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ㅱ,ㅸ,ㆆ,ㆅ 어떻게 읽어요?" 한글 금속활자 발굴자문 "전 지구상 유일, 의미 크다"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1년 7월 2일 (금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옥영정 한국학 중앙연구원 고문헌 관리학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얼마 전 인사동 인근에서 금속활자가 대거 발견됐다는 소식 들으셨죠. 학계에서는 제대로 인정되면 역사가 바뀔 정도로 뜻깊은 상황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동안 금속활자와 관련된 유물은 직지가 가장 먼저였는데, 어떻게 다른 건지, 또, 한글이라고는 하는데 생소한 글자가 많아서 이건 어떻게 읽는 거야? 궁금하셨던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 들어보려고 합니다. 함께 말씀 나눌 분 모셔보죠. 옥영정 한국학 중앙연구원 고 문헌 관리학 교수 전화연결 돼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옥영정 교수(이하 옥영정): 네, 안녕하세요.
◇ 최형진: 먼저 발견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에 함께 계셨습니까?
◆ 옥영정: 네, 그렇습니다.
◇ 최형진: 그 자리에서 서지학 전공자들에게는 뜻깊은 사건이다, 이런 소감을 얘기 하셨었는데, 약간 생소한 학문이라 먼저 여쭤봅니다. 서지학이 뭔가요?
◆ 옥영정: 서지학은 책 서(書)자, 그리고 기록할 기(誌)자, 해서 한 마디로 얘기하면 책에 관한 학문입니다. 그런데 그 대상이 요즘 책도 있고 옛날 책도 있고,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는 주로 옛날 책, 옛 고(古)자가 붙죠. 그래서 고서지학이란 얘기를 많이 합니다.
◇ 최형진: 고서지학, 이번에 역사가 바뀔 정도의 뜻깊은 발굴로 평가되고 있는데요. 해당 제작 시대에 만들어진 금속활자가 그렇게 귀한 겁니까?
◆ 옥영정: 예, 정말 귀한 겁니다. 전 지구상에 남아 있지 않았으니까요, 그동안. 그게 왜 그러냐하면, 우리나라가 금속활자를 처음에 창안해서 만들고 했을 때, 금속활자 종류가 수십 가지가 되거든요. 그런데 그게 그냥 그대로 놓아두었다가 계속 책을 찍어내는 게 아니라 어떤 경우는 녹여서 없애고 다른 활자를 만들었거든요. 그러니까 계속 녹여서 없애도 또 만들고 그러다가 남아 있는 것 일부는, 임진왜란이란 큰 전쟁이 있었죠. 그때 다 없어져 버리고, 일본으로 약탈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조선 전기 것이 남아있다는 게 중요한 거죠. 임진왜란이란 큰 전쟁으로 없어진 건줄 알았는데 이제 지금 남아서 이렇게 전해진 겁니다.
◇ 최형진: 굉장히 의미가 있는 발굴이고, 이게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표기가 반영된 최초 한글금속활자인데요. 당시에는 동이 귀하지 않았어요?
◆ 옥영정: 맞습니다. 동도 귀했고, 금속 중에서 동이 지금도 귀한 편이지만, 그 당시에도 굉장히 귀한 금속이었습니다.
◇ 최형진: 이번에 발견된 장소를 보니까, 일반인이 살았던 지역으로 확인이 되는데, 이게 왜 여기서 나온 겁니까? 혹시 밝혀진 게 있나요?
◆ 옥영정: 아직 완전히 밝혀진 건 아니고요. 추적만 지금 계속 하고 있습니다. 그게 그 당시의 발굴단 얘기로는 민가인데, 아마도 그걸 갈무리 해놨다가 모아뒀다가 나중에 어디에 쓰려고 항아리 같은 데 담아뒀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녹여서 쓰려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 최형진: 녹여서 쓰려고 했습니다만,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발견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거죠?
◆ 옥영정: 그렇습니다.
◇ 최형진: 언제 누가 묻었는지도 전혀 밝혀진 바는 없겠네요?
◆ 옥영정: 네, 없죠.
