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의 귀환?.. 재조명 받는 팟캐스트

팽동현 기자 2021. 7. 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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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각축전 OTT만 하니?.. 떠오르는 '듣는' 시장②]글로벌 IT기업들 너도나도 뛰어들어.. 오디오 콘텐츠 '대세'

[편집자주]텔레비전이 등장하면서 몰락할 것이라던 오디오 시장은 이후에도 수차례 전성기를 맞이했다. 보는 것에 피로함을 느낀 대중들에게 청각에 의존해야 한다는 오디오의 특성이 구시대의 유물이 아닌 독특한 매력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옹기종기 라디오 앞에 모여 사연을 듣던 공간과 MP3플레이어로 듣던 음악에 담긴 시간의 잔상이 어떤 기억보다도 뇌리에 깊게 박혀 쉬이 회자됐다. 오디오 시장이 쏟아지는 영상 콘텐츠에 지친 대중을 맞이할 채비에 나섰다.

'팟캐스트'의 성장세가 심상찮다.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Video Killed the Radio Star)는 옛 노래가 옛말이 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우리는 유튜브로 대표되는 개인 영상 방송 시대에 살고 있다. 문자보다 영상에 친숙한 젊은 층은 이제 정보를 검색할 때도 네이버나 구글보다는 유튜브부터 찾는다. 넘쳐나는 시각물에 지쳐서일까. 최근 들어 라디오 시대가 부활하는 조짐이 보인다. MZ세대를 주축으로 귀로 듣는 ‘오디오 콘텐츠’가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는다. 그 중심에는 개인 라디오 방송 ‘팟캐스트’(Podcast)가 있다.



스마트폰과 AI스피커 타고 울려 퍼진 팟캐스트


팟캐스트는 애플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의 합성어다. 초창기에는 인터넷에 업로드된 파일을 사용자가 구독 프로그램을 이용해 내려받아 듣는 방식이 쓰였다. 당시 미국 등에서 음악 파일 재생에 주로 사용된 휴대용 기기가 아이팟이었기에 2004년 영국의 기술 저널리스트인 벤 헤머슬리가 팟캐스트라고 이름을 붙인 게 그대로 자리 잡았다.

팟캐스트는 해당 시간에 정해진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라디오와 달리 각종 콘텐츠를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들을 수 있다. 사용자가 채널 정도만 선택할 수 있는 기존 TV와 달리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하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도 유사하다. 사용자가 곧 콘텐츠 제작자이자 구독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유튜브와 닮았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유튜브뿐 아니라 팟캐스트 확산에도 영향을 끼쳤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의 2018년 조사에서 스마트폰으로 팟캐스트를 듣는다는 응답자는 2014년 950만명에서 2017년 2390만명으로 늘어났다. 무려 157%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PC는 930만명에서 1040만명으로, 태블릿은 390만명에서 500만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팟캐스트 확산에 탄력을 붙인 또 하나의 요인은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스피커의 등장이다. 지난해 미국 국영 라디오 방송 NPR과 시장조사업체 에디슨리서치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18세 이상 인구의 24%에 해당하는 6000만여명이 스마트스피커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마트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팟캐스트가 새로운 라디오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달아오르는 팟캐스트 시장


스포티파이에서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미셸 오바마의 포스터 /사진제공=스포티파이
팟캐스트의 본산이자 주도적인 시장은 미국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팟캐스트 플랫폼 사이에서 수위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이기도 한 스포티파이다.

스포티파이는 2018년부터 팟캐스트 시장에 진출해 인수합병(M&A)과 독점 계약 등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며 급격히 세를 불렸다. 2019년 유명 팟캐스트 제작사 ‘김릿미디어’와 전 세계 팟캐스트 중 40%가량을 유통하는 ‘앵커’를 인수하면서 팟캐스트 구독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지난해 스포츠·엔터테인먼트 팟캐스트 기업 ‘더링어’를 품은 데 이어 올해에는 팟캐스트 미리듣기 생성·추천 기술 스타트업 ‘팟즈’까지 가져왔다.

애플도 스포티파이의 맹공에 흔들린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지난해 팟캐스트 청취자 수는 플랫폼별로 애플 2760만명, 스포티파이 1990만명 등이다. 하지만 올해는 애플 2800만명, 스포티파이 2820만명으로 역전될 전망이다. 이마케터는 스포티파이와 애플 팟캐스트 청취자 수가 각각 내년에는 3310만명과 2850만명, 2023년에는 3750만명과 2880만명으로 늘어나면서 차이가 더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애플은 팟캐스트 서비스에 구독형 모델을 도입했다. 사진은 애플 팟캐스트 LA타임스 채널. /사진제공=애플
최근 애플은 2005년 팟캐스트 서비스를 개시한 지 16년 만에 유료 구독 모델인 ‘애플 팟캐스트 서브스크립션’을 도입하며 변화를 줬다. 이로써 애플 팟캐스트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채널을 구독하고 제작자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각 구독서비스 가격은 팟캐스트 제작자가 정하며 월 0.49달러(약 550원)부터 시작한다. 사용자에게는 광고제거나 신규 콘텐츠 미리듣기 등 추가 혜택도 준다. 팟캐스트 제작자와 구독자 확보를 위한 포석이다.

