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프랑스 중등 교사가 추천하는 여름방학에 읽기 좋은 책

임유정 2021. 7. 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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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새 학년이 시작하는 프랑스

중학교 프랑스어 교사가 추천하는 여름방학에 읽기 좋은 책

<자기 앞의 생>,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오르부아르>

프랑스의 학사 일정은 한국과 다르다. 한국은 3월에 개학해 새 학년을 시작하지만, 프랑스에서 새 학년은 9월에 시작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한 학년이 끝나는 7월부터 새 학년이 시작되는 9월까지 긴 여름 방학을 보내게 된다. 

올해 학생들은 7월 6일 화요일까지 등교 후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새 학년은 9월 2일 목요일에 시작하므로 학생들은 새 학년 시작 전까지 약 2달 간의 긴 휴가를 보낸다. 바캉스의 민족이라고 불리는 프랑스라고 해서 2달 간의 방학 기간 내내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방학 예습·복습 교재 ⓒ임유정

학생들은 여름방학 동안 친구들과 스포츠 캠프를 가기도 하고 친척들을 방문하거나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또는 서점에서 방학 시즌에 판매하는 교재를 사서 예습·복습을 하는 경우도 있다. 방학 기간에만 판매하는 이 교재는 서점뿐 아니라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보통 학년별로 여러 과목이 한 권에 집약돼 있어 휴가지에도 가볍게 들고 떠날 수 있다.



◆마리본 씨가 추천한 책들 ⓒ임유정

본격 여름방학을 앞두고 프랑스 중학교 선생님에게 방학 중 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만한 책 세 권을 추천받았다. 마리본씨(55세)는 파리 소재의 소르본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전공으로 석사 졸업하고 노르망디의 한 중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있다.

1. <자기 앞의 생>, 로맹 가리

가장 먼저 마리본씨가 추천한 책은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이다. 원어(La vie devant soi) 그대로 번역된 책으로 프랑스에서 1975년 출간됐다. 주인공인 14살 소년, 모모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담은 <자기 앞의 생>은 수상 이후 1977년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마리본씨는 "제가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은 유일하게 공쿠르상을 두 번 받은 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이에요"라며 추천의 이유를 밝혔다. 공쿠르상은 한 작가에게 평생 딱 한 번만 주어지지만, 1975년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출품한 <자기 앞의 생>이 공쿠르상을 수상하게 돼 그는 최초의 공쿠르 2회 수상 작가가 되었다. 

공쿠르상은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프랑스 작가 에드몽 공쿠르의 이름을 따 창설됐다. 노벨문학상, 부커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에 속하는 공쿠르상은 1903년부터 주로 소설 작품을 시상하기 시작했다. 역대 수상작으로는 앙드레 말로의 <인간의 조건>,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 등이 있다. 

2.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에밀 졸라

다음으로는 <목로주점>, <나는 고발한다> 등으로 알려진 프랑스 작가인 에밀 졸라의 소설이다. 마리본씨는 "저는 석사 공부를 위해 파리에서 잠깐 산 적이 있어요. 대도시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 파리를 언제나 동경하고 있어 혼자서도 가끔 놀러 가곤 해요. 최근 재개장한 사마리텐 백화점이 요즘 파리의 가장 큰 뉴스인 것 같아요. 세워진 지 150년이 넘는 역사적인 곳이죠. 아직 재개장한 사마리텐 백화점을 가보진 못했지만, 이 뉴스를 보고 생각나서 추천하게 됐어요"라며 추천의 이유를 설명했다.

사마리텐 백화점은 최근 루이비통의 모기업인 LVMH 그룹이 7년간 1조 원의 수리 비용을 들여 재개장한 백화점이다. 센 강변에 위치한 사마리텐 백화점은 1870년 처음 개장했으며 재개장식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자리해 화제를 모았다.

에밀 졸라의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은 파리 봉 막쉐 백화점을 다룬 소설로 1883년 출간됐다. 당시 유례없는 종합 상점이라는 백화점의 컨셉으로 등장한 봉 막쉐를 에밀 졸라의 시선으로 그려낸 자연주의 작품이다. 에밀 졸라를 선두로 일어난 19세기 말 프랑스 자연주의 문학은 현실을 자연과학적 방법을 통해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사조를 말한다.

3.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마리본씨가 마지막으로 추천한 소설은 피에르 르메트르의 <오르부아르>이다. 이 또한 2013년 공쿠르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앞의 두 작품에 비해 꽤나 최근에 출판됐다. 프랑스에서만 백만 부 이상이 팔리는 등 인기가 많아 2017년 <맨 오브 마스크>라는 이름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마리본씨는 "제가 추천한 다른 두 소설이 조금 고전적인 느낌이 있어 최근 작품을 찾아봤어요. <오르부아르>는 1차 세계 대전 이후의 시대적 배경 속에서 두 남자가 사기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사기극이니만큼 흥미롭고, 다음 페이지가 계속 궁금해서 책을 못 놓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해요"라며 추천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 외 마리본씨는 에밀 졸라의 자연주의 문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해 <테레즈 라캥>도 읽어보기를 추천했다. 또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팬데믹 상황을 예견한 듯한 내용으로 다시금 주목받는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또한 추천했다.

프랑스 푸제르 = 임유정 글로벌 리포터 lindalim531@gmail.com

■ 필자 소개

경북대학교 신문방송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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