다는 점이다. MS는 셧다운제가 시행된 이후 국내 19세 미만 청소년들의 MS 계정 가입을 금지해왔다. 2011년 11월부터 시행된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위해 심야시간(자정~오전 6시)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막는 제도다. MS 등 콘솔 게임사들은 별도의 시스템을 마련하는 대신 성인만 계정 가입을 가능하게 했다.

결국 마인크래프트는 ‘12세 이용가’라는 게임등급에는 변화가 없지만, MS 계정이 성인인증을 필요로 하면서 성인만 할 수 있는 게임이 됐다. ‘성인 게임이 됐다’는 말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셈이다. 모바일·콘솔 등 베드락 에디션 이용자들에겐 영향이 없다. 베드락 에디션은 이미 MS 계정을 통한 성인 인증을 거쳐야만 이용 가능했다.

■여가부 탓? 정치권은 너도나도 ‘숟가락’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이낙연 후보가 지난달 30일 호남대 e스포츠산업학과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게임 오버워치를 체험하는 모습. 이낙연 페이스북 캡쳐


비난의 화살은 셧다운제 주무부서인 여성가족부로 향했다. 이에 여가부는 지난 2일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 게임의 19세 미만 청소년 이용이 12월부터 제한된다는 사항은 MS사의 게임 운영 정책 변경에 따른 것”이며 “MS사에서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하는 다수의 한국 게임 이용자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이루어지도록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국회에서는 여야 모두 ‘셧다운제 폐지’를 추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과 강훈식 의원이 지난달 말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전 의원은 “셧다운제는 부모 개인정보 도용, 홍콩·미국 등 제3국을 통한 콘텐트 다운 등 ‘사이버 망명’의 성행으로 실효성이 없다”며 전면 폐지를, 강 의원은 부모 동의 하의 조건부 폐지를 내걸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도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함께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허 의원은 “게임 시간은 부모와 아이가 대화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권주자들은 ‘젊은 민심’을 잡기 위해 마인크래프트 논란과 셧다운제 폐지를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이광재 의원은 지난 4일 열린 당 예비경선 2차 ‘국민면접’ 현장에서 “마인크래프트를 허하라, 게임물 등급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총리도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이자 최다 우승국”이라며 “정부가 청소년 셧다운제 폐지를 검토했으면 한다”고 썼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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