이 시장을 두고 다투는 것은 애플과 스포티파이만이 아니다. 구글도 2018년 ‘구글 팟캐스트’를 출시하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오디오북 서비스 ‘오디블’을 운영해온 아마존은 지난해 말 100여개 팟캐스트 콘텐츠를 보유한 기업 원더리 인수에 4억달러(약 45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위터는 지난 3월 자체 오디오 채팅 플랫폼 ‘스페이스’를 선보였고 최근 페이스북도 미국에서부터 팟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팟캐스트에 왜 다들 달려드나


글로벌 IT 공룡까지 새삼 팟캐스트에 달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시장 성장세를 들 수 있다.

에디슨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인 78%가 ‘팟캐스팅’ 용어에 익숙하고 절반 이상이 청취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영국 분석업체 비즈니스오브앱스에 따르면 25세 미만 스포티파이 이용자 중 54%가 팟캐스트를 듣는다. 경영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는 2020년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 규모였던 전 세계 팟캐스트 시장이 2025년엔 33억달러(약 3조7500억원)로 5년 만에 3.3배 규모가 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스포티파이와 같은 음원 앱은 팟캐스트 서비스로 경쟁력 제고도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OTT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나 디즈니 플러스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같이 타 서비스와 차별화된 콘텐츠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이와 달리 음원 플랫폼은 인기 음악이 없으면 그 자체로 서비스의 흠결이 될 정도로 음원 보유만으로는 뚜렷하게 차별화를 이루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로 먼저 시도할 수 있는 게 팟캐스트다.

스포티파이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260만개 이상의 팟캐스트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팟캐스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 세계 92개국의 MAU(월간 활성 사용자)는 약 2억9900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미셸 오바마에 이어 올해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까지 스포티파이 팟캐스트를 진행했고 영국 해리 왕손 부부가 참여한 콘텐츠도 큰 관심을 끌었다.

미국 내 팟캐스트 청취자 수 및 광고 수익 변화 추이. /자료=스태티스타, 그래픽=김은옥 기자
다른 요인을 꼽자면 역시 돈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7년 미국 내 팟캐스트 청취자 수는 4610만명, 광고 수익은 3억1390만달러(약 36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에는 청취자 수가 1억명에 육박하며 광고 수익도 21억8880만달러(약 2조4900억원)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방송통신진흥원도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광고주가 팟캐스트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배경으로 청취자층이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 수준과 광고 수용도를 지녔다는 점을 지목한 바 있다.


한국 팟캐스트, 다시 떠오를까


한국에서 팟캐스트가 시작된 것은 2010년 전후다. 본격적으로 흥행한 계기로 2011년 등장한 시사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를 빼놓을 수 없다. 이를 통해 당시 사회적 열풍까지 불러일으켰지만 이후 점차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대세인 유튜브나 OTT 등에 밀리는 모습이었다. 국토가 넓어 장거리 주행에서 팟캐스트를 듣는 미국과는 시장 환경이 다르다는 점도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재택근무와 원격학습이 보편화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집중을 요구하는 영상과 달리 여타 작업이나 여가 활동을 하면서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귀로 듣는 오디오 서비스가 지닌 강점이다. PC와 스마트폰으로 시각적 피로에 지친 젊은 세대가 팟캐스트를 찾는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에 따라 국내 팟캐스트 시장도 점차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팟캐스트 본가 애플은 구독형 모델을 도입하면서 한국 이용자를 위한 채널 4개도 추가로 마련했다. 세계 최대 팟캐스트 플랫폼까지 노리는 스포티파이는 연내 한국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팟빵의 인기 팟캐스트들. 월 6000만 재생수의 ‘정영진·최욱의 매불쇼’, 오디오 매거진 ‘월말 김어준’과 ‘조용한 생활’, 뮤직팟 ‘KCM의 팔토시’. /사진제공=팟빵
현재 국내 최대 팟캐스트 플랫폼은 코리아센터의 자회사인 팟빵이다. 2012년 서비스를 시작한 팟빵은 현재 2만4000개가 넘는 방송과 190만개 이상 에피소드 방송을 제공한다. 회사는 국내 시장의 70%를 점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팟캐스트와 음악의 접목 등을 꾀하며 성장을 거듭하겠다는 전략이다.

팟빵 관계자는 “예전에는 특정 분야 팟캐스트가 많았다면 현재는 교양·경제·어학·도서·대중문화·스포츠·레저·종교·음악 등 범위가 넓어졌고 콘텐츠도 다양해졌다”며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다음 트렌드로 팟캐스트 오디오를 기대한다. 오디오 커머스 시대 도래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디오 콘텐츠를 강화하는 대표적인 국내 IT기업은 네이버다. 최근 네이버는 라이브 스트리밍(나우)·음원(바이브)·팟캐스트·오디오북(오디오클립) 등 세 서비스를 묶어 튠CIC를 설립했다. CIC는 사내독립기업으로 분사 후보가 된다. 회사에 따르면 ‘오디오클립’은 올해 1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월간 방문자와 재생 수가 각각 93%, 137% 증가했다. 특히 1318세대의 재생 수가 같은 기간 200% 상승했다.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팟캐스트는 경제 활동을 하는 30~50대 인구가 즐겨 들었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적고 자가운전이 많기 때문”이라며 “노년층의 경우 수동적인 형태를 선호하므로 자동재생으로 영상이 이어지는 유튜브를 즐겨찾는 모습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 나꼼수뿐 아니라 우리 사회문화 토양 자체가 정치·시사에 관심이 많기에 팟캐스트가 이 분야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다”면서도 “인기 팟캐스트 상당수가 게임을 주제로 다루는 미국처럼 국내 시장도 플랫폼 간 경쟁 속에 장기적으로 콘텐츠 다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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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동현 기자 dh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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