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인재' 빨아들이는 '핀테크'

박효재 기자 2021. 7. 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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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 직원 40%가 IT 분야..토스, 연봉 1.5배·스톡옵션 걸고 채용
개발자들, 경직된 조직 거부감..새 트렌드 배우며 몸값 올리기 선호
유지보수가 주 업무인 시중은행들 고급인력 확보 점점 더 힘들어져

[경향신문]

은행업계가 ‘정보기술(IT) 인재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업 자체가 빠르게 디지털화하고 있는 데다 카카오같이 강력한 플랫폼을 내세운 빅테크 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IT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할 것 없이 IT 인력 채용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데, 희비는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인터넷은행들은 성과를 내고 있는 반면 기존 주요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1일 전체 임직원 수가 지난달 말 기준 1023명으로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2017년 7월 출범 당시 300여명에서 4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회사 측은 “지난 3년간 우수인력 채용에만 500억원을 투자한 결과 현재 임직원의 약 40%가 IT 전문인력”이라고 밝혔다.

오는 9월 인터넷은행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는 이날 IT 개발자 및 디자이너 등 경력자의 두 자릿수 신규 채용을 예고하면서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직전 회사의 최대 1.5배에 달하는 연봉을 제공하고, 토스뱅크의 스톡옵션이나 사이닝보너스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토스뱅크 채용 담당자는 “우수인재를 확보하고 사업 성장의 과실을 팀원들이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보상책”이라면서 “토스뱅크 출범 전 입사자들에게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점포 수를 줄이며 전반적으로 인력을 축소하고 있는 기존 주요 은행들도 디지털 전환에 따라 IT 인력은 수시 채용을 통해 비율을 늘리려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빅테크 업체의 금융업 침투 속도가 빨라지고 인터넷은행이 급성장하면서 기존 은행들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IT 산업 발달에 맞춰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지난달 상반기 채용 공고를 낸 KB국민은행은 채용 인원 200명 중 절반이 정보통신기술(ICT)과 데이터 부문 인력이었다.

시중은행들의 채용 확대 계획에도 IT 개발자들의 호응도는 낮은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고급 인력일수록 시중은행 기피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높은 수준의 능력을 보유한 젊은 개발자들 같은 경우는 대우나 업무환경을 감안해 핀테크나 IT기업, 게임회사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젊고 유능한 IT 개발자들일수록 향후 진로를 생각해 시중은행 업무를 기피한다고 본다. 현재까지도 은행에서는 IT 개발보다는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업무역량을 높일 기회가 많지 않고, 순환근무를 통해 지점으로 나가는 등 다른 업무에 배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IT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직된 조직문화에 대한 거부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 등이 개발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우리는 기반 자체가 모바일이다보니 IT 중심으로 회사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면서 “직급 구분 없이 기술로 평가받고 자기 생각을 맘껏 펼칠 수 있다는 점이 핀테크의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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