◇ 최형진: 교수님 연구하시는 동안 이 정도의 발굴이 있었습니까?
◆ 옥영정: 근래에 들면, 북한에 고려 개성 만월대 유적 있습니다. 북한의 궁궐, 고려 시대 궁궐이죠. 거기서 고려 금속활자가 발견되기도 했죠. 그게 땅을 파서 나온 사례로써는 굉장히 중요한 발견이고, 그 다음에 그와 비슷하게 만들어진 활자가 발굴은 아니지만 전달된 게 아직까지도 규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나온 게 있는데 그것은 그거와는 달리 기록도 정확하게 왜 만들었고 언제 만들었고 누가 만들었고, 그리고 얼마나 만들었고 이런 것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그대로 지금 나온 거죠. 그래서 의미가 큰 겁니다.
◇ 최형진: 한글 창제 당시 세종대왕이 인쇄기술 발달에 힘썼지 않습니까. 세종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 옥영정: 네, 그렇습니다. 그게 한글 활자 모양이 자세히 보시면, 지금 우리 같은 한글하고는 조금 다르게 보일 겁니다. 당시 창제 당시,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 지금도 훈민정음이라는 책을 보면 그런 모양의 글자들을 확인할 수가 있죠. 그 모양이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에 의미가 큰 겁니다.
◇ 최형진: 우리가 금속 활자라고 하면 저도 이쪽에는 지식이 많이 없습니다만, 구텐베르크의 인쇄를 많이 기억하시는데, 구텐베르크보다 조선의 인쇄가 빠른 겁니까?
◆ 옥영정: 맞습니다. 보통 우리가 구텐베르크 활자 인쇄술을 얘기하면 그게 전 세계적으로 세계 역사를 바꾼 발명품 랭킹 1위라 그러기도 하고 그러죠. 그런데 이제 사실 따지고 보면, 그 반대쪽에 있던 우리나라 동양에 인쇄 활자가 훨씬 더 이른 시기에 만들어졌습니다. 서양에서 제대로 안 알려져 가지고 계속해서 그렇게 되는 건데, 실제 연도를 보면 그렇습니다. 1450년경이 구텐베르크가 활자인쇄를 발명해서 거기서 인쇄를 시작했던 시점이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그때는 이미 활자가 세종 때 이미 한네다섯 종 정도가 이미 다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전, 물론 고려시대가지 올라가면 훨씬 더 올라가죠.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건 1450년 이전으로 추정되는 활자가 나왔다는 거죠. 그래서 구텐베르크보다 더 이른 시기의 것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얘기하는 거죠.
◇ 최형진: 굉장히 자랑스럽네요. 조금 전에 몇 가지 글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글자가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지?', 이런 글자가 굉장히 많았는데요. 몇 가지만 여쭤보겠습니다. 발굴된 한글 활자를 보면 'ㅇ'위에 'ㅁ'이 올려진 활자가 있더라고요.
◆ 옥영정: 일명 그걸 순경음이라고 하는데요. 한글로 풀면 입술 순(脣)자입니다. 그래서 입술가벼운소리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죠. 그래서 그걸 'ㅂ', 'ㅁ', 'ㅍ', 이런 글자들에 'ㅇ'이 붙어가지고 일반적인 'ㅂ'보다 발음을 연하게, 약하게 하는 소리를 내는 겁니다.
◇ 최형진: 그럼 애청자 분들이 조금 헷갈릴 것 같은데 쉽게 말하면, 동그라미 위에 네모가 올려진 글자(ㅱ)는 발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옥영정: '므'라고 하죠. 'ㅁ'을 입술을 탁 붙였다가 떼면서 '믐'소리를 내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걸 좀 더 가볍게, '므',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굉장히 어렵죠.
◇ 최형진: 쉽지 않은데요?
◆ 옥영정: 이 발음하기도 어렵고 하니까 후대로 가면 갈수록 이 글자들이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안 쓰이게 됩니다. 원래 이 글자를 표기한 이유는 중국식 발음을 그대로 표기하기 위해서 그걸 정확하게 우리가, 웬만한 발음은 전 세계의 어떤 언어든 우리나라 발음기호로 다 발음을 할 수 있는 거죠. 훈민정음이 위대한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그런 거죠.
