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천 따라 살려낸 지리산 정취.. 하동군 숨길이 열리다 [2021 대한민국 국토대전]

파이낸셜뉴스 2021. 7. 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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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상 수상작 '화개천변 경관보전 사업' 심사현장을 가다
'애향심''공감 행정' 만나 하루 4000명 방문 핫플레이스로 변모
주택 허가 철회하고 정원으로 바꿔.. 차시배지·정금차밭 경관 확보
지리산 너머 작은 지자체 하동군의 절박함 고스란히 느껴져
2021 대한민국 국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화개천변 경관보전 및 개선사업'은 양안 폭 1㎞, 길이 8.5㎞를 민·관 협력으로 추진한 도시와 농촌, 자연이 어우러진 자립적 경관 형성 및 개선의 모범사례이다. 세계농업유산 정금차밭 정상부에서 내려다 본 화개천변 모습.
2021 대한민국 국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화개천변 경관보전 및 개선사업'은 개발행위허가 및 경관 심의를 통해 화개천변을 정비했다. 경관 개선을 통해 조성된 화개천변 전경.
2021 대한민국 국토대전 심사위원들이 '화개천변 경관보전 및 개선사업' 현장을 방문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맨 앞줄 왼쪽부터 배웅규 중앙대교수, 윤정미 충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은주 (유)디자인연구소 두다 대표.

경남 하동군의 '화개천변 경관보전 및 개선사업'은 지리산 너머 작은 지자체의 몸부림이다. 재정자립도 낮은 지역이 인구 소멸 위기를 딛고 선 숨트임이다. 화개천변(폭 1㎞, 길이 9㎞)은 2012년 기본경관계획의 중점경관관리구역으로 지정되었고, 2015년 2층 이상, 높이 6m 이상 건축물'에 적용하는 조례 제정을 계기로 전례없는 민·관 협업의 경관보전과 개선이 이뤄졌다. 2년의 논의, 50차례 심의기간 동안 화개천변 경관관리의 공감도가 높아졌고, 경관을 해치는 그 어떤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건축주의 입장에서 풍광 좋은 곳은 최고의 입지이지만, 하동군민에겐 공동의 자산으로 미래 생존에 직결된다. 때문에, 건축물의 높이·재료·색감이 조화되도록 유도는 기본이고, 신라시대 '차시배지' 앞을 가로막는 2층 주택은 애향심과 지원으로 정원으로 가꾸고, 세계농업유산 '정금차밭' 경관을 해치는 1층 주택은 심의 시 공감으로 허가 철회를 이끌어내는 등 눈물겨운 드라마가 펼쳐졌다.

여타의 지역들은 경관계획을 수립하고도 실행하지 않는 것과 달리 하동군은 살생부 수준으로 관리했다. 이 모두가 지방 위기에 자생하려는 하동의 애환이다. 이런 혁신의 이면엔 군민의 애향심과 합리적 공감 행정이라는 매력적인 경관형성 마중물이 있었다.

첫째, 공감도 높은 민간참여. 둘째, 선제적 조치로 지구단위계획 층수규제 변경. 셋째, 경관보전위한 전선지중화사업 추진. 넷째, 전문성과 폭넓은 자문위한 다양한 분야의 경관위원회 구성이 그것이다.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렵다. 하루 4000명이 방문한 핫플카페 탄생이 단순한 치장 때문일까? 화개천변 경관의 속살을 헤집고 몸부림쳐야, 비로소 제대로 숨쉴 수 있음을 알았다. 80도의 녹차물보다 뜨거운 노력을 한 하동을 만난 설레임은 아직도 가득하다.

■국토대전, 국토의 품격과 아름다움을 찾는다

'2021 대한민국 국토대전'은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 건축공간연구원이 주최하고, 파이낸셜뉴스가 후원·진행하며, 6개 학회가 주관하는 국토 전역을 대상으로 '품격있는 국토, 아름다운 경관'을 지향하는 권위있는 행사이다. 해를 거듭해 관심과 영향력이 커지는 열린 경연장으로서 그 발굴 현장은 언제나 생생하다.

응모한 작품들은 검토과정을 거쳐 분과로 전달됐고, 1차 서류심사와 전체 선정회의에서 실사 작품이 확정된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선발된 심사위원의 현장 실사와 각 분과별 2∼3개 작품 선발되며, 이 중 상위권 후보에 대해 면밀한 토론이 이루어진다. 올해도 높아진 관심에 걸맞게 치열했다. 2번의 제안설명과 3번의 무기명 투표 등 해산의 고통을 겪으며 대통령상 수상 작품이 탄생했다.

'도시·농촌·자연의 문화경관' 분과는 사전 응모서류 공유와 화상회의를 통한 열띤 토론과 검토를 거쳐 실사대상 5개 작품을 발굴했다. 이제는 후보 작품을 직접 확인하는 실사가 필요했다. 우리 실사팀은 공정성을 위해 3명의 심사위원이 1박2일(6월8일∼6월9일)간 동행하면서 현장을 확인하는 촘촘한 여정을 꾸렸다.

