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유승민·원희룡이 장외 주자 앞서려면

최경운 정치부 차장 2021. 7. 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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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대립했던 홍·유·원 대선 앞두고 다시 동거
통합·혁신 대의 공유하며 舊怨 털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윤석열·최재형 등 장외 대선 주자 때문에 대중의 관심을 덜 받긴 했지만 최근 국민의힘 대선 레이스에도 불이 붙었다. 홍준표 의원 복당이 신호탄이었다. 홍 의원은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했다. 그러나 작년 총선 공천에서 배제되자 탈당했다가 1년 3개월 만에 복당이 허가됐다.

한국갤럽이 7월 첫째 주 자유응답 형태로 '차기 대통령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5%, 이재명 경기지사는 24%로 집계됐다. 지난달 28일 감사원장직에서 사퇴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이번 조사에서 2%의 지지율로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맏아들이 돌아왔다”는 홍 의원의 복당 일성은 국민의힘 대선 경쟁이 거칠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국민의힘을 오래 지켜봐온 사람들은 이 대목에서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를 떠올렸다. ‘홍준표·유승민·원희룡의 동거’가 다시 시작됐기 때문이다.

특히 세 사람 가운데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갈라져 지난 대선 때 각각 한국당과 바른정당 후보로 출마했다. 모두 ‘신(新)보수’를 내걸었다. 홍 의원이 우파 본류로 돌아가자는 쪽이었다면 유 전 의원은 개혁 보수에 가까웠다. 원 지사는 유 전 의원 편이었다.

하지만 대선 도전 결과는 모두 패배였다. 홍 의원 득표율은 24%, 유 전 의원은 6.8%였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국민의힘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압승을 기점으로 정당 지지율 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그런데도 두 사람 지지율은 지난 대선 득표율에 한참 못 미치는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이들 두고 국민의힘 사람들은 “윤석열이 야권 지지자 다수를 붙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최근 정치학자와 평론가들이 모인 한 채팅방에선 홍·유 두 사람의 부진이 ‘윤석열 때문’이란 논리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홍준표·유승민이 그동안 보수 진영을 위해 뭘 했느냐”란 비판이었다. 두 사람이 지난 4년간 ‘관념적 입[口] 보수’에 머문 것 아니냐고 묻는 것이다.

탄핵 사태로 보수가 궤멸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진영의 명맥을 이은 그들로선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홍·유 두 사람이 벤치마킹하려 했던 메이지 유신의 영웅 사카모토 료마와 영국 보수당 개혁을 이끈 디즈레일리 모델을 완전히 구현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홍 의원은 한국당 대표 시절 “막부 체제를 종식한 료마도 있는데, 나는 갈 길을 헤매고 있다”고 했다. 한탄조였지만 적대적 웅번(雄藩) 간 통합을 이끈 료마처럼 자기를 중심으로 보수층이 총결집해 대여 투쟁에 나서자는 뜻이었다. 동료 의원들이 한국당으로 돌아가는데도 유 전 의원이 독자 노선을 고집했던 것은 개혁 정책을 수용해 지지층 외연을 넓힌 디즈레일리식 보수 개혁을 자기 힘으로 이뤄보겠다는 의욕 때문이었다.

서로 대립하며 제 갈길을 간 홍준표·유승민의 독자노선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 유 전 의원과 가까운 36세 이준석 대표가 홍 의원 복당을 마무리 지으며 웅번 동맹을 이끈 료마 역할을 했다는 점은 두 사람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지고 있다. 이준석은 당대표 당선 여세를 몰아 ‘산업화·민주화 정당’ 정체성을 ‘MZ세대 정당’으로 전환시킬 태세다. 국민의힘에선 30대 당대표에 이어 1970년생 대선 도전자도 나왔다.

최근 상승세를 탄 국민의힘에선 물이 차면 배가 떠오른다며 ‘수도선부(水到船浮)’를 거론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이번 대선이 마지막 도전”이라고 말하는 홍·유 두 사람에게 기회이자 위기다. 원 지사도 마찬가지다. 료마는 존왕양이파의 과격론에 가담하지 않았지만 막상 조슈번이 서양의 공격을 받자 외세와의 결탁을 거부하는 쪽에 섰다고 한다. 모처럼 동거에 들어간 홍준표·유승민·원희룡 세 사람은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다. 다만 구원을 털고 통합과 혁신의 대의를 공유하며 장외 주자에 필적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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