◇ 최형진: 그러면 'ㅇ' 위에 'ㅂ'이 올라간 것(ㅸ)도 역시 그럼 약간 '브' 이렇게 읽는 겁니까?
◆ 옥영정: 마찬가지입니다.
◇ 최형진: 요즘 친구들을 노래 할 때 공기반 소리반,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마찬가지의 원리입니까?
◆ 옥영정: 요즘 노래를 제가 몰라요. (웃음) 죄송합니다.
◇ 최형진: 그럼 '으'를 뒤집어 놓은 것처럼 'ㆆ'는요?
◆ 옥영정: 그건 여린 히읗이라고 합니다. 'ㅎ'의 꼭지가 하나 똑 떨어져 나간 거죠. 그래서 그걸 여린 히읗이라고 말합니다. 연하게 발음하면 됩니다.
◇ 최형진: '흐'이렇게 읽으면 됩니까?
◆ 옥영정: 네, 그렇죠.
◇ 최형진: 그렇군요. 저도 예전에 접한 적은 있는데 발음이 어떻게 되는지는 몰랐거든요. 그리고 이모티콘처럼 'ㅎ'이 두 개 붙은 글자가 있어요. 'ㆅ', 쌍히읗, 이런 거...
◆ 옥영정: 그게 쌍히읗입니다. 정확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된소리 표현이죠. 디귿 두 개는 쌍디귿이잖아요. 히읗 두 개도 쌍히읗입니다. 똑같습니다. 디귿을 된소리로 하면 '뜨'가 되잖아요. 이것도 히읗을 된소리로 하면 '흨'... 이것도 잘 안 쓰이게 되고 어렵잖아요. 그래서 이것도 사라진 겁니다.
◇ 최형진: '흨', 이렇게 하니까 방송 중에 죄송한데 가래가 끓네요. (웃음)
◆ 옥영정: 하하.
◇ 최형진: 굉장히 그만큼 역사적인 의미도 있고 저도 기쁜 마음에 이렇게 여쭤봤고요.
◆ 옥영정: 네, 굉장히 기쁜 일입니다.
◇ 최형진: 아까 전에 구텐베르크 얘기하시면서 굉장히 자랑스러웠는데, 그러면 이런 글자들 방금 사라졌다고 하셨던 문자들, 언제까지 사용되던 건가요?
◆ 옥영정: 이 글자는 보통 국어학 하시는 선생님들이 이것도 확정은 못 짓는데, 계속 쓰였을 수도 있는데 일반적으로 15세기까지만 계속 쓰인 걸로. 1500년 넘어가면 이게 잘 안 쓰이게 되는 겁니다.
◇ 최형진: 1434년 쯤 만들어진 것으로 지금 추정을 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사용하는 글자에 따라서 제작 연도를 추정하게 되는 겁니까?
◆ 옥영정: 이게 왜 1434년이란 연도가 나왔냐면 세종실록에 기록이 나옵니다. 세종대왕실록, 우리나라 조선왕조실록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도 나오고 원래 이 활자가 활자만 있는 게 아니라 원래는 책을 인쇄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자를 만들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책으로 지금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 활자로 찍은 책들이, 이 책들을 간행하고 난 뒤에 발문이라고 있어요. 다 간행하고 난 뒤에 이 책을 간행하게 된 이유나 목적을 적은 기록들이 있거든요. 거기에 보면 이 책을 찍기 위해서 활자를 1434년에 만들었다, 그 기록이 나오는 거죠. 그러니까 똑같은 동일한 모양의 활자를 찾아내면 '아 이것이 1434년에 만든 그 활자로 찍은 책이구나', 이렇게 확인이 되는 거죠.
◇ 최형진: 그렇군요. 참 반가운 발굴인데, 그 동안 금속활자라고 하면 직지를 가장 먼저 떠올렸거든요. 이게 고려시대인가요?
◆ 옥영정: 고려시대입니다. 1377년.
◇ 최형진: 그게 직지심체요절이라는 거죠?