6월 8일 아침 8시 서대전역 광장 집결. 먼저 충북 옥천군 '유역통합형 댐홍수터 수변생태벨트조성(한국수자원공사)'대상지를 방문했다. 그간 관리가 소홀했던 댐 홍수터를 대상으로 2개소 시범사업이 시행된 곳이다. 대청호 주변 전체 사업이 진전되고, 각 사업지에 대한 지속가능한 유지관리 체계가 완성될 경우 성공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다음으로 답사한 곳은 대구 달성군이다. 하빈PMZ평화예술센터와 함께 하목정∼평화예술촌 경관을 포함한 '하빈PMZ평화기념마을조성사업'으로 재응모 지역이다. 담당자의 활동과 의지가 매우 높았고, 지역대학과 예술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추진체계가 돋보이나, 주민참여의 자립·마을자원의 활용·도입시설의 작품성 등 완성도를 높인다면 상당히 주목받을 작품이다.

■민·관 협업, 경관보전과 개선 사례

고속도로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3시간을 달렸다. 섬진강변 19번 도로를 끼고 들어선 화개천 십리벚꽃길은 지리산 품으로 향한다. 초입 옛 화개장터 변과 주변의 단아한 건축디자인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어느새 화개천과 벚나무 가로수길이 한 눈을 채우며 앞서고 있다. 그 길 끝 어느 멋진 카페 앞에 손짓하는 이들이 보인다.

하동군 관계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장소가 어떻게 최고 핫플레이스가 되었고, 누구나 화개장터와 정금차밭, 지리산의 경치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증거 중 하나가 이 곳이고 여기서 보는 풍광이다. 기본경관계획을 마련한 후 화개천변 중점경관관리구역의 경관관리를 위한 민과 관의 노력과 그 스토리가 절박했다.

현장 확인을 위해 건너편 야생차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산 중턱 전망대에 올랐다. 눈 아래 화개천이 지리산 속살을 가르며 섬진강으로 이어지고, 양안에는 가지런히 차밭과 농경지가 펼쳐지고 멀리 장터와 건물들이 떠다닌다. 눈을 들면 하늘과 구름과 바람이 감싸고 있는 도시·농촌·자연의 문화경관이다. 비록 신라시대 김대렴공이 당나라로부터 들어온 차(茶)가 뿌리를 내리고, 최치원공이 매료돼 청학을 타고 신선이 되었다는 풍경에 비할 수 없지만, 이를 재연하고자 하는 하동군의 경관보전과 개선 노력이 계곡 안에 가득하다.

예정된 순천역 탑승 시간을 놓쳐 우린 남원역으로 내달려 서울로 향했다. 전남 목포와 대전에서 모신 위원들과 보낸 서울의 밤은 달랐다. 색바랜 시장건물내 들어선 잇프레이스에서 나눈 정담은 우리 국토의 품격과 아름다움을 논하고 이번 실사의 중간점검 과정으로 충분했다.

현장실사 두번째 날이다. 심사위원장도 함께하여 더 긴장된다. 첫번째 실사지는 다산의 지혜를 담은 남양주 '다산 신도시'다. 중앙공기업이 포기한 곳을 지방공기업이 이어받아 자연요소와 생태원리를 적극 활용하여 사업성을 개선하고 주민참여를 통해 지속가능한 신도시 조성방안의 한 예를 보여준 것이 특징이다.

경기주택도시공사 관계자와 현장을 걸으며 지형을 살린 경관을 경험했고, 입주자대표연합회장의 부가설명으로 재생시대 신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엿보았다. 선형공원과 수변공원은 저류지 기능 등 생태적 원리가 접목되어 유지관리비 절감은 물론 다산의 목민심서 공조육조의 철학을 되살린 정체성 고양도 돋보인다.

마지막 방문지는 서울특별시 노원구 '불암산 힐링타운'이다. 오랜 시간 무허가 음식점과 불법경작으로 방치된 곳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무장애 친환경 공간으로 조성한 사례다. 경사로는 자연스레 전망대로 이어지고, 서울 도심에서 경험할 수 없는 힐링 경관이 기다린다. 또한, 입지특성을 활용하여 산림치유의 체험기회가 제공되고, 전세대를 아우르는 생활 밀착형 힐링공간으로 오늘을 사는 도시민에게 공감도 높은 장소이다.

■내년 국토대전, 벌써 가슴 설레인다

이렇게 이틀간 우리의 대장정은 마무리되었다. 후보 작품들 모두 품격있고 아름다운 국토 조성에 기여했기에 어느 것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시상을 위해 부득히 엄격한 기준에 따라 순위를 나눌 수 밖에 없기에 참여해주신 모든 관계자들의 이해와 혜량을 이 자리를 빌어 구한다. 올해 응모한 작품들과 실사과정에서 느낀 감동과 보람은 너무나 귀했다. 저는 과연 내년에 어떤 작품이 우리 국토의 품격과 아름다움을 한 단계 더 올릴지 벌써 가슴이 설레인다.

글·사진= 배웅규 한국경관학회 수석부회장·중앙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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