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받침이 다른 '숟가락'과 '젓가락'

엄민용 기자 2021. 7. 5. 03: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숟가락과 젓가락은 우리의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물건이다. ‘죽다’를 완곡하게 이르는 말로 “숟가락을 놓다”라는 말이 쓰일 정도다. 그런데 ‘숟가락’과 ‘젓가락’의 표기가 참 묘하다. 같이 일컫는 말로는 ‘수저’라고 하는데, 따로 부르는 말은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받침이 달라진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도 여자 주인공이 국문과 학생인 남자 주인공에게 “나, 어릴 때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 젓가락은 ‘시옷(ㅅ)’ 받침이잖아. 그런데 숟가락은 왜 ‘디귿(ㄷ)’ 받침이야?”라고 궁금해하는 대목이 나온다. 정말 왜 그런 걸까. 숟가락은 퍼 먹기 좋으라고 ‘ㄷ’ 받침을 쓰고, 젓가락은 집기 편하라고 ‘ㅅ’ 받침을 쓰는 걸까?

아니다. ‘수저’는 한 말이지만, ‘숟가락’과 ‘젓가락’은 같으면서도 조금 다른 구조로 이뤄져 있다. 우선 ‘젓가락’은 한자말 ‘저(箸)’에 순우리말 ‘가락’이 더해진 말로, 그 발음이 ‘저까락 /젇까락’으로 나는 까닭에 사이시옷 규정에 따라 사이시옷을 첨가한 사례다.

하지만 ‘숟가락’은 다르다. 그것은 ‘수’의 원말이 ‘술’이기 때문이다. “한 술 뜨고 나가거라” 할 때의 ‘술’ 말이다. ‘솔’이 ‘솔방울’ ‘솔가지’ 등에서는 ‘솔’로 쓰이지만 ‘소나무’에서는 ‘리을(ㄹ)’이 탈락하듯이 ‘술’도 ‘저’와 만나 ㄹ이 탈락한 말이 ‘수저’다.

그러나 ‘술’이 ‘가락’과 만나서는 ㄹ이 탈락하지 않는다. ‘딸내미’와 ‘따님’에서 보듯이 ㄹ 받침은 살아 있기도 하고 탈락하기도 한다. 그래서 ‘수저’의 한쪽이 ‘술가락’이 되는데, 우리말 중에는 ㄹ 받침이 어느 말과 결합하면서 ㄹ이 ㄷ으로 변하는 것이 있다.

음력 12월을 뜻하는 ‘섣달’이 그렇고, 내일을 의미하는 ‘이튿날’ 역시 그러한 말이다. ‘설날’과 이어지는 음력 12월은 원래 ‘설달’로 써야 하는데, 사람들이 모두 ‘섣달[섣딸]’로 발음해 이제는 ‘섣달’을 바른말로 삼고 있다. ‘이튿날’ 역시 ‘이틀+날’이 변한 것이고, “여름에 생풀만 먹고 사는 소”를 뜻하는 ‘푿소’도 ‘풀+소’가 변한 말이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