◆ 옥영정: 네.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 최형진: 그럼 직지의 경우에는 이런 활자가 발굴되지 않고 인쇄본만 남아있는 겁니까?
◆ 옥영정: 그렇습니다. 활자가 없죠.
◇ 최형진: 구텐베르크 이야기도 아까 전에 말씀하셨는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직지의 경우 현재 프랑스에 있잖아요?
◆ 옥영정: 네,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에 있습니다.
◇ 최형진: 그런 경우는 우리나라로 다시 가져오기가 쉽지 않습니까?
◆ 옥영정: 굉장히 어렵죠. 지금도 계속 노력은 하고 있는데 한 번 전시를 하려고도 노력을, 그러니까 빌려와서 전시라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거조차도 아직 안 되고 있는 상황이죠. 대신에 직지의 영인본, 그걸 그대로 사진을 찍어가지고 볼 수는 있습니다. 이미 다 공개를 해놨으니까요, 그건 볼 수 있으니까 일단 그걸로 만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 최형진: 이번에 활자의 발굴이 역사가 바뀔 정도의 뜻깊은 발굴로 평가되고 있는데, 다시 한번 정리하는 차원에서 해당 제작시대에 만들어진 금속활자가 이렇게나 귀한 겁니까?
◆ 옥영정: 네, 유일하다고 볼 수 있죠. 그런 그룹이 하나의 덩어리로 나왔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귀하고, 활자 실물이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드물다기보다 아예 그동안 없었죠. 조선 전기 것은. 조선 후기 것은 아직 많습니다. 그건 많이 남아있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80만 자 가까이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건 전기 것이기 때문에 그렇고 아까 말씀하신 연도가 세계사적인 의미를 가진다는 이유가 구텐베르크 시기보다 앞선 시기도 추정되는 게 나온다는 것, 그리고 세종 시대 때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그런 글자의 모양을 보여주는 거거든요. 이번에 발굴된 것은 세종 때 만든 활자는 아닙니다. 한글 활자는. 그런데 아마도 추정하기로는 세조, 세종 다음에 세조가 있죠, 세조 때 만들어진 걸로 추정을 하는데 세조 때 만들어진 것이라도 그거는 굉장히 오래된 것이고 중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세계문화유산 관련해서도 이것은 앞으로 더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이걸 직지처럼 여러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앞으로 이런 가치를 더 높여서 얘기를 하다보면 충분히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최형진: 추후에 직지처럼 세계문화유산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 옥영정: 그걸 앞으로 계속 연구를 많이 해야죠. 직지도 처음에 1972년도인가, 그때 시작이 됐어요. 프랑스에서 전시에 나타난 거거든요. 등장한 거거든요. 그러고 나서 세계의 기록유산이 된 것은 2000년대 이후잖아요. 그러니까 한 30~40년 정도 기간 동안에 엄청난 노력을 했습니다. 그걸 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이 활자도 우리가 섣불리 세계문화유산, 기록유산, 이런 얘기하는 것도 좀 더 정확하고 명확하고 아무도 여기에 대해서 반박의견을 낼 수 없도록 학술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우리가 잘 준비를 해서 해야겠죠.
◇ 최형진: 마지막으로 유물 출토 지역도 흔한 집터고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고 이번에 활자뿐만 아니고 물시계, 천문시계 등의 과학 유산도 나왔는데요. 교수님께서 앞으로 또 어떤 연구나 조사를 하실 계획이십니까?
◆ 옥영정: 저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활자에 대한, 같이 나온 과학기기에 대해선 또 다른 분야 선생님들이 계시니까 이미 과학사 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시고요. 제가 그날 발표장에서 듣기로도 그 과학기기도 굉장히 중요한 유물이었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유물이었는데 저는 제 관심분야가 이쪽 활자니까, 그 관심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계속 대조하는 작업, 형태와 규격을 가지고 그 역사 기록하고 맞추어 보는 작업, 이걸 계속해서 규명을 해야죠. 그 작업을 계속 할 예정입니다.
◇ 최형진: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옥영정: 고맙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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