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입당 상견례 '간만 봤다'

유정인·심진용 기자 2021. 7. 4. 21: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야 "경선 전 입당 묵시적 동의"
윤측 "출정식 때와 다름없어"
민심 투어 '마이웨이' 가능성
지지율·검증 리스크가 변수

[경향신문]

우산 속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61)과 국민의힘이 윤 전 총장 입당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처음으로 공식 대면한 자리에서 온도차를 확인했다. 국민의힘의 조속한 입당 권유에 윤 전 총장은 즉답하지 않았다. 당 ‘경선버스’ 출발에 맞춰 ‘속히 정류장에 오라’는 국민의힘과 ‘두루 묻고 정하겠다’는 윤 전 총장의 수싸움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주자 지지율과 검증 리스크가 윤 전 총장 입당 결정을 가를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은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90여분간 만찬을 하며 입당 문제를 논의했다. ‘정권교체’라는 공통의 목적은 확인했지만, 입당을 두고는 양측의 기본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권 의원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입당을 조속히 해서 정권교체에 앞장서 달라”는 자신의 권유에 윤 전 총장이 “최대한 많은 국민이 참여하고 지지해 승리해야만 진정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 지금은 이런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제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기 위해 국민과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이 입당 여부에 명확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윤 전 총장도 회동 직후 “(입당을) 주저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정치 행보를 시작하며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기로 했고 방법론은 그다음 문제이기 때문에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 의원이 “경선 시작 전 함께하는 데 묵시적으로는 동의했다고 본다”고 한 데도 선을 그었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윤 전 총장 생각은 출정식 때와 다름이 없다”면서 “‘묵시적 동의’라는 권 의원 발언은 빨리 당에 들어왔으면 하는 마음이 표출된 정도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당분간 ‘야권 유력주자’라는 지위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속도에 맞춰 움직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과의 화학적 결합이나 정책 조율 등을 미루더라도 개별 정치인 ‘윤석열’을 더 보이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이 때문에 이번주 본격화하는 민심투어로 국민 목소리를 듣고 범야권의 외연을 확장하는 행보를 보인 뒤, 국민의힘 경선 직전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이 자신의 구상대로 대권 행보를 이어가는 데는 지지율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범야권 주자 내 지지율이 현재의 ‘유력’ 수준을 유지하면, 막판 탑승이나 당 밖에서의 후보 단일화도 염두에 둘 수 있다.

하지만 여권 유력주자와의 일대일 경쟁 구도에서 경쟁률이 떨어지거나, 범야권 주자 내 격차가 유의미하게 좁혀지면 국민의힘 안에서 경쟁력을 다시 확인받는 길을 거쳐야 한다.

본격화한 도덕성 검증 국면도 변수다. 2일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가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로 법정 구속되면서 리스크는 현실화했다. 도덕성 의혹 확산은 지지율 변수인 동시에 대처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다.

윤 전 총장은 각종 의혹에 원칙적 대응을 유지하고 있지만,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으면 개인 선거 캠프를 벗어나 일찍 국민의힘의 ‘후보 방어’를 받는 길을 택할 수 있다.

유정인·심진용 기자 jeong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