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하위 80%' 1인 25만원+α.. 기준 모호해 논란 재연 불가피

안용성 2021. 7. 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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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형평성 다시 도마위
소상공인 최대 900만원까지 지원
4인 가구 기준 연소득 1억 수준
1차 지원금 논의때와 상황 유사
국회처리 과정서 바뀔 가능성도
33조 슈퍼추경에 국채상환 2조뿐
나랏빚 963조.. 재정건전성 뒷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영 행정안전부 차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홍 부총리,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다. 서상배 선임기자
정부가 소득하위 80%를 대상으로 1인당 25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저소득층에게는 추가로 10만원이 지급된다. 이렇게 들어가는 돈만 11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소상공인 지원, 신용카드 캐시백, 방역 지원 등 총 33조원이 투입된다.

정부가 올해 들어 두 번째로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은 말 그대로 ‘역대급 돈 풀기’다. 재원은 초과세수로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애초 정부가 세수 추산을 잘못해서 나온 결과일 뿐 ‘남는 돈’은 아니다. 초과세수 중 나랏빚을 갚는 데 쓰는 돈은 2조원에 불과하다. 1000조원에 육박하는 국가채무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1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 등을 담은 2차 추경안을 확정했다.

이번 2차 추경 규모는 세출 증액 기준으로는 역대 가장 많다. 올해 초과세수 31조5000억원과 기금, 세계잉여금 등 재원 35조원 중 국가채무 2조원을 상환하고 남은 33조원을 푼다는 방침이다.

세부적으로는 △코로나 피해지원 13조4000억원 △방역지원 4조4000억원 △고용·민생안정 지원 2조6000억원 △지역경제 활성화 12조6000억원 등이다.
◆“80% 기준 뭐냐?”… 논란 재연 불가피

추경안의 핵심인 재난지원금의 범위와 규모는 ‘소득하위 80%·1인당 25만원’으로 결정됐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등에는 1인당 10만원씩 소비플러스 자금을 얹어준다. 저소득층 가구의 경우 1인당 총 35만원을 받는 셈이다.

하지만 지급 대상을 선별하는 기준이 명확지 않아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때 불거졌던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지원금 지급 기준인 소득 하위 80%는 4인 가구 기준 연 소득 1억원 정도다. 안도걸 기재부 2차관은 사전브리핑에서 “건보료만 가지고 시뮬레이션한 바로는 직장 가입자 4인 가구 기준으로 (연 소득) 1억원 이상이 80% 선이 되는 것으로 일단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액 자산가는 건보료에 따른 소득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은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논의 초기에 거론된 방안과 비슷하다. 당시 정부는 건보료 기준 소득 하위 70%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공시가 15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와 금융소득 연 2000만원 초과자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당시 건보료로 실제 소득 하위 70%를 가려내기 어려운 점,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 간 기준이 다른 점,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득이 급감했지만 건보료에 반영이 안 된 경우가 있는 점 등 때문에 논란이 일었다. 국회가 전국민 지급을 결정하면서 논란은 없던 일이 됐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건보료를 기준으로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원키로 해 당시 논란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계선을 넘으면 지원금이 ‘제로’가 되는데 지금은 실시간으로 피해를 알 수 없어 정확하게 대상을 선별할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과 잡음이 생긴다”며 “신속성이나 논란 소지를 생각하면 모든 국민에게 일괄적으로 지원금을 주고 나중에 세금을 걷을 때 선별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마포농수산물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소상공인에게는 100만원에서 최대 900만원까지 희망회복자금을 준다. 2분기 월평균 카드 사용액 대비 3% 초과한 사용액의 10%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신용카드 캐시백은 전국민 대상이다. 월 10만원, 최대 30만원이란 한도가 설정돼 있으나 기본적으로 소비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에 유리한 제도다.

◆재정건전성 논란에 국회 처리 문제도

정부가 정치논리로 돈 풀기를 하는 사이 재정건전성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번 추경을 통해 상환하기로 한 2조원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963조9000억원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양호한 편에 속하지만, 증가 속도를 고려할 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언제까지 돈 풀기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할 시점”이라며 “채무 상환에 2조원을 쓴다는 것은 구색맞추기일 뿐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회 처리 과정에서 지급 기준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5차 재난지원금에 대해 “전국민 방식으로 확대되기는 어렵다”면서도 “맞벌이 부부 등에는 조금 늘려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추경안의 국회 심사 과정에서 맞벌이 부부의 합산 소득이 1억원을 넘더라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쪽으로 일부 수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세종=안용성, 우상규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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