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애의 영화이야기] 니키리라고도 알려진 이의 영화가 던지는 질문

현화영 2021. 7. 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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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니키리라고도 알려진’ 포스터. 아트나인
 
아티스트 니키라라고도 알려진 감독 이승희의 다큐멘터리 영화 ‘니키리라고도 알려진’이 지난 6월 30일 개봉됐다. 

2006년 10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처음 상영된 이후, 2007년 베를린국제영화제과 클리블랜드국제영화제, 2014년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상영 등을 거치며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흥미로운 영화다.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을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들에 대해 이야기할까 한다. 

이 영화는 먼저 ‘니키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매우 다양한 니키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화상처럼 감독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셈이다. 아티스트로서 사진이나 영화를 촬영하는 모습, 전시회를 준비하는 모습, 관련 모임이나 행사, 파티에 참석하는 모습 등을 보여준다. 

여러 나라, 여러 도시에서 일하고, 얘기하고, 걷고, 먹고, 노래하고, 춤추는 니키리의 모습을 58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보다 보면, 니키리에 대해 조금 알게 된 것 같다고 느끼는 동시에 혼란스러움도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이 수많은 모습들 중 어떤 모습이 진짜 니키리일까?’라고도 묻기 때문이다. 

사실 이 영화엔 친절해 보이는 설명이 여러 층으로 담겨있다. 따로 마련된 자리에 앉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친절한 니키리의 모습이 중간중간, 그리고 마지막에 나온다. 더불어 1인칭 시점의 보이스오버 내레이션도 영화 내내 들려온다. 

그러나 그렇다고 명쾌한 답변을 주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여러 겹의 설명 장치들은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사진이든 영화 카메라 앞에 있는 니키리는 진짜 니키리인가? 아님 니키리를 연기하는 니키리인가? 

이는 현실과 카메라, 현실과 예술의 관계에 대한 많은 이들의 오랜 질문이기도 한데, 이 영화에서는 독특한 집요함이 느껴진다. 니키리가 진행했던 이전 작업들과의 연장선상에 이 영화가 놓여있기 때문이다. 

니키리는 ‘프로젝트(Projects)’ 시리즈, ‘파츠(Parts)’ 시리즈, ‘레이어즈(Layers)’ 시리즈 등을 통해 누군가의 정체성은 주변, 상황, 관계 속에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고민을 드러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시리즈에서 니키리는 스스로 스트립 쇼걸, 뉴욕의 여피족, 레즈비언, 노인 등으로 분장만 한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그들 속에 섞여 지내면서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아냈다. 사진 속 니키리는 같은 니키리는 같은 사람이면서도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 적어도 그렇게 보인다. 

순간의 포착인 사진에도 수많은 모습이 담길 수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촬영에 편집에 내레이션 등까지 입혀지면서 더더욱 다양한 모습과 생각이 뒤섞일 수 있다. 그걸 보는 사람들은 나름의 시선으로 또 다른 해석을 해낼 수도 있다. 만든 이의 의도와 보는 이의 해석은 일치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사진 속 혹은 스크린 속 저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영화에서 보여 지는 건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소위 진짜와 가짜는 구분이 가능한가?’ 등의 질문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나는 누구인가? 누구로 보여 지고 있는가?’ 등까지 끊임없는 질문과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무언가를 명확하게 구분해내고 정의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라는 사람을 요약한다는 게 가능할까? 그보다는 내가 얼마나 수많은 모습을 갖고 있는지 찾아보는 게 더 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이 영화의 마지막 롱테이크 시퀀스에는 니키리라고도 불리는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하고팠던 걸로 보이는 메시지를 꽤 강하게 드러낸다. 한 시간 가까이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며 궁금해 했던 과정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다고 할까? 

이 영화는 7월 한 달간 아트나인에서 상영 예정이다. 짧지만, 미국, 독일, 멕시코 등 세계 각지의 모습들, 궁금했던 아티스트들의 작업 관련 모습 등을 비롯해, 니키리에 대해, 예술에 대해, 영화에 대해, 나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만나보길 바란다. 물론 나름의 답도 여러 버전으로 찾아보길!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위 기사는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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