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모의창의적글쓰기] 조지 오웰의 정치적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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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의 작가 조지 오웰은 산문 '나는 왜 쓰는가?'에서 작가가 글을 쓰는 동기 네 가지를 언급한 적이 있다.
오웰은 이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했을까? 정치적 산문을 많이 썼던 오웰이니 당연히 네 번째 정치적 목적을 선택했다.
그는 글쓰기가 어떤 사실에 대해 견해를 표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글은 정치적 편향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런 욕망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글을 최우선으로 삼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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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의 이런 정치적 성향은 자신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젊은 시절 버마에서 식민지 경찰로 근무하면서 제국주의의 실상을 경험한 것, 파리와 런던에서의 빈민생활 경험,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공화파 내의 갈등을 본 것이 정치적 편향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사실에 분노하지 않았다면 책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민주적 사회주의자”로 지칭하면서 좌든 우든 모든 전체주의에 저항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글을 썼다. 그래서 자신을 “정치 팸플릿 저자”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오웰이 앞서 말한 다른 동기, 즉 지적 이기심이나 미학적 열정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어느 정도 지적 명예욕과 허영심이 있음을 인정했고, 섬세한 묘사와 빼어난 비유가 있는 자연주의 소설을 쓰고 싶다는 미적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욕망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글을 최우선으로 삼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전체주의가 활개 치던 당시 정치적 당파성을 피할 수 있는 글은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그의 글에서 정치적 호소력이 큰 글은 다수의 정치적 팸플릿보다 아주 건조하게 쓴 묘사문들이다. ‘코끼리를 쏘다’나 ‘교수형’처럼 버마에서 식민지 경찰로 있을 때 당시의 상황을 보고하듯 사실적으로 쓴 글이 더 큰 호소력을 지녔다. ‘교수형’을 보면 깡마른 원주민 사형수의 모습, 집행 시간에 집착하는 교도소 소장, 식민지 간수의 관료주의적 행태는 그것 자체로 제국주의의 부당성, 비인간성을 폭로하고 드러낸다. 시대의 부당함에 분노하고, 고발하는 팸플릿을 쓸 때보다 깡마른 식민지 사형수의 모습을 건조하게 묘사하는 것이 더 큰 정치적 효과를 거둔 